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던 치열한 선두 다툼에서 아쉽게 밀린 제주 유나이티드지만, 정규시즌 2위라는 값진 결과를 수확했다. 제주는 7일 열린 2010 K리그 최종전 인천과의 홈경기서 0-0으로 비겨 승점 59점이 되면서 이날 대전전 승리(2-1)로 승점 62점을 올린 FC서울에 1위를 내줬다.
비록 1위는 놓쳤지만,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제주발 돌풍이 이렇게 거셀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제주 유나이티드의 원동력 중 하나는 교수 출신 박경훈 감독의 꼼꼼한 지도력이었다.
제주는 지난 시즌 중도 사직한 알툴 베르날데스 감독의 후임으로 전주대학교 축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박경훈 감독을 야심차게 영입했다.
박 감독은 2007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청소년 월드컵에서 대표팀 사령탑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맛을 본 뒤 교편을 잡고 암중모색의 시간을 가졌다. 실패를 맛본 감독이었기에 누구보다 선수들의 심정을 잘 알았다.
제주는 2006년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 이전을 한 뒤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첫 해 전기리그 14위로 꼴찌였고 후기리그도 10위로 신통치 않았다. 이듬해 6강 플레이오프가 도입된 이후에는 11위를 시작으로 10위(2008년)-14위(2009년) 등 바닥에서 놀았다. 지난 10년을 살피면 박경훈 감독까지 총 7명이 제주의 사령탑을 거쳐갔다. 일관성 있는 팀 운영이 어려웠다는 뜻이다.
선수단 전반에 퍼진 패배주의는 독이 됐고 형편없는 팀으로 전락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제주로 이적하는 것은 꿈을 잃는다는 말이 돌기도 했을 정도다.
2007 시즌 종료 후 정해성 감독이 대표팀 코치로 자리를 옮긴 뒤 영입한 알툴 베르날데스 감독은 브라질식 축구를 표방해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듯했지만 이상에 그쳤다. 이방인 감독과 국내 선수 사이의 불화와 오해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임 감독들의 패착을 잘 알고 있었던 박경훈 감독은 제주 부임 후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구성원 대부분이 청소년대표 등 나름대로 이름께나 알렸던 선수들이지만 성인 무대에서 수준차이를 느끼고 일찍 포기하려는 선수들의 마음을 파고든 것이다.
연습 때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두려워하는 기술이나 내용을 설명해주고 자근차근 하라고 지시했다. 급하지 않게 자주 몸에 익혀야 실전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감독 스스로도 청소년대표팀 시절 선수들에게 다소 강압적으로 했다가 실패했던 기억을 하고 있어 더욱 조심스러웠다.
목표 의식도 수치화해서 구체적으로 선수들에게 제시했다. '한 달 승점으로 XX점을 벌겠다' 또는 '이번 달은 X승을 하겠다'는 식이었다. 감독의 목표 설정에 선수들은 자동적으로 움직였다. 공부하는 사령탑의 치밀한 로드맵이 표류하던 선수들을 이끈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 후 박경훈 감독은 "비록 정규리그 1위는 놓쳤지만 준비를 잘 해서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박 감독이 흥을 돋우고 있는 제주의 시원한 춤사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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