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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곡리의 아이들' 황진산이 부르는 '대전 부활 찬가'


[이성필기자] 고교시절 울산에서는 꽤 알아주는 미드필더였다. 지역 축구인들은 울산에서 간만에 인재가 배출됐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현대고 재학시절 연고지 프로팀 울산 현대에 우선지명됐고, 2008년 졸업 후 바로 K리그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그 해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며 이름뿐인 프로가 됐다. 황진산(23) 이야기다.

자존심을 버리고 택한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1군 4경기 출전이 전부, 나머지 모든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그저 이를 악물고 버티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누구나 비슷한 과정을 겪지만 대전의 '상큼이'로 거듭난 황진산에게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황진산은 연봉 1천2백만원의 불안정한 신분으로 대전의 유니폼을 입은 뒤 생존을 향한 처절한 싸움을 시작했다. 대전에서의 저연봉은 언제든 재계약 불가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악바리 근성을 발휘하며 서서히 기회를 얻었고 2010년 18경기에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31경기를 뛰며 2골 2도움을 기록, 완벽하게 1군에 뿌리내렸다. 미드필더로 왕성한 활동력과 공격 연결을 해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유상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 감독은 황진산을 올 시즌 측면 공격수로 활용, 브라질 출신의 레우징요와 경쟁시킬 예정이다.

주전으로 거듭난 2011년이었지만 황진산에겐 절대 잊을 수 없는 한 해이기도 했다. 승부조작 파문으로 동료들이 대거 팀을 떠난 뒤 그에게는 기회 아닌 기회가 왔다. 5월 29일 전북 현대전에서는 골을 넣은 뒤 '신뢰로 거듭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적인 현수막을 들고 세리머니를 하며 대신 팬들에게 사과했다. 그가 저지른 일은 아니었지만 책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우리팀의 많은 선수가 떠났고 나 스스로도 깨우친 것이 많았다. 정직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맞다. 경기를 잘하는 것이 최선 아니겠느냐"라며 아픔의 시간들을 되짚었다.

아직까지 팀의 '주축'은 아니라며 겸손함을 보인 황진산은 올해 제대로 팀에 기여해보겠다며 욕심을 내고 있다. 애석하게도 1월 멕시코 과달라하라 전지훈련에서 현지 프로팀과 연습경기 중 왼쪽 콧등 안쪽 부근을 가격당해 부상을 당하면서 운이 따르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자칫 시즌 초반에 나서지 못할 수 있지만 유 감독은 그를 제주 전지훈련지로 불렀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를 시즌 내내 활용하겠다는 뜻이었다. 부상 때문에 치료에 전념하느라 한동안 몸 관리를 안 했더니 체중이 4kg이나 불어난 황진산은 자전거를 타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의 체중 증가를 단박에 알아챈 유 감독이 "씨름 선수냐? 체중부터 감량해"라며 쏘아붙여 정신이 바짝 들었다. 70kg에서 74kg로 늘었지만 지구력이 요구되는 축구에서는 몸 관리 부실이 곧 기량 저하라는 유 감독의 경고였던 것. 황진산은 "울산 시절에는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시간만 흘려보냈죠. 대전에서는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확실하게 팀에 기여하겠다는 생각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거액을 받고 성남 일화로 떠난 단짝 김성준은 자극제가 됐다. 김성준과는 대전의 숙소가 있는 공주시 반포면 국곡리의 지명을 따 '국곡리의 아이들'로 불린다. 둘 외에도 미드필더 이현웅이 국곡리 아이들의 주축이다. 김성준의 이적으로 해체 위기에 몰렸지만 다시 바로세워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팀 분위기가 전과 비교해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황진산은 "부상자들도 대부분 복귀했고 해보자는 의욕들이 대단하다. 주변에서 강등 1순위라고 하는데 자존심도 있고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팀 생존을 위해 작은 밀알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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