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김연경의 이적문제를 두고 선수와 소속구단이 맞대결하는 모양새가 됐다. 서로 감정싸움으로 얼굴을 붉힐 수 있는 상황까지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연경의 소속팀 흥국생명은 지난 2일 2012-13시즌 한국배구연맹(KOVO) 등록 선수 마감시한에 맞춰 그를 임의탈퇴선수로 공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흥국생명은 연맹규정에 따라 완전이적이 아닌 임대 신분인 김연경에 대해 규정위반을 들어 임의탈퇴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구단과 연맹 규정상 김연경에 대해 강수를 꺼내들 수 있는 소지는 충분하다.
V리그에서 실력을 입증한 김연경은 국제적 스타로 발돋움, 지난 2009-10시즌 흥국생명과 자매결연한 일본 V 프리미어리그 JT 마블러스로 '임대'됐다. 김연경은 2010-11시즌이 끝난 뒤 일본을 떠나 터키리그 페네르바체로 옮겼다. 그런데 이 때도 완전이적이 아닌 일본에 진출할 때와 마찬가지인 임대 신분이었다.
김연경 문제는 임대냐 아니면 완전이적이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2011-12시즌 김연경이 터키리그에서 뛰고 있는 도중 개인적으로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은 데서 양쪽의 입장이 엇갈린다.
흥국생명은 연맹 규정을 근거로 원 소속팀의 동의 없이 선수 개인이 대리인(에이전트)과 계약을 한 뒤 해외리그 이적을 추진하는 게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연경과 에이전트측 입장은 다르다.
규정을 떠나 직업선택의 자유를 들어, 그리고 지난달 30일부로 흥국생명과 계약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사실상 해외 이적에 있어 자유계약선수(FA)와 마찬가지 신분이라는 주장이다.
김연경은 연맹규정상 FA 자격을 얻기 위해선 V리그에서 6시즌을 보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일본과 터키에서 보낸 3시즌을 제외하고 국내리그에서 4시즌을 보냈다. FA 자격을 얻으려면 두 시즌을 더 국내에서 뛰어야 한다.
김연경과 에이전트는 임대가 아닌 완전 이적을 추진 중이다. 여기서 서로의 이해 관계가 차이가 난다. 구단은 지난 세 시즌 동안 임대로 해외 팀에서 뛰었고 이 때문에 2012-13시즌 역시 일단 임대로 해외 리그에서 뛰는 건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2일 발표한 보도자료와 '조이뉴스24'와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대의적으로 흥국생명으로 복귀가 아닌 해외에서 뛰는 것에 대한 합의는 서로 얘기를 끝냈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지만 구단은 연맹 규정을 들어 선수 개인이 에이전트와 계약을 한 뒤 임의대로 해외 구단 이적을 추진하는 건 경우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에게 현재 에이전트와 계약 해지를 하라고 요구하는 입장이다.
반면 김연경이 계약을 한 에이전트측은 2일 '조이뉴스24'와 전화 통화에서 "(김연경과 대리인 계약을 맺은 뒤부터)구단과 만나 서로 얘기를 나누자고 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얘기했다. 에이전트측의 주장에 따른다면 흥국생명에게 김연경 이적 문제에 대해 대화를 갖자고 했으나 그런 자리 자체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임대 신분인 선수가 구단 동의 없이 임의대로 에이전트를 고용해 이적을 추진했다는 부분 자체가 문제"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김연경 에이전트측은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가정 아래 법률적으로 충분히 자문을 구했고 대비를 했다"며 "연맹 규정은 로컬룰일 뿐이다. 지난 6월 30일부로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계약기간은 만료됐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이적엔 걸림돌이 없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그 부분에 서로 입장 차이가 있다"며 "그렇지만 김연경은 일본과 터키리그에서 뛸 당시 분명히 임대선수 신분으로 갔다"며 팀에서 소속 선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건 선수나 구단 모두 마찬가지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임의탈퇴선수로 요청을 했다고 해도 (김)연경이를 내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며 "우리도 대의적인 측면에서 해외리그에서 김연경의 선전을 바란다"고 했다.
김연경의 에이전트측은 "지난 3월 말 선수와 대리인 계약을 맺은 뒤 수 차례 흥국생명과 대화를 해 서로 좋은 쪽으로 매듭을 짓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러나 구단에서 일방적으로 대화를 피했고 선수에게 에이전트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고 얘기했다.
한편 김연경의 에이전트측은 흥국생명이 요청한 임의탈퇴신분 공시 요청에 대한 반박자료를 3일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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