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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사퇴' 강원 최순호 감독, 담담하고 차분했던 고별전


[이성필기자] 정규리그 경기가 아닌 컵대회라는 성격에 날씨마저 쌀쌀해진 6일 오후 강릉 종합운동장. 지난 4일 강원FC 사령탑에서 전격 사퇴를 선언한 최순호(49) 감독이 이날 전남 드래곤즈와 컵대회 2라운드를 통해 고별전을 치렀다.

최순호 감독은 시즌 시작과 함께 강원이 4경기에서 무득점 4연패를 기록하자 고민 끝에 자진 사퇴 카드를 던졌다. 최 감독의 사퇴에 대해 꿈을 펼치지 못해 안타깝다는 반응과 무책임하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경기 전 최 감독은 생각할 것이 많았는지 취재진의 사전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강원FC 홍보팀 권민정 대리는 "오늘은 감독님이 끝나고 만나자고 부탁했다. 양해를 구한다"라고 말했다.

하필 이럴 때 강원을 만나게 된 전남의 정해성 감독은 껄껄 웃으며 "그냥 컵대회 두 번째 경기일 뿐"이라고 애써 상대 팀의 사정을 모른 척했다. 타이틀 하나가 아쉬운 전남 입장에서는 컵대회에서 2연승을 거둬 8강에 진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988~1989년 두 시즌 럭키금성에서 최순호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 감독은 "4경기 만에 사퇴 결정을 내릴 줄 몰랐다. 한국적인 정서를 고려하면 조금 예상 밖이다"라며 안타깝다는 심정을 밝혔다.

정해성 감독은 최순호 감독이 추구했던 아름답고 빠르며 재미있는 축구에 대해서 동의하면서도 "본인이 추구하는 이상대로 된다면 좋겠지만 어쨌든 프로는 결과로 말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며 결과에 책임질 수밖에 없는 감독으로서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냉혹한 현실을 외면하기도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수 입장과 함께 등장할 줄 알았던 최순호 감독은 한참 동안 그라운드에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선수가 입장할 때까지 기다렸다 뒤늦게 그라운드에 나선 최 감독은 정해성 감독과 악수를 하며 고별전에 대한 의식을 치렀다.

후임 감독으로 내정된 김상호 수석코치와 벤치로 천천히 걸어나온 그에게 사진기자들이 몰렸다. 검은색 롱코트를 입고 나선 최 감독은 사진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이어지자 "평소에는 많이 안 오더니 이럴 때 많이 왔어"라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였다.

그대로 벤치에 착석할 줄 알았던 최 감독은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강원 사령탑으로서 최종전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안경을 고쳐 쓴 최 감독은 그라운드를 물끄러미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런 최 감독을 향해 강원 서포터 나르샤의 응원이 들렸다. "최순호! 최순호!"를 연호하던 이들은 '감독님과의 행복했던 추억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난 4일 대전에 0-3으로 완패한 뒤 "최순호 뭐 하는 것이냐"라고 성토하던 팬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최 감독의 마지막 경기라는 사실과 상관없이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결정적인 장면이 나와도 최 감독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최 감독의 고별전은 조용히 흘러갔고, 0-0 득점 없이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가 끝난 뒤 최 감독은 선수들과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무거운 짐을 벗어던졌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가 흐르는 가운데 중앙원으로 이동해 관중을 향해 인사를 건넨 최 감독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지난 시간을 정리했다. 일부 선수는 흐느끼며 스승의 마지막을 보냈다. 최순호 감독은 관중석을 한바퀴 돌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조이뉴스24 강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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