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두산이 불펜진의 잇따른 방화로 2연패에 빠졌다. 8~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두산은 불펜 투수들의 부진으로 인해 이틀 연속 쓰라진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두산은 11일부터 홈구장인 잠실에서 3, 4차전을 치른다. 안방으로 장소를 옮겨 분위기 반전을 꾀할 만하지만 불안한 불펜을 떠올리면 2패 뒤 3연승 희망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맞대결 전부터 두산의 약점으로 불펜을 꼽았다. 올 시즌 두산의 구원진 성적은 30승 13패 42홀드 30세이브 평균자책점 4.28(5위)로 중간 수준. 그러나 투수들을 둘러보면 경기 중후반을 믿고 맡길 자원이 없는게 두산의 현실이다. 두산은 정규시즌 때도 확실한 구원 카드가 없어 고전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고민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다. 두산은 1, 2차전 모두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끝내기 패배로 놓치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2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는 포스트시즌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선발진은 제 몫을 했으나 역시 뒷문이 허술했다. 1차전에서는 선발 니퍼트(6이닝 3실점)에 이어 홍상삼과 윤명준, 정재훈이 나섰지만 넥센의 뒷심을 막지 못했다.
두산은 패배 일보직전이던 9회초 정수빈의 적시 2루타로 3-3 동점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9회말 불펜 방화로 패했다. 윤명준이 1사 1, 2루를 만들고 내려간 뒤 정재훈이 이택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2차전에서도 선발 유희관은 7.1이닝 1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역투를 펼쳤으나 이후 등판한 5명의 불펜진이 패배를 불렀다. 특히 1-0으로 리드를 잡은 직후인 8회말 1사 2루에서 유희관에 이어 등판한 홍상삼은 폭투 3개를 범하면서 크게 흔들렸다. 박병호 타석에서만 폭투 2개가 나와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고의4구조차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홍상삼은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 폭투 신기록 불명예도 안았다.
이어 등판한 정재훈과 윤명준, 김선우, 오현택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9회초 두산은 다시 한 점을 내 2-1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9회말 구원진이 1실점 또 동점을 허용했고, 10회말에는 오현택이 끝내기 안타를 맞고 고개를 떨궜다.
투수 교체 타이밍도 아쉬움을 남겼다. 넥센이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경기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애쓴 반면, 두산은 벼랑 끝까지 몰린 뒤에야 움직인 것이 안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3차전에서도 두산은 불펜 운영에 묘안은 없다. 기존 불펜 투수들이 그대로 나설 수밖에 없다. 실투를 줄이고, 자신의 공을 믿는 수밖에 없다. 1, 2차전에서 보여줬던, 상대의 기세에 눌려 스스로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두산의 가을 잔치는 짧아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심리적 부담부터 떨쳐야 한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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