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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대전의 레전드' 최은성, 쓸쓸한 은퇴


[이성필기자] "올해야 뭐 별일이 있겠어요?"

지난 2월 대전 시티즌의 전지훈련지인 제주도 서귀포에서 만난 유상철 감독은 무탈한 시즌을 기원했다. 매년 대전에서는 크고 작은 일이 벌어졌다. 사장 사퇴, 임직원 전원 사표, 주전급 선수 이탈 등이 쉬지 않고 일어났었기에 그저 무난한 시즌이 되기를 바란 것이다.

그런데 유 감독의 바람과 달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전에 벌써 대형 사건이 터졌다. 1997년 대전의 창단과 함께 입단해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고 464경기를 뛴 골키퍼 최은성(41)이 2월 29일까지 구단과 협상에 실패하며 사실상 타의에 의한 은퇴를 했기 때문이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최은성은 멕시코와 제주도 전지훈련을 모두 소화하며 여전히 대전의 한 축임을 알렸다. 지난해 승부조작으로 대전 주전급 선수가 구속 및 징계를 받을 때 "살려고 뛰었다"라며 이들의 짐을 모두 지고 눈물을 쏟아냈던 그였다.

동계훈련을 묵묵히 소화했던 최은성이었지만 연봉 협상에서는 구단과 이견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말 대략적인 합의를 했지만 계약서 사인은 미뤄두고 있었다. 구단 협상관계자가 사인을 계속하라고 요구했고 최은성은 지난해보다 조금 삭감된 연봉에 각종 옵션이 포함된 성과급까지 제외되자 충격을 받았다.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대접이 엉망이었던 것. 이에 최은성은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사인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구단 측에서는 최은성의 마음에 의심을 품었고 그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일부 선수에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제주 전지훈련에서 복귀한 뒤 구단은 최은성에게 삭감된 연봉을 다시 한 번 제시하며 사인을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김광희 사장은 최은성을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최은성은 "직접 나를 불러서 따뜻한 한마디라도 해줬으면 다 수긍했을 것이다. 전임 사장님들도 그런 식으로 해줬다"라며 "하지만, 김 사장은 나를 (선수등록 마감일에) 딱 한 번 봤다. 보자마자 '보기도 싫고 할 이야기도 없다'라며 문전박대를 했다"라고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아내가 참고 한 번 만나보라고 해서 간 거였다. 내가 도대체 뭘 얼마나 잘못했기에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은퇴식은 원하지도 않는다. 뒤에서 나를 나쁜 사람 만들어놓고 계약 운운하는 것 자체가 기가 막혔다. 나에 대한 나쁜 말을 했다고 들었다. 만약 1년을 그렇게 뛰었다면 더 비참해질 것 같아서 마음을 정리했다"라고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최은성은 협상 결렬 뒤 대전 서포터가 운영하는 가게에 들러서 은퇴를 알렸다. "한 팬이 '다른데 가서 빨리 계약하고 뛰라'는 말을 했지만 그럴 수는 없다. 대전에서 쭉 뛰어오지 않았느냐"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향후 구단에서 은퇴식이나 코치직을 제의해도 절대로 응하지 않을 생각이다.

최은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A모 선수는 "평소 (최)은성이 형의 생활을 보면 절대로 무리한 요구나 나쁜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선수들도 다 알고 있다. 당시에는 소문은 소문으로만 묻어뒀다. 대신 '최은성이 사인할 거니 너희도 사인해라'는 식의 구단 태도는 황당했다"라고 토로했다. 현재 선수단 분위기는 겉으로는 활발하지만 속은 급격히 경직됐다.

최은성 외 다른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도 지지부진했다. 통상적으로 연봉 협상을 마친 뒤 선수들과 전지훈련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대전은 제주도 전지훈련 중 4명 정도와 협상을 마쳤을 뿐 나머지 선수와는 등록이 임박해서야 마치거나 임의 계약 후 연장 협상하는 방식을 택했다.

B모 선수의 대리인은 "말 한마디만 이상하게 해도 꼬투리를 잡아서 협상 자체가 진척이 안됐다. 선수는 이 정도면 된다고 하는데 구단에서는 그보다 더 깎으려고 해서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객관적인 데이터도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유상철 감독은 아직 최은성에게 연락도 못했다. 구단 경영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다 개막전을 앞두고 있어 여유조차 없다. 유 감독 역시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려다 금전적인 차이로 불발된 경우가 있어 최은성 은퇴 사태에 쓴웃음만 삼키고 있다. 대전 관계자는 "특별하게 드릴 말이 없다"라며 입을 다물었다.

대전은 지난 2009년에도 주장으로 선임했던 김길식과 적은 돈 차이로 계약을 해지한 경험이 있다. K리그 개막을 사흘 남겨놓고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김길식도 정규리그를 앞두고 최은성과 똑같은 선택을 했다.

당시에도 구단 경영진의 협상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간에서 김호 감독이 중재를 시도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김길식도 구두 계약을 해 프로연맹에 선수등록을 한 뒤 재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은퇴의 길에 올랐다. 주장다운 대우를 받지 못했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3년 전 일이 그대로 반복된 셈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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