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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의 긍정적 마인드, 쑥쑥 성장한 '아기곰'


'아기곰' 정수빈(19, 두산)이 프로 첫 해를 뒤돌아봤다. 아쉬운 점도 많았고, 행복한 순간도 많았다. 정수빈은 "그 모든 것이 좋은 경험"이라고 활짝 웃었다.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정수빈은 운동을 모두 끝내고 집으로 퇴근하려는 참이었다. 캐주얼 차림으로 가방을 들고 '자차'로 향하는 정수빈과 구장 입구에서 마주친 순간,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말이 먼저 나왔다.

정수빈은 "쉬지 않고 운동하고 있어요. (티배팅과 수비훈련, 웨이트는 사설트레이닝장에서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주말에는 좀 쉬죠. 여기(잠실구장 웨이트실)가 문을 닫거든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밝은 목소리다.

정수빈은 수원 유신고를 졸업하고 2차 5라운드 39순위로 지명돼 계약금 6천만원을 받고 두산에 입단한 2009 신인 외야수다. 계약 당시만 해도 정수빈은 강속구 투수로 고교시절 이름을 날렸던 입단동기 성영훈처럼 대어급 신인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 왜소해 보이는 신체조건(175cm, 70kg)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고, 초등학생같은 '동안'은 코칭스태프에게 불안감마저 안겼다.

하지만 올초 일본 쓰쿠미 전지훈련서 김경문 감독은 특유의 레이더를 발동해 정수빈의 잠재력을 단숨에 캐치해냈다. 당시 김 감독은 "기본기가 아주 잘 배어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시즌 들어와 정수빈은 제 기량을 120% 발휘했다. 1군 85경기 출전해 231타수 61안타 3홈런 17타점 47득점 13도루, 타율 2할6푼4리를 기록하면서 이종욱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워냈다. 처음에는 경기 막바지 교체요원(37경기)으로 투입됐지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면서 그는 선발 출장(48경기)도 적잖게 하는 등 신인 야수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둬들였다.

아쉬웠던 순간은 역시 SK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팽팽한 상황서 수비 도중 갑작스럽게 라이트 불빛에 시야가 가려 타구의 궤적을 놓친 정수빈은 결국 팀이 패하면서 그날 밤 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또 도루 실패가 7개(20회 시도)나 되는 등 군데군데 쓰라린 기억도 존재했다.

정수빈은 "뜻하지 않게 출장 기회가 와서 그저 열심히 한 것 뿐입니다. 1년을 되돌아보니 고등학교 때보다 불안해진 점도 있지만 발전한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잘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하며 의욕을 다졌다.

특히 정수빈은 시즌 중 2군으로 강등됐던 것에 대해 장단점이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올 시즌 정수빈은 아무래도 신인인 탓에 플레이의 기복이 눈에 띄었고, 이종욱의 복귀와 맞물려 수 차례 이천과 잠실을 오가야 했다. 당시 2군행 통보를 받고 잠실에서 짐을 꾸리고 있던 정수빈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고, 힘빠진 채로 "이천에 갑니다"라고 고개를 떨군 바 있다.

정수빈은 "2군으로 다시 내려갈 때는 실망하기도 했죠. 아무래도 잠실에서 이천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섭섭했거든요. 하지만 좋은 점도 많더라구요"라며 "후반기 체력 보강에도 좋았고, 또 사실 2군에서는 마음이 편해 부담감을 떨칠 수 있었거든요"라고 당시 밝히지 못했던 속마음을 살짝 드러냈다.

주변에 말은 못했지만 시즌 중 김경문 감독이 조금씩 믿음을 보여준 것이 신인 정수빈에겐 오히려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행여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팀에 폐를 끼치게 될까봐 선발요원으로 한창 나갈 시점에서는 굳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후반기 들어 2군 강등이 오히려 부담감을 떨치고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다는 것이다.

2009년 프로 첫해를 회상하며 말을 이어간 정수빈. '아기곰'은 소중한 경험을 몸에 익히며 어느덧 쑥쑥 자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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