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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고 싶어요"…못말리는 두산 타선, 누가 멈추나


1년만에 최강 공격력 탈바꿈…주말 시리즈 승리의 요인

[김형태기자] "도대체 피해갈 구석이 없어요. 나오는 타자마다 무시무시하니 어떻게 던져야 할지 막막할 정도예요."

한 수도권 구단 투수의 푸념이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 타자들이 가장 상대하기 껄끄럽다는 그는 "솔직히 말하면 두산전에는 안 나갔으면 마음도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가 좀처럼 식을줄 모른다. 심심치 않게 두자릿수 안타와 득점을 기록하며 상대 마운드를 난타하기 일쑤다. 구단 내부에서조차 "작년보다는 나을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는 말이 나온다.마운드가 다소 흔들려도 경기당 4∼5점은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간다. 웬만큼 점수를 허용해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섣불리 승패를 예단할 수 없다. 평균 3시간 25분으로 9개 구단 가운데 경기 시간이 가장 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26∼28일 잠실에서 열린 LG와 홈3연전은 두산 타선의 무서움이 한껏 발휘된 시리즈였다. 3경기에서 합계 41안타 27득점으로 '방망이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올 시즌 팀타율 팀득점 볼넷 출루율 장타율 부문 모두 1위를 달리는 이유를 한껏 과시했다.

26일 시리즈 1차전서 엄청난 난타전 끝에 15-12로 승리하더니 27일 경기에선 2-9로 패색이 짙던 9회말 LG의 철벽 마무리 봉중근을 두들겨 6안타 3득점하는 폭발력을 과시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상대의 간담이 서늘해진 순간이었다.

28일 경기에서도 두산 타선의 폭발력은 단연 돋보였다. 특히 0-2로 뒤진 3회말에만 모두 12명의 타자가 나와 4안타 사사구 3개 등을 묶어 단숨에 7득점하는 무서운 집중력을 과시했다. 그것도 LG의 에이스인 리즈를 상대로 정신없이 몰아붙인 결과였다.

2회까지 호투하던 리즈의 갑작스런 난조를 틈타 양의지와 김재호가 연속 볼넷으로 멍석을 깔았다. 이종욱의 희생번트를 잡은 LG 포수 윤요섭이 1루로 던진 게 이종욱의 머리를 맞고 우익수 쪽으로 흘러 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이어진 무사 1,3루에서 오재원의 2루땅볼로 경기를 뒤집더니 김현수의 중전 적시타로 리드폭을 벌렸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선 양의지가 2타점 좌전안타, 김재호는 1타점 우전안타를 정신없이 쏟아냈다. 3회가 끝나자 스코어는 7-2로 크게 뒤집혔다. 물론 LG 내야진의 판단 미스에 따른 실책이 있었지만 두산 타선의 활화산 같은 기세가 경기를 뒤집은 셈이었다.

29일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두산 타자 5명 가운데 3명이 타격 10걸에 포진해 있다. FA 시즌을 맞아 무섭게 안타를 치고 있는 이종욱(0.326)이 4위, 그 뒤를 김현수(0.317)가 뒤쫓고 있다. 올 시즌 '깜짝 스타'로 떠오른 민병헌(0.309)도 10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까지 주전 자리를 굳히지 못했던 선수들의 활약상도 무시 못한다. 백업 내야수 정도로만 여겨졌던 김재호는 45경기서 타율 3할5리로 하위 타선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발장타력이 돋보이는 이원석 또한 26∼27일 연속 홈런을 치는 등 38경기서 타율 3할1푼2리 3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정수빈도 타율 3할8리에 도루 17개로 힘을 보태고 있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팀 타선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달리진 원인 중 하나로 주장 홍성흔의 가세를 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개인 기록은 대단치 않을지 몰라도 성흔이가 합류하면서 선수단의 흥이 살아났다. 선수 하나하나가 '한 번 해보자'는 의욕이 생겨났고, 타석마다 집중력이 높아졌다. 선수들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해 극심한 타격 침체로 시즌 내내 신음했다. 3점만 주면 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선수단을 휘감았다. 하지만 불과 1년만에 언제 그랬냐는 듯 활화산 같은 공격력을 연일 선보이고 있다. 마운드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두산이 호시탐탐 상위권 진입을 노릴 수 있는 것은 상하위, 주전·후보 구분 없이 맹타를 휘두르는 타자들의 공이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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