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선배' 이안 감독, 韓 감독들에 뼈있는 조언

[권혜림기자]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과 '색,계' 등을 연출한 이안 감독이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아시아 출신 감독으로서 할리우드 진출을 앞둔 한국 감독들을 향해 뼈 있는 조언을 전했다.

5일 서울 여의도 IFC몰 CGV에서 열린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프리젠테이션에 참석한 이안 감독은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며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된 것은 그들이 영어를 잘 해서가 아닌, 자국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선배로서 조언을 하자니 내가 나이가 무척 많은 것 같다"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그는 "제작 스타일이나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점을 유념하고 의사소통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작은 생각도 말로 하며 사람들을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물론 종종 뒤에서 조용히 이야기하는 동양적 방법도 수반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나도 불편했지만 할리우드 제작 방식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안 감독은 박찬욱, 김지운 등 한국 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박찬욱, 김지운 등 한국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잘 될 것이라 본다"며 "영화는 서양에서 생겨 동양으로 전달됐지만, 그것이 반복적이고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다면 할리우드 역시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동양 감독으로 아시아에서 자라 그 문화권에서 자랐지만 할리우드 문화를 보며 성장했다. 지금은 동양 감독으로서 순수한 의지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안 감독은 "서양의 영화 언어에 동양적인 것을 가미해 신선하고 새로운, 공기나 바람과 같은 것을 동양 문화와 함꼐 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생각보다 할리우드는 장벽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였다. "할리우드에 진출해야만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이안 감독은 "재밌는 영화는 영어로든 아니든, 할리우드 밖에서도 많이 제작된다"며 "중요한 것은 어디서건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바다 한 가운데 좁은 구명 보트에 호랑이와 함께 남게 된 소년 파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파이는 배에서 발견한 생존 지침서를 바탕으로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법을 습득하게 된다. 얀 마텔의 스테디셀러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했으며 '브로크백 마운틴' '색계' '와호장룡'의 이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3D 기술을 활용해 바다와 호랑이라는 소재를 실감나게 그렸으며 오는 2013년 1월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