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허탈감에 빠진 상태였고 실수도 잦았다. 그래도 실력만은 여전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28일 새벽(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끝난 '2010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190.79점(쇼트프로그램 60.30, 프리스케이팅 130.49점)을 받아 2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24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130점대를 기록하는 등 점프 실수에도 불구하고 선전하며 1위 점수를 받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조금만 집중했다면 충분히 종합 1위에 오를 수도 있었던 것.
연습 부족으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130.49점은 시니어 데뷔 후 다섯 번째로 높은 점수다. 올림픽에서 얻은 150.06점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해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점수였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통해 김연아는 '제2의 김연아'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또 한 번 좋은 교훈을 남겼다.
숱한 부상 역경을 극복하며 한국 피겨 역사를 새롭게 썼던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올림픽이 끝난 뒤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라며 사실상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목표 의식을 상실하면 기본 실력이 좋아도 절대로 성적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올림픽이 끝나고 또 경기에 나선다는 게 두려웠다"라며 움츠러드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소극적인 자세는 경기에서 드러났다. 쇼트프로그램 두 번째 과제였던 트리플 플립에서 0.24점의 감점을 받더니 레이백 스핀에서는 충격적인 0점을 기록했다. 스핀 자세가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김연아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어진 스파이럴 시퀀스도 영향을 받았고 0.54점의 감점을 얻었다. 가산점 쌓기의 대가인 김연아에게는 어색한 장면이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프리플 살코에서 착지 실수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1.95점을 받는데 그쳤고 더블 악셀은 돌지를 못해 점수를 얻지도 못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으며 프리스케이팅 1위로 자존심 회복에는 성공했다. 자신이 원하던 '부담없이 즐기는' 스케이팅을 한 결과였다. 혼란스러움이 가중된 상태에서 마음가짐을 어떻게 다잡고 연기를 펼쳐야 하는지, 김연아는 또 한 번 후배들에게 좋은 모델이 돼줬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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