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미안한 마음만 앞선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박종윤은 한 쪽 눈이 잘 떠지지 않고 시야가 불편했다. 주위에서는 만류했지만 그는 동료 선수들과 함께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섰다.
박종윤은 지난 2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 2회초 1사 후 타석에 나왔다. 전날 치른 SK 와이번스전에서 자신의 수비 실책이 패배로 이어지는 바람에 마음은 무거웠다. 넥센전을 앞두고 양승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은 어깨가 축 처진 박종윤에게 '괜찮다'며 격려했다. 이날은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던 박종윤은 넥센 선발 김병현을 상대로 꼭 출루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불운이 찾아왔다. 김병현이 던진 4구째 배트를 휘둘렀는데 공은 그라운드를 강하게 튕기고 박종윤의 왼쪽 얼굴에 맞았다. 왼쪽 눈 바로 아래 부분이었다. 조금만 더 위쪽으로 공이 맞았다면 큰 부상이 될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박종윤은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응급조치를 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간 뒤 교체됐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코피를 쏟았다. 공에 맞은 충격 때문이다. 다음날 오전 숙소에서 일어난 뒤에도 또 한 번 출혈이 있었다. 이를 보고받은 코칭스태프는 박종윤에게 담당 트레이너와 함께 병원에 가라고 했지만 '팀과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푹 숙인 그는 선수들과 함께 LG와 경기가 예정돼 있는 잠실구장으로 왔다.
그러나 박종윤은 훈련을 하던 도중 통증이 계속되자 결국 한양대병원으로 이동해 CT촬영 등 정밀검사를 받았다. 검진 결과 왼쪽 눈 바로 아래쪽 광대뼈가 부분 함몰되고 실금이 간 걸로 확인됐다. 부상 부위의 부기가 빠진 뒤 김정태 박사의 집도아래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롯데 관계자는 "정확하 수술날짜와 결장 기간은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상 남은 정규시즌 출전은 힘들게 됐다"고 박종윤의 상태를 알리며 "하지만 포스트시즌에는 복귀가 가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지난 2009년 4월 23일 SK 와이번스전에서 조성환이 투구에 맞아 왼쪽 광대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을 때 수술을 맡았던 담당의다.
박종윤은 지난해까지 팀의 주전 1루수였던 이대호(오릭스)가 일본으로 떠난 뒤 그 자리를 맡았다. 이대호와 견줘 타격 능력이 모자랐지만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첫 풀타임 시즌을 맞아 나름대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최근 치른 7경기에서 1무 6패로 슬럼프에 빠져있는 롯데는 박종윤 외에 강민호, 김주찬, 쉐인 유먼 등이 줄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남은 정규시즌 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도 큰 부담을 안게 됐다.
20일 SK전서 홈에 들어오는 주자를 막다 '충돌사고'를 당한 강민호는 20일 넥센전까지 팀에 있었지만 결국 부산으로 먼저 내려가 팀 지정 병원에서 다시 검진을 받게 됐다. 김주찬은 왼쪽 무릎이 좋지 않아 정상적으로 경기 출전이 힘든 상황이고 유먼도 20일 넥센전 투구 도중 왼쪽 엄지 발가락을 다쳤다. 부상 부위의 부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에 검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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