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2골씩을 주고받고, 2명이 퇴장당하고, 정조국의 광대뼈가 부러진 가운데 혈투를 벌였던 서울과 인천. 이날 흥분한 서울과 인천 서포터즈는 장외에서 또 다른 싸움을 벌였다.

경기 후 수십 명의 서울 서포터즈는 인천 서포터즈가 있는 N석 출입구 앞으로 왔고 서로 충돌했다. 두 팀의 팬들의 충돌은 폭력사태로까지 번졌고, 경찰과 전경들이 나서서 제지해야만 했다. 경찰들이 서로 손을 붙잡고 벽을 쌓았다. 한 쪽에는 서울 서포터즈, 반대편에는 인천 서포터즈로 갈라놓았다. 하지만 욕설과 상대를 자극하는 말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 충돌사건의 계기는 서울의 메인 걸개가 없어졌기 때문. 이를 두고 양 팀의 서포터즈는 '도난이다', '아니다'라며 언쟁을 벌였다. 어느 팀이 잘했고, 어느 팀이 잘못했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오해가 있다면 두 팀 서포터즈끼리 풀어야 할 문제다.
인천쪽에서는 서울이 N석에 도발을 하러 왔고, 폴리스라인을 넘어 먼저 달려들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은 걸개를 도난당했고, 이에 항의하다 집단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누가 먼저 도발했는지, 누가 먼저 폭력을 행사하고 욕설을 퍼부었는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충돌 과정에서 사람이 다쳤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건 간에 사람이 다쳤다. 사람이 다쳤는데 몇몇 서포터즈가 보인 태도는 경악할 만했다.
서로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서울의 한 서포터가 부상을 당했다. 부상당한 서울팬은 인천 서포터즈 쪽에서 누워 앰뷸런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앰뷸런스가 도착했고, 서울팬은 들 것에 실려 앰뷸런스로 옮겨졌다. 서울팬은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이때 충격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몇몇 인천 서포터즈 쪽에서 "쓰레기"란 말이 터져 나왔다. 한 인천 팬이 "쓰레기 차가 와서 쓰레기를 싣고 가는 구나"라고 소리쳤다. 또 다른 팬은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구나"라고 했다.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일부러 저러는 것 아니야"라고 비아냥거리며 조롱했다.
물론 모든 인천 팬들이 그렇지는 않았다. 일부 인천 서포터즈들은 다친 서울 서포터즈를 보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몇몇 질 나쁜 인천팬들의 행태였다. 군중에 둘러싸인 채 분위기에 휩쓸려 순간 이성을 잃고 내뱉은 말일 것이다. 그래도 너무나 잔인했다. 상대가 아무리 밉고 싫어도, 철천지 원수라고 할지라도 사람이 다쳤다. 상태도 심각해 보였다. 다친 사람을 앞에 두고 "쓰레기"라니.
아무리 분위기에 휩싸여 상대를 공격한다고 해도 할 말이 있고, 해선 안될 말이 있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다친 사람부터 챙기고, 다친 사람부터 걱정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바로 그게 교육을 통해서 배운 인격이란 것 아닌가.
다친 사람을 앞에 두고 '쓰레기'라고 모독하고 조롱한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다. 그 장소에 있던 수많은 어린이들이 그 장면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배우겠는가.
서울의 한 구단 관계자는 "집단폭행을 당했다. 누워 있는데 갈비뼈를 발로 밟았다고 한다. 지금 너무 쇼크를 받아 몸을 떨고 있는 상태"라며 다친 서울팬의 상태를 전했다.
K리그 서포터즈 문화에 '인격'이 사라지고 있다. 일부 인천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K리그 모든 구단 서포터즈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대다수 팬들은 축구를 사랑해서 열정적으로 응원한다. 그래서 목소리를 높이고 응원가를 목청껏 부른다. 하지만 일부 팬들이 도가 넘치는 발언과 욕설·폭력을 써서 전체 서포터즈를 욕먹이고 있다.
그동안 서포터즈끼리 많은 충돌이 있었다. 사회 이슈화도 되고, 자체 반성도 했다. 하지만 최근 '선을 넘는' 폭력성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상대를 모독하고 욕을 해야 자기 팀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이는 서로 죽는 길이다.
건전한 응원가와 바른말 고운말로도 충분히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자기 팀의 위상을 올릴 수 있다. 이게 서로 사는 길이다.
최근 한국 축구가 갈수록 팬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포터즈들의 일탈과 폭력은 팬들이 더더욱 한국 축구에 등 돌리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냉정한 반성이 필요한 때다.
조이뉴스24 /인천=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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