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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이정재, 소모되지 않고 폼 나게 성장했다"(인터뷰②)


"꽃미남 배우들, 청춘 아이콘으로만 소모돼선 안 돼"

[권혜림기자] 배우 최민식이 신작 '신세계'로 1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 지난 2012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변함 없는 연기력으로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고루 얻었던 그는 '신세계'에서 생애 첫 현직 경찰로 분한다.

최민식이 연기하는 강과장은 조직폭력배 소탕에 중독된 듯 매달리는 인물. 국내 최대의 기업형 범죄 조직 골드문의 핵심 인물들을 검거하기 위해 직접 작전을 짜고, 경찰 이자성(이정재 분)을 조직에 잠입시키는 캐릭터다.

지난 8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최민식은 함께 작업한 후배 배우 이정재와 황정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우 이정재를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최민식은 "(적극적인 캐스팅 노력에) '제작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며 "솔직히 다른 라인업도 있었지만 자꾸 (이)정재가 떠오르더라"고 웃어보였다.

"이자성이 정재의 캐릭터가 된 건, 인연이었기 때문이에요. 드라마에 캐스팅돼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황이었다는데, 제가 '일 하나 같이 하자. 생각 있으면 빨리 연락 달라'고 제안을 했죠. 이틀 뒤에 '(시나리오를) 잘 봤다'고 연락이 왔어요."

신분을 숨기고 골드문에 투입된 이정재는 조직의 중간 보스 정청(황정민 분)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으며 실세로 성장한다. 작전의 수렁에 끊임없이 빠져들며, 자성은 자신을 믿어주는 정청과의 인간적 유대와 경찰이라는 본래의 신분 사이에서 방황하게 된다. 애초 약속한 범위를 자꾸만 넘어서는 강과장의 지시 역시 자성을 갈등 속으로 밀어넣는다.

"이정재가 처음엔 정청과 강과장의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막막했을 거에요. '가만 있어봐라. 이건 정말 왔다리갔다리잖아' 싶었겠죠. 저는 오히려 거기서 고민하는 이정재의 얼굴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이정재가 마흔이 됐고, 수트를 멋지게 입은 채 스크린에 등장하죠. 그런 '폼 나는' 배우의 고뇌에 찬 모습이 화면에 꽉 차잖아요. 근사했어요. 우리가 원하던 그림이었죠."

최민식은 "이정재가 '태양은 없다'나 '태풍'에서와는 또 다르게 '신세계'에서 깊이 있게 묵직한 분위기로 남성성을 풍기지 않냐"며 "그런 배우를 한국 영화에서 별로 본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아끼는 후배를 향한 그의 극찬은 이어졌다.

"청춘 아이콘으로만 소모되는 배우들도 있는데 그래선 안 돼요. 물론 우리는 쉽게 지치고 싫증을 내죠. '꽃미남'들이 얼마나 많아요. 하지만 이정재는 소모되지 않고 폼나게 나이를 먹었어요. 그 친구들(새로운 '꽃미남' 배우들)도 '나도 이정재처럼 돼야지'하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이날 그는 깍듯한 예의와는 별개로, 작품을 함께 했을 때 시너지가 날 법한 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도 알렸다. "이정재가 그렇다는 건(예의가 없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문을 연 그의 논리는 꽤나 흥미롭게 들렸다.

"싸가지가 없으면 어때요. 술 마시고 동료를 때리거나 하는 정도가 아니면.(웃음) 철저하고 냉정하게 말해, 배우들끼리도 비즈니스 파트너에요. 아무리 인간성이 좋아도 연기가 괴발개발이면 안 되죠. 싸가지가 없는데 연기를 잘 한다면, 서로 알아가면서 좋은 면을 보면 되고요. 물론 정재는 제가 직접 연락을 했듯 평소 선배들에게 좋은 모습들을 보였으니 프러포즈를 받았던 경우에요."

정청 역의 황정민은 영화 '달콤한 인생' 속 악역 백사장을 연상시키는 개성 강한 연기로 관객을 만난다. 정청은 백사장에게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인간미와 아이같은 장난기까지 더해진 인물. 껄렁껄렁한 어투로 실감나게 사투리를 소화한 그를 최민식은 "그간 근질근질 했을 것"이라고 웃으며 언급했다.

"이런 걸 한 번 할 때가 됐죠. 난 황정민만 나오면 웃음이 나더라고. 정민이 장면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은,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나서) 비가 오는데 물에 세수를 하고 가글을 하는 장면이에요. 뒷모습을 롱샷으로 보여주는데 거기 정청의 심리가 그대로 담겼어요."

최민식에 따르면 이는 애초 대본에 없었던 설정이다. 황정민이 정청을 연기하며 현장에서 표현해 낸 장면인 셈이다. 최민식은 "그러니까 좋은 배우인 것"이라며 "디렉션대로만 가면 재미가 없지 않냐"고 황정민의 순발력에 감탄을 표했다.

"'좌향 좌 우향 우'만 하면 재미가 없죠. 황정민의 연기 같은 게 창작이에요. 장면의 마지막 감정선을 그렇게 정리하는 것. 대본이 배우들의 손에 쥐어져서 배우의 몸을 통해 재창작 되는 거죠."

이날 그는 전작 '혈투'가 흥행에 실패한 뒤 다시 메가폰을 잡은 박훈정 감독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훈정 감독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시나리오 작가로 주목받았던 인물. 최민식 역시 '악마를 보았다' 속 연쇄 살인마 역을 실감나게 소화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박 감독이 첫 작품을 시원하게 말아먹었죠.(웃음) 그래봤으니 이렇게 찍게 된 거에요. 그러니까 신인 감독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거고요. '악마를 보았다' 당시부터 박 감독에게 괜히 호감이 갔어요. 그 친구를 몰랐지만, 글이 참 괜찮았거든요. 하나를 말아먹었다고 해서 끝나는 건, 영화계 전체를 봐서도 좋지 못한 것 같아요."

최민식은 "투자 환경이 냉정하지만 어쩌다 시행 착오를 겪어도 진득하게 믿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며 "창작이나 문화 사업에 있어서는, 싹수가 있고 '물건'이 될 사람이라면 믿고 밀어주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훈정 감독이 연출을 맡고 최민식·이정재·황정민·송지효·박성웅 등이 출연하는 영화 '신세계'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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