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황정민이 9년 만에 통쾌하고 인간적인 형사 서도철로 돌아왔다. 이번엔 아버지와 형사로서 고뇌가 더 깊어졌다. 그럼에도 결국엔 악을 잡아 법의 심판을 받게 만들고, 아들에겐 사과를 건네며 관계 회복을 한다. 거칠긴 하지만, 우리 주변에 꼭 있었으면 하는 매력적인 인물. 황정민은 이런 서도철과 '베테랑' 시리즈에 대한 깊은 애정을 전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표현했다. 특히 액션 영화는 '베테랑' 시리즈만 하겠다며 3편에 대한 바람도 드러냈다.
지난 13일 개봉된 '베테랑2'(감독 류승완)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이 이끄는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연쇄 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 수사극으로, 2015년 개봉된 '베테랑'의 9년 만 속편이다.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황정민이 형사 서도철로 다시 돌아왔다. 여기에 정해인이 빌런으로 합류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악역의 새 얼굴을 보여줘 화제를 모았다.
개봉 첫 날에만 49만 명이 넘는 스코어를 기록한 '베테랑2'는 개봉 이틀째 100만, 3일째 200만 돌파에 성공했으며 5일차에 300만, 6일차에 손익분기점인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물론 추석 극장가에 이렇다할 경쟁작이 없는 것도 흥행에 큰 몫을 했다. 올해 개봉된 추석 대작은 '베테랑2'가 유일하다. 이에 6일 동안 무려 445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지금도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흥행과 별개로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다음은 황정민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개봉 소감이 어떤가?
"좋다. 많이 기다린 작품이다. 누구보다 더 애정을 가진 '베테랑'이고, 서도철을 했던 사람이니까 제 영화 중 조금 남다른 느낌이 있다. 그래서 좀 더 떨리기도 하고 조마조마하다."
- 속편은 처음이고, 9년 만에 예전 캐릭터를 다시 연기하는데 있어서 배우로서 가지는 고민이 있었나?
"고민은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고민보다 자신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1편에 제가 가공해서 만들어놓은 인물이라 누가 할 수 없고 저만이 할 수 있다. 제 마음속에 들어있는 이 인물을 언제 꺼내야 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편안하고 쉽게 작업을 했던 것 같다. 큰 고민은 액션이 좀 과하고, 겨울 촬영이라 어떻게 견디나였다. 그것 외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 애정을 더 가진 작품이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신세계'를 찍던 와중이었다. 제 나름대로 힘든 시기였고, 이 시기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안 하고 쉬자니 그것도 힘들고, 고민이 많던 시기였는데 감독님과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어렵게 할 이유가 뭐가 있나.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뭔가를 해보자"라고 해서 만든 것이 '베테랑'이다. 그래서 저에겐 힐링 되는 작품이었다. 개봉과 동시에 너무 잘 되어서 오히려 저한테는 큰 복덩이로 다가왔다. 그래서 저에겐 큰 의미다."
- '신세계' 할 때 어떤 점 때문에 힘들었나?
"완전 개인적인 거다. 일하다 보면 누구나 자괴감이 들 때가 있지 않나. '나는 누구? 여긴 어디?'부터 시작해서 그런 것들이 컸던 것 같다. 또 하나는 재미있는 대본을 선택하고, 관객들에게 좋은 선택을 드린다고 얘기는 하지만 '이게 재미가 없는 거였나? 왜 관객들은 재미없어하지?'라는 부담감이 쌓였던 시기였다."
- 같은 인물이라도 처음과 두 번째 연기는 다른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떤 점이 같았고 어떤 점이 달랐는지 궁금하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이나 사상, 정의는 똑같다. 다른 점이 있자면 서도철은 그대로인데 아이가 큰 거다. 초등학교 3학년 아버지였는데 이제는 고등학생의 아버지가 됐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지만, 아버지에게는 되게 큰 설정이다. 실제로 제가 1편 찍을 때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2편 찍을 땐 고2였다. '베테랑' 속 아이와 나이가 똑같다. 그런 부분이 다르고,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집안의 남편으로서, 아버지로 사는 삶과 직업인 형사의 삶은 저와 잘 맞는 부분이 있다. 직업이 배우인 사람이고,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살아간다. 그런 부분에서 서도철을 이해하는 방법이 좀 더 편안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 최근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들에 대해 언급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 '베테랑2'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사과하는 장면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이 영화를 통해 가족, 아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 지점이 있나?
"실제 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베테랑2'에서 서도철이 아들에게 사과하는 장면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아이에게, 자식에게 사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서도철답고, 매력 있는 인물이다. 어른이지만 사과하지 않는 어른들이 너무 많다. 그런 메시지를 감독님은 담고 싶었던 것 같다."
- 류승완 감독이 자연인 황정민의 모습이 서도철에게 굉장히 많이 들어와 있다고 했다. 본인이 보기에도 서도철과 황정민이 비슷하다 하는 부분이 있나?
"비슷한 건 딱히 없다.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건 서도철이라는 인물을 제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는 딱히 비슷한 점은 없는 것 같은데 뭐가 비슷한 건지 잘 모르겠다. 서도철처럼 매력 있지도 않다. 다만 서도철 같은 인물이 우리 주변에 있으면 되게 든든하겠다, 내 주위에 그런 형이나 삼촌이 있으면 참 근사하겠다고 하는 인물이다. 그에 비하면 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 '사과하는 어른'에 있어서 스스로를 돌아보면 어떤가? 사과하는 어른인가?
"당연히 그러려고 노력한다. 정의라는 것에 대해 우리가 계속 얘기를 하지만, 1편이 단순한 것이 있다면 2편은 되게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렇지만 기본은 절대 무너지지 않고 정의는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다. 저는 서도철이 박선우 심폐소생 하는 시퀀스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를 살려서 꼭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거다, 네가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한다'라는 얘기다. 그게 기본이고, 분명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심판을 내려야 하고, 죗값을 받아야 할 사람은 정당하게 벌을 받는 것이 기본인데, 지금은 그 기본이 흐트러지고 복잡해졌다. 감독님과 얘기를 했을 때 그 부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 또 하나는 어른이 사과할 수 있는 용기다. 어른이기 때문에 '다 성장했어, 나는 어른이야'가 아니라 우리는 늘 성장하고 있고 형편없을 수도 있다.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모든 사회가 복잡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정도를 걸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컸던 것 같다."
- 류승완 감독이 이번 액션에 대해 '정형외과 액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강도가 높은 액션이 많았다. 액션 베테랑이지만, 이번에 내가 접해보지 못한 액션이었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나?
"계단신 같은 경우엔 제가 참여하지 않았지만, 하는 걸 계속 봤다. 그 계단신이 어린이집 가면 아이들이 뛰어놀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푹신한 계단을 제작한 거다. 그래서 두 사람이 막 굴러떨어져도 하나도 안 아프게 떨어진다. 하지만 관객들은 진짜 아픈 것처럼 느껴지게 해야 한다. 1편 소방전에 가슴팍을 부딪치면 관객들이 악 소리를 지르는 걸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이번에도 그 소리를 효과적으로 들으려고 했는데, 아이맥스에서 보다 보니 소리가 너무 커서 관객분들 소리가 안 들렸다. 소리 지르면서 같이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이맥스는 그게 좀 약하더라. 그래서 나중에 큰 곳 말고 좀 작은 극장에서 볼까 한다. 그리고 옥상신 액션은 너무 추웠다. 워낙 액션을 잘 찍는 감독님이라 머리에 내가 찍겠다 하는 콘티가 다 있다. 춥지만 않았으면 쉽게 끝나는데 너무 추워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 거친 액션을 찍을 때 류승완 감독의 디렉팅은 어떤 스타일인가? 컷은 많은 편인가?
"배우가 해야 할 부분만 정확하게 찍는다. 그거 말고는 절대 하지 않는다. 대역하시는 분들도 정확하다. 배우 입장에서는 편하게 진행된다. 컷은 짧게 짧게 아주 많이 찍는다."
- 이번에 함께 액션 호흡을 맞춘 정해인 배우는 어땠나?
"너무 잘한다. 기본적으로 몸을 잘 쓰는 친구다. 되게 유연하고 열심히 한다. 얼굴도 잘생겼는데 액션도 잘하더라. 착하디착한 얼굴이지 않나. 그 친구가 가진 좋은 장점인데,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되게 묘하다. 그걸 감독님이 잘 이용한 것 같다. 정해인이 나타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듯한 느낌, 분위기가 있다.“
- 혹시 촬영하면서 '럭키비키'한 순간이 있었나?
"박선우라는 인물이 해인이를 만난 것이 럭키비키인 것 같다. 왜냐면 서도철이 있는 상황에서 빌런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배우가 없다. 하고 싶어 하지도 않을뿐더러 배우 스스로가 뭔가를 했을 때 잘못될 수도 있을까봐 두려워하는 배우들이 되게 많다. 쉽게 나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배우가 없다. 그래서 정해인이 선택을 해준 것이 럭키비키한 상황이다. 해인이가 '엄마친구아들'이라는 드라마를 하는 '엄친아' 이미지인데도 그런 연기를 해주니 그게 럭키비키다."
-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까 액션할 때 체력적으로 힘든 점도 있었나?
"많이 힘들다. 솔직히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힘들다는 표현을 현장에서 안 하려고 더 용쓰는 것 같다. 나이 들어서 "힘들어"하면 더 창피하다. 선배가 되어서 뭐 그렇게 힘들다고 힘들다 힘들다 하나 싶고, 그게 듣기 싫어서 일부러 힘들어도 안 힘든 척하고 괜찮다고 한다."
- 액션 영화는 몇 살 때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나?
"액션 영화는 '베테랑'만 할 거다.(웃음) '베테랑'만 한다는 건 3편을 빨리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마음이기도 하다."
- 1편 끝난 후에 서도철 점퍼를 다시 보관했다고 했는데, 그 옷을 다시 입었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
"1편 찍고 나서 2편 하게 됐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베테랑2'를 9년 만에 한다고 하니까 "벌써 그렇게 됐냐"라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명절 때마다 TV에서 틀어줘서 오래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것 같다. 실제로 '베테랑2'를 봤을 때 1편이 얼마 안 된 것처럼 느끼게 해줘야 하는 것이 제 몫이겠다 싶어서 감독님께 1편에 입었던 의상을 입겠다고 했다. 그걸 입었더니 약간 신기했다. 타임머신 타고 옛날로 돌아가서 1편을 찍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2편 촬영 후에도 점퍼를 보관을 해뒀나?
"보관되어 있다. 만약 3편을 하면 또 입을 수 있지 않을까. 보관이 진짜 잘 되어있었다. 똑같은 옷을 세 벌 만들었다. 보호대를 대면 티가 나니까 하나는 크게 만들고 또 하나는 작게 만들고 해서 세 벌이 있다. 옷뿐만 아니라 저도 보관이 잘 돼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좀 힘들지 않을까 싶긴 하다. 황정민은 늙어도 서도철은 늙지 않는다고 했던 것처럼, 만약 3편을 하면 그 옷을 그대로 입고 싶긴 하다. 서도철하면 딱 떠오르는 의상인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저도 보관이 잘 돼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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