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홍성흔(36, 두산)의 방망이가 불을 뿜고 있다. 최근 4경기 가운데 3경기에서 멀티히트로 장마철에 더욱 힘을 내고 있다. 지난 13일 광주 KIA전부터 홍성흔은 16타수 6안타 타율 3할7푼5리를 기록 중이다.
홍성흔은 지난 17일 전반기를 마감하면서 스스로에게 가혹한 평가를 내리 바 있다. "FA 낙제생"이란 말을 스스럼 없이 하며 기대에 못미쳤음을 자인했다. "같은 FA 이적생인 김주찬 이호준과 비교해 실패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목소리는 결연했다. "후반기에는 반드시 내 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런 홍성흔을 바라보는 두산의 시각에는 여전히 믿음이 가득하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웬만해선 주장인 그를 라인업에서 빼지 않는다. 4번 또는 5번 타순에 붙박이로 기용하며 돈독한 신뢰를 나타내고 있다. 두산 관계자들도 "홍성흔이 없던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여러모로 팀이 달라졌다. 그가 합류하면서 나타난 긍정적 효과가 무척 많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홍성흔은 필드 밖에서의 역할이 만만치 않다. 선수단을 아우르며 힘들 땐 의욕을 북돋아주기 위해 애쓴다. 경기 전 훈련 때나 불펜 캐처로 후배들의 공을 받아줄 때 그의 추임새를 듣다보면 저절로 흥이 날 정도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성적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홍성흔이다. 5년 만에 친정팀 두산 유니폼을 입은 올 시즌 그는 타율 2할8푼리 8홈런 47타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지만 돋보인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홍성흔은 이를 악 물었다. 지난 1월 9일 두산 입단 회견 당시 "욕먹지 않으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2010년 거둔 한 시즌 최고 기록인 26홈런과 116타점 이상의 성적을 보여줘야 팬들도 만족할 것 같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칼을 갈 수밖에 없다.
개인 기록을 떠나서도 후반기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홍성흔은 '가을 사나이'다. 지난 시즌까지 6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1999년 두산에 입단해 올해로 프로 14년차인 그는 모두 11번이나 가을 무대에서 뛰었다.
지난해까지 4년간 롯데에서 활약한 후 두산에 재합류한 올해에도 '가을 잔치'를 차리려면 잔여 시즌을 소흘히 할 수 없다. 더구나 그는 "포스트시즌 경험은 많지만 우승은 2001년 두산에서 한 번 밖에 못해봤다. 올해에는 다시 한 번 챔피언 반지를 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홍성흔 개인적으로는 홈과 원정 성적의 편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올 시즌 홈 40경기서 타율 2할9푼3리 6홈런으로 제 몫을 했다. 하지만 원정 35경기선 이 수치가 각각 2할6푼8리 2홈런으로 줄어들었다. 시즌 8홈런 가운데 7개를 잠실(LG와 원정 포함)에서만 때려냈다. 타자들에게 불리하다는 잠실에서 이름값을 한 반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원정에서는 오히려 기대에 못미친 것이다.
홍성흔은 "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지쳐서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며 "팬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홍성흔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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