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아들놈 맡겨놓고 자주 인사도 못오네."(경찰청 유승안 감독)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몇 명을 맡겨놨는데요."(LG 김기태 감독)
비슷한 입장에 놓인 경찰청 유승안 감독과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이 만났다. 28일 경찰청과 LG의 잠실 연습경기를 앞두고 유 감독이 김 감독을 찾아온 것이다.
유 감독이 먼저 "한 2년만에 보네"라며 "아들 맡겨놓은 학부형이 인사도 못 온다"고 농담 섞인 인사를 건넸다. 김 감독도 "무슨 말씀이시냐"며 "우리는 몇 명을 맡겼고, 앞으로도 계속 맡겨야 하는데"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마치 학교에서 담임교사와 학부형이 나누는 대화와 비슷하다. 두 사령탑의 입장도 담임교사-학부형의 관계와 닮은 구석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상대에게 식구를 맡겨놓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LG의 우완투수 유원상은 유승안 감독의 아들이다. 지난 시즌부터 불펜 필승조로 두각을 나타내며 LG에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반대로 LG는 경찰청에 총 6명의 선수를 입단시켰다. 김 감독의 말대로 앞으로도 LG 선수들에게는 경찰청 입단의 기회가 열려 있다.
두 감독이 담소를 나누는 사이 LG 출신 경찰청 소속 6명의 선수 윤지웅, 이영재, 백창수, 김재율, 나성용, 강병의가 감독실을 찾았다. 원 소속팀 사령탑인 김 감독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반갑게 이들을 맞으며 잘 지냈느냐는 안부를 물었다. 6명은 경찰청 선수들답게 우렁찬 목소리로 단체 거수경례를 해 대답을 대신했다. 이를 본 유 감독은 "나한테는 인사도 안 하는 놈들이 저희 감독이라고 찾아온 것 좀 보라"며 농담을 건넸다.
6명이 돌아간 뒤 두 감독은 대화를 이어갔다. 먼저 김 감독이 유 감독의 아들인 유원상의 이야기를 꺼냈다. WBC에 참가한 뒤 돌아와 컨디션이 안 좋다 최근에야 등판한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 감독은 "예상보다 공이 빨라서 깜짝 놀랐다"며 "시속 138㎞쯤 나올 줄 알았는데 초구에 143㎞이 나오더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유 감독은 "아프지는 않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이번에는 유 감독이 LG 출신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주욱 늘어놓았다. 유 감독은 "백창수가 좋아졌고, 이영재도 이제 제구가 된다. 이영재는 오늘 올릴테니 보라"며 "당장 써먹지 않을 선수들은 빨리빨리 군대에 보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나성용에 대해서는 "방망이 능력이 있어 포수를 안 하는 것이 낫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 감독은 김 감독에게 "오늘 왼손 투수만 계속 올릴 거야"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실제 이날 경기에는 '에이스' 장원준을 포함해 경찰청 좌완 4명이 등판해 LG 타자들을 상대했다. 개막전부터 상대팀 좌완 선발투수를 계속해서 상대할 가능성이 높은 LG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다.
조이뉴스24 잠실=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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