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졌던 컨디션이 바닥을 치고 서서히 올라오는 것일까. '가상의 그리스'로 생각하고 맞붙었던 핀란드를 상대로 한 오범석(26, 울산 현대)의 플레이는 허정무 감독에게 본선 경쟁력이 충분함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오범석은 18일 밤(한국시간)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핀란드와의 평가전에서 플랫4의 오른쪽 풀백으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2-0 승리를 이끌었다.
허정무호 출범 후 중용됐던 오범석은 러시아 프로축구 사마라FC에서 주전자리를 확보하는 듯했다. 200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이적해 30경기 중 27경기에 주전으로 나서는 등 맹활약했다.
같은 시기 대표팀에서도 오범석의 입지는 탄탄했다. 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과 최종예선 초기에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했고, 허정무 감독도 풀타임으로 기용하며 그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사마라FC에서 러시아의 로만 시스킨에게 밀리면서 잦은 결장이 이어졌고 경기력이 떨어졌다. 14경기 연속 결장으로 오범석의 팀 내 입지가 좁아지자 그를 선발하는 허 감독의 고민도 커졌다.
결국, 지난해 7월 오범석은 지속적인 출장으로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울산 현대로 컴백했다. 그 사이 대표팀 오른쪽 풀백은 최효진(FC서울), 차두리(SC프라이부르크) 등이 기용돼 시험받는 등 오범석을 서서히 압박했다. 이번 남아공-스페인 전지훈련에서는 이규로(전남 드래곤즈)까지 포함해 그의 자리를 위협했다.
그러나 베스트11의 윤곽을 잡겠다고 한 스페인 전지훈련 첫 경기 핀란드전에서 오범석은 골까지 기록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적절한 공격 가담으로 앞선의 노병준과의 연계 플레이를 이뤄냈다.
전반 39분 선제골은 오범석의 적극성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노병준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다 수비수와 경합 중 볼이 앞으로 튕겼고, 뒤에서 달려든 오범석이 수비수와 경합하면서도 중심이 무너지지 않고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야리 리트마넨 봉쇄에 중앙 수비진과 유기적으로 협력했다. 왼쪽 공격 루트가 봉쇄된 핀란드는 오른쪽 측면을 주로 파고들어 공격을 시도하며 해법을 모색해야 했다.
오범석이 살아나면서 대표팀의 오른쪽 풀백 경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오는 22일 라트비아전에서도 핀란드전만큼 해준다면 피 말리는 주전 싸움은 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는 5월 허정무 감독의 입을 통해서야 겨우 종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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