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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귀네슈는 어디로...


2006년 12월.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는 일대 파란이 일어났다.

세계적 '명장' 세뇰 귀네슈 감독이 K리그의 FC서울 감독직을 수락했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의 변방이었던 터키를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으며 중심으로 끌어들였던 감독. 2002년 UEFA(유럽축구연맹) 올해의 감독상의 주인공이 K리그로 온 것이다.

한국 축구팬들은 물론,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큰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 '명장'이 한국에서 선보일 마법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귀네슈 감독은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귀네슈 감독의 FC서울은 K리그 최고의 클럽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리고 귀네슈 감독은 FC서울을 넘어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한국 축구팬들의 눈을 사로잡는 재미있는 공격축구를 선보이며 K리그의 질을 한층 높였다. 또 어린 선수들을 육성해 '쌍용' 기성용, 이청용을 키워냈다. 또한 당장 팀 전력에 손실이 있지만 한국축구의 대승적 발전을 위해 박주영, 이청용 등의 해외진출을 허락했다. 그리고 수시로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조언을 했다. 귀네슈 감독으로 인해 한국축구는 많은 것을 얻었다.

하지만 한국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던 '명장' 귀네슈 감독의 모습은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최근 귀네슈 감독은 심판과의 전쟁, 연맹에 대한 항의를 일삼으며 한국 축구팬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명장'다운 대범함은 볼 수 없다. 갈수록 꼬여만 가는 귀네슈 감독의 불만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시작은 지난 7월22일 '피스컵코리아 2009' 8강 2차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였다. 귀네슈 감독은 전반 14분 격분을 감추지 못하며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가면서까지 심판에 항의를 했다. 결국 퇴장 명령을 받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귀네슈 감독은 "기자회견이라는 것도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기자회견을 하기 싫었는데 구단과 상의해서 하게 됐다. 내가 기자회견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한국축구는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귀네슈 감독은 지난달 2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포항과 피스컵코리아 4강 2차전 후 "오늘과 같은 심판들이 K리그 경기에 나선다면 한국축구는 더 이상 볼 필요가 없고, 앞으로는 야구만 봐야할 것 같다. K리그에서는 심판 3명만 있으면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로 인해 연맹으로부터 벌금 1천만원의 징계를 받기에 이른다.

연맹의 징계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귀네슈 감독이 정당한 발언을 한 것이고 징계는 심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도를 넘어선 K리그를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어떤 목소리가 더 정당한지는 여전히 논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연맹에서 징계를 내렸고 귀네슈 감독은 이들 받아들였다. 이제 전쟁은 끝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귀네슈 감독은 '무언의 전쟁'을 택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 참석을 하지 않으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뷰에 참석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징계 대상이 아니다. 징계를 피하되 전쟁은 계속하겠다는 귀네슈 감독의 선택이다.

6일 성남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귀네슈 감독은 "할 말이 없다. 내 생각을 말하면 징계가 내려질 수 있으니 경기에 대한 생각은 말하지 않겠다. 인터뷰장에 나올 생각이 없었지만 나왔다. 앞으로 모든 기자회견은 이렇게 할 것이다. 어떤 생각을 말하면 어떤 징계가 나올지 모르겠다. 더 이상 의미가 없다. K리그, 한국축구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고 말한 후 인터뷰장을 빠져나갔다.

귀네슈 감독의 불만과 분노는 일견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이미 내려진 징계는 변하지 않는다. 귀네슈 감독이 주장하는 질 낮은 K리그 심판의 현실도 도를 넘어선 불만 표출만으로는 지금 당장 바꿀 수 없는 일이다. 강경한 태도로만 나가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 뿐이다. 서울은 최근 3연패를 당하며 리그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분노와 불만으로만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현실을 냉철히 따져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명장'이다. 귀네슈 감독이 평정심을 찾아 다시 '명장'으로 돌아오는 그 날을 축구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귀네슈 감독의 빛나는 조언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은 한국축구에 슬픈 일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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