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전지훈련 가면 세 끼 식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빨리 떠나고 싶어요."
대구가 고향인 두산 신인 이재학(19)은 잠실야구장 근처에 혼자 살고 있는데 개인 자율훈련 기간인 12월이 되면서 신경 쓰이는 일이 하나 생겼다. 끼니 해결이 큰 골치거리였던 것이다.
2010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0번, 두산에 2순위로 호명돼 입단한 이재학은 처음 팀에 합류해 이천 베어스필드에서 생활했을 당시엔 하루 세 끼 차려놓은 밥상(?)을 받으며 운동에만 전념하는 호사를 누렸다.
하지만 10월초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교육리그 참가 이후 자체 청백전 등을 치르느라 잠실(1군)에 출근(?)하면서 잠실야구장 근처에 안식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신천에서도 번화하지 않고 조용한 쪽에 방을 얻었어요. 당연히 월세죠. 2군으로 내려가면 이천에서 생활해야 하지만 당분간 야구장 근처에 집이 있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자유롭고 안락한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해 뿌듯하고 설레였지만, 이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대부분 아침부터 다 사먹어요. 제가 해먹을 때도 있지만 거의 사먹어요. 끼니 때마다 갖춰 먹어야 살도 찌고 몸에도 좋다는 생각에 먹는 데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편이죠. 이래저래 나가는 돈 많아요.(웃음)"
그러나 오는 17일부터는 이재학의 고충이 말끔히 해결된다. 일본 미야자키에 차려지는 스프링캠프행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선배 형들에게 '저 갈 수 있을까요? 못갈까요?' 하고 물었더니 여러 형들이 모두 '너는 200% 간다. 걱정마라'고 장담하셨어요. 매년 겪어오며 팀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는 선배들이 믿을 만했지만 확실한 건 아니라 기대반 걱정반이었죠."
지난 11일 두산은 6년 만에 유니폼을 교체하면서 포토데이 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행사에 나선 선수단에게 미야자키행 명단을 발표했다. 그 속엔 장민익, 이재학, 그리고 성남고-중앙대를 졸업하고 연습생으로 입단한 김동길(23, 내야수) 등 3명의 신인이 포함되었다. 다른 신인들과 달리 이 3명에겐 연초에 특별한 지시가 내려졌다.
"작년 연말엔 야구장을 닫아서 대구에 내려가서 학교(대구고)에서 연습하면서 지냈죠. 그런데 연초 3일인가, 갑자기 구단에서 연락이 왔어요. 올라오라고요. 아마 그 때 이미 (전지훈련 포함이) 정해진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다른 두산의 신인선수들은 KBO가 개최했던 신인선수교육 일정 전날인 6일에야 소집됐다.
"글쎄요... 막상 첫 번째 꿈을 이루니까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데, 좋죠. 계속 1군에서 살아남아 전지훈련도 따라가는 게 목표였거든요. 두 번째 꿈요?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는 거죠."
두산은 당초 2010 신인 드래프트 행사 이후 지명 배경을 밝히는 자리에서 전체적으로 지금이 아닌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1,2라운드에서 지명한 장민익-이재학이 예상 외로 당장 1군에서도 먹힐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자 이들의 성장과 발전에 남다른 정성을 기울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주변에서 그런 말 자주 들어요. (고창성과) 외모가 비슷하다고. 그런데 성격까지 닮았다는 말은 처음인데요. 같은 팀내 사이드암이니까 비교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 제가 보여드린 것도 없는데 자꾸 형과 비교하면 제가 좀 곤란해요.(웃음)"
고창성(26)과 웃는 모습이나 조곤조곤 속삭이는 듯한 말투, 그리고 외유내강형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다는 기자의 느낌을 전해듣곤 이재학은 배시시 웃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과 근력을 키워 장기 레이스에서 처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재학은 시즌 내내 부상 없이 보내고 싶다는, 선수들이 가장 흔히 말하지만 쉽지 않은 바람을 덧붙였다.
"이제 첫 관문을 어렵게 통과한 셈입니다. 게속 지켜봐 주세요. 아프지 않고 한 시즌 잘 보낼 수 있도록 몸 만들어 돌아올래요."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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