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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버린 드로겟, 전북은 웃는다


[이성필기자] 그동안 전북 현대에서 에닝요, 루이스 두 외국인의 비중은 상당했다. 전력의 절반이라 불릴 정도로 큰 경기마다 공헌하며 전북에 두 번의 정규리그 우승컵을 안겨다 줬다.

그런데 올 시즌 이들의 부담을 덜어 줄 외국인 선수가 등장했다. 긴 머리에 헤어밴드를 착용해 팬들 사이에서 '드로 언니'로 불리는 전 칠레 국가대표 미드필더 드로겟(30)이 그 주인공이다.

드로겟은 지난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K리그 14라운드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12경기째 나서 5골 5도움을 기록했다. 전북은 수원전 9경기 무패(5승4무)를 이어가며 천적임을 과시했다.

전반 5분 드로겟은 이동국의 패스를 발재간 한 번으로 수비를 속이며 넣었다. 수원의 오프사이드 함정을 절묘하게 피해 뒷발로 볼을 잡은 뒤 한 번의 동작으로 왼발 슈팅해 골망을 갈랐다.

후반 27분에는 이동국의 헤딩 패스를 놓치지 않고 빠른 왼발 슈팅으로 골키퍼 정성룡을 장승처럼 만들었다. 수비가 좌우에 두 명이 있었지만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왼발 에닝요'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활약을 한 드로겟은 올 시즌 이흥실 감독대행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팀 합류가 늦어지면서 컨디션 조절에도 애를 먹었다. 초반 두세 경기만 해도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남미 특유의 흥겨움이 살아나면서 기량도 폭발했다. 교체 출전도 선발로 전환됐다. 전북이 고민하던 왼쪽 측면의 적임자를 찾았고 '좌 드로겟 우 에닝요' 체제가 완성됐다. 드로겟 덕분에 자리를 못잡던 서상민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되는 등 연쇄효과가 일어났다.

드로겟의 활약은 스스로 과거의 명성을 버리고 팀에 녹아든 결과다. 그는 2006년 칠레 국가대표에 데뷔해 13경기에 나선 경력이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남미예선도 뛰는 등 나름 이름값이 있는 인물이다.

과거의 활약만 믿고 무리한 플레이를 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골욕심을 부리기보다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플레이를 한다. 생활 면에서도 국내 선수와 잘 어울리기 위해 노력한다.

전북 관계자는 "타국에서 생활하느라 힘들 텐데 한국 음식에도 무난하게 적응하는 등 고마운 장면이 보인다. 특히 삼겹살을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모든 선수들의 꿈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나는 경험을 해봤다. 만약 칠레에서 다시 국가대표 제의가 와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현재의 팀을 위해 열심히 뛰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재치도 넘쳤다. 드로겟은 멕시코 명문 크루스 아술에서 임대 영입된 상황이다. 그는 "팀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어서 전북에서 나를 완전 영입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어느새 녹색전사가 다 된 드로겟이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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