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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가슴 아파" '탈출' 주지훈이 떠올린 故이선균·흥행 고민


(인터뷰)배우 주지훈,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렉카 기사 조박 役
"작품 선택, OTT 타고 전 세계 공개→쉽게 판단하기 어려워"
"왜 결혼 안하냐 물으면 답하기 어려워, 자연스럽게 변화된 생활 방식"
"차기작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일상 연기, 몸 편하니 죄책감 들기도"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주지훈이 지난해 '비공식작전'에 이어 또 쓰디쓴 성적표를 안게 됐다. '탈출'은 지난 26일까지 총 15일간 누적 관객수 65만 명을 기록했다. '핸섬가이즈'와 '탈주'가 손익분기점을 넘고 꾸준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탈출'이 안은 성적표는 참담하다. 특히나 '탈출'은 최근 개봉된 한국 영화 중 가장 큰 스케일을 자랑하고, 제작비 역시 185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기에 더욱 아쉬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제작진 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 상황. 주지훈 역시 현 극장가와 OTT 시장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하며 달라진 시선을 고백했다.

지난 12일 개봉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는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을 받아 첫 공개된 후 1년 만에 개봉하게 됐으며, 故 이선균의 유작이다.

배우 주지훈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주지훈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주지훈은 인생 한 방을 노리는 렉카 기사 조박 역을 맡아 이선균, 김희원, 문성근, 예수정, 박희본, 박주현, 김수안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조박은 공항대교 부근 주유소에서 투잡을 뛰며 뒷주머니 채울 기회가 있을지 호시탐탐 노리던 중 손님으로 온 정원(이선균)과 사소한 시비가 붙는다. 이후 공항대교에서 연쇄 추돌 사고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건수를 잡기 위해 렉카를 몰고 출동했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의 곁에는 반려견 조디가 함께한다.

주지훈은 조박 역을 위해 색다른 비주얼 변신을 하는 한편, 극중 반려견 조디와 깜찍한 팀플레이를 펼친다. 조박은 무거운 극 속에서 웃음을 더하며 환기를 시켜주는 인물. 주지훈은 특유의 유쾌함으로 조박을 연기했지만, 극 분위기는 물론 다른 캐릭터와 이질감이 느껴져 붕 뜬다는 평가를 얻었다. 다음은 주지훈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선균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둘 다 이 일을 오래 했으니까 감정이 더 나올 수 있게 리허설을 철두철미하게 했다. 막상 액션을 했더니 타이밍이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희원이 형도 마찬가지고, 베테랑이라 당황하지 않는다. 자기 의사 표현을 과감하게 하는 것도 비슷한 부분이다. 다들 아저씨들이라 안 좋은 일이 없다.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하고,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한다. 그런 의사소통이 좋았다. 선배라고 어렵거나 하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세 명 중 제가 막내인데, 의견을 내거나 상의를 할 때 자유로웠다."

배우 이선균, 김희원, 주지훈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이선균, 김희원, 주지훈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CJ ENM]

- 주연 배우로서는 혼자 인터뷰를 하게 됐다. 부담감도 있나?

"개인적으로는 배우를 떠나서 지인이었던 사람으로서 그냥 안타깝다. 어떤 일이었어도 안타깝다. 배우로서는 밉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데뷔부터 주연이라 늘 무거웠다. 인터뷰를 늘 혼자 했지 두 명씩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똑같다.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배우로서는 이 정도의 압박감은 늘 있던 일이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고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다 보니 그것에 대한 압박감은 있다."

- 조박의 반려견 조디가 '마스크걸'이나 '오늘도 사랑스럽개' 등에서 연기 잘하는 강아지로 사랑을 받았다. 그럼에도 동물과 연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당연히 말이 안 통하니까 어려운데, '젠틀맨' 때는 강아지가 천재견이었다. '뛰어', '걸어'를 알아듣는다. 훈련이 잘되어 있어서 그렇게 어려움은 없었다. 이번엔 안고 달려야 하는데, 연기하다 보면 힘이 들어가서 골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클로즈업 빼고 80~90%는 인형이다. 복지, 처우는 강아지가 우리보다 낫다. 이건 팩트다. 휴식 시간, 촬영 시간도 보장이 되어있다. 우리한테는 "힘든 거 아는데 한 번만 더 하자"라고 하는데, 그런 회유책에 잘 넘어간다. 하지만 개는 말을 못 하니까 안 통한다. 시간이 되면 보내줘야 한다."

- 트렁크에 들어가서 얼굴을 내미는 장면 촬영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어떤 지점이 그랬나?

"조그만 차에 이 큰 몸을 욱여넣는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 몸을 구겨 넣어서 맞춰야 한다. 앵글로 보면 각도 때문에 넓어 보이는데 실제론 안 그랬다. 힘든 것보다 아프다. 그래서 강아지보다 처우가 안 좋다는 얘기다. 이만한 덩치의 남자가 아프다고 하면 뭐라고 한다.(웃음)"

배우 주지훈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주지훈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CJ ENM]

- '탈출'도 그렇고, 최근 작품을 보면 몸이 고생하는 연기를 많이 했다.

"저를 활용하고 싶은 감독님, 작가님이 저를 그렇게 만들고 쓰고 싶은 욕구가 있으신가 보다.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tvN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일상을 연기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얘기라 주고받는 대사나 갈등도 다 일상적이다. '왜 이리 편하게 찍지?', '집중을 못 하나?'라며 죄책감이 들더라."

- '비공식작전'이나 '탈출'에서 비주얼 변화를 주는 것이 주지훈의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의 표현된 부분이 있나?

"제가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고 관객이 있어야 배우가 존재하니까 그걸 받아들이는데, 저는 감정과 이성 중에 굳이 나누자면 이성적인 사람이다. 배우들은 멋진 역할을 선호하기 마련인데 왜 망가지거나 하는 걸 굳이 찾아다니냐고 말하는 분위기가 된 것 같은데, 제가 자라면서 좋아했던 해외 배우들은 역할을 위해 민머리 분장을 한다거나 과감하게 도전한다. 그래서 저는 거부감이 없었다. 변신을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비공식작전'은 시대상이 있어서 그 시대 유행한 룩을 반영한 거다.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다. 대본과 거기서 나오는 느낌에 충실한다. 배우로서 계획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때그때 현실에서 느끼는 대로, 감정이 흐르는 대로 바람 타고 가는 걸 선호한다."

- '탈출' 현장에서도 감정이 흐르는 대로 간다고 했던 지점이 있었나?

"현장에서 주는 선물 같은 순간을 기다리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조박의 머리가 길다. 헬기가 와서 바람에 머리가 날리는데, 머리를 묶고 싶더라.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 머리를 묶어서 외관이 달라지면 디테일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음 신을 생각해야 한다. 바람으로 자연스러워졌고, 작은 부분이지만 리얼하게 보인다. 이렇게 소품이나 상황을 잘 활용하는 편이다."

배우 주지훈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주지훈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 작품 선택 기준이 명확하게 있는 편인가?

"대본을 받았을 때 괜찮아야 출연한다. 내가 이 대본을 봤는데 자신이 없거나 재미가 없을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이젠 헷갈린다. 마켓이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OTT 오리지널이 아니라도 플랫폼에 공개가 된다. 한국에서는 외면받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잘되기도 한다. 통일성이 없다 보니 결정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헷갈리는 것이 있다. 잣대를 대고 판단하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요즘 방식은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좋았으면 다행이고, 내 마음이 좋으니 걱정은 뒤로 밀린다. 꽤 괜찮은데 거절해야겠다는 하는 것은 부탁드려서 작가님, 감독님을 직접 만나 제작자의 생각을 들어본다. 이런 것은 괜찮구나 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눈다."

- 한국 영화 시장 성적이 좋지 않다. 배우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스코어로는 잘 된 작품이 몇 개 안 된다. 모든 영화의 고민이다. 흥행이 안 된다고 나쁜 영화가 아니라 세상이 바뀌고 있다. 생활 방식이 바뀌었다는 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것을 의미한다. 제 나이가 43살인데, 결혼을 안 하고 있다. 나이가 차면 결혼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를 살아왔는데, 지금 "왜 결혼 안 해요?"라고 물으면 답할 게 없다. 이유를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만약 30대 초중반에 결혼해서 아기가 있다면, 즐기고 선택하는 문화가 지금과 달라졌을 거다. 중년 초반인데 집에서 애니메이션 보고, 청년 때와 같은 걸 즐긴다. 관객이 있어야 배우도 있는 건데, 관객은 이런 영화가 있는지 모를 수 있다. 호불호에 안 들어갔을 수도 있다. 관객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화를 많이 나눈다. 관객들의 재미를 살릴 방법을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노력한다."

- 요즘 빠져 있는 것이 있다면?

"원래도 좋아하지만 운동이다. 제주도에서 바람맞으면서 바이크를 탄다. 그러다 커피숍에 들어가서 쉰다. 일을 열심히 하는 와중에 잘 쉬려고 한다. 나이도 들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서 잘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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