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정)근우가 놓치면 그건 못 잡는 공이야." 좀처럼 보기 힘든 수비 실책이 나와도 마운드에 선 투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가 가는 수비 실책', SK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SK의 올 시즌 1위 순항 비결로 가장 먼저 탄탄한 수비력을 꼽는다. 송곳같은 정확한 송구, 바운드를 예측해 한 발 먼저 움직이는 기민한 플레이는 SK 야구의 기본이다. 최강 수비력은 32승 1무 23패의 성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의 든든한 밑바탕이다.
18일 현재 SK의 팀 실책은 8개 구단 중 가장 적은 23개다. 최다 실책은 LG의 49개다. SK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SK는 2008년 리그서 가장 많은 102개의 실책을 범했다. 이후 2009년 94개, 2010년 81개로 점차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68개까지 줄였다.
김강민은 폭넓은 외야 수비 덕분에 '짐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 김강민도 인정한 팀 수비수가 3루수 최정이다. 김강민은 "최정은 '벽'이다. 3루로 간 공은 무조건 잡히니까. 내가 봐도 잘하는데, 다른 팀은 어떻겠나"라며 웃었다.
단순히 호수비 정도가 아니다. "타자 측면에서 보면, 제대로 맞은 공이 호수비에 잡힌다. 우리는 단순히 아웃카운트를 하나 늘린 것뿐인데, 상대는 아니다. 안타가 무산되니 타율이 떨어진다. 다음 타석에서 안타를 못 치면 '그게 안타가 되었어야 했는데'하는 자책을 한다. 다음 타석에서 또 못 치면 '첫 타석부터 말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그날 경기는 접는 거다." 상대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 이 말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정경배 수비코치는 선수들의 플레이에 감탄하곤 한다. 경기 중 좌우 이동 지시가 거의 없을 정도로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정 코치는 "데이터를 확인한 뒤 수비 위치 이동 지시를 위해 고개를 들면 이미 선수들이 그 자리에 가 있다. 투수의 그날 컨디션에 따라 수비 위치를 스스로 수정한다"고 전했다.
그동안 SK가 많은 훈련량으로 동물적인 수비 감각을 익혀왔다면 올 시즌을 앞두고 치른 스프링캠프서는 기본에 집중했다. SK 야수들은 조 알바레즈 코치의 지도 아래 맨손으로 공을 잡는 연습을 했다. 정 코치는 "굴러 온 공을 글러브가 아닌 맨손으로 잡는다. 글러브보다 훨씬 작은 손으로 잡아야 해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훈련이다. 시즌 들어 훈련의 성과를 확실히 느낀다"고 설명했다.
최정은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훈련한다. 일부러 스타트를 늦게 한다든지, 바운드를 만들어 잡는 식이다. LG에서 이적해온 포수 조인성은 "훈련을 응용해서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경기서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놀라워했다.
포수로서 느끼는 팀의 강점도 있었다. 조인성은 "탄탄한 수비 덕분에 볼 배합이 달라지기도 한다. 더블플레이를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상대 타자와) 빠른 승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투지도 철벽 수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김강민은 "글러브에 닿는 공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배웠다. 어려운 공이든 쉬운 공이든, 내 수비 범위에 들어온 공은 놓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SK 전력분석원을 지낸 김정준 SBS ESPN 해설위원은 "SK의 수비는 혹독한 연습 덕분이다. 기본을 제대로 잡아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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