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외국인선수가 아니라 국내선수나 마찬가지죠."
IBK 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 대해 칭찬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다. 팀 성적이 좋더라도 '쓴소리'를 더 많이 한다. 선수들이 긴장이 풀리거나 분위기가 느슨하게 풀리는 걸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 이 감독이 얼굴에 미소를 띠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KGC 인삼공사전이 끝난 뒤다. 이날 IBK 기업은행은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오늘처럼만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BK 기업은행은 올 시즌 KGC 인삼공사와 이전 세 차례 맞대결에서 1승 2패로 밀렸다. 특히 대전 원정 경기에선 두 번 모두 1-3으로 덜미를 잡혔다.
이 감독은 "선수들도 상대전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며 "대전서 치른 두 경기에서 모두 졌기 때문에 오늘은 각오가 남달랐다. 경기 전 선수들 눈빛을 보고 '오늘은 잘 풀리겠구나'하는 생각을 가졌고 결국 그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IBK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모두 달성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두 시즌 동안 팀과 함께 했던 외국인선수 알레시아(우크라이나)가 유럽리그로 떠났기 때문이다.
알레시아를 대신해 일찌감치 데려온 선수는 시즌 개막을 함께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결국 시즌을 코앞에 두고 급하게 V리그 경험이 있는 카리나(푸에르토리코)를 새로 데려왔다.
카리나가 합류한 IBK 기업은행은 우려를 딛고 올 시즌에도 순항하고 있다. 12승 3패로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반환점을 돈 올 시즌, 이변이 없는 한 독주체제를 굳혔다.
이 감독은 "공격력만 놓고 보면 알레시아만한 선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팀 전체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알레시아와 견줘 카리나가 더 낫다"고 강조했다.
카리나의 장점은 성실한 자세다. 이 감독은 "카리나가 가정을 꾸려서 그런지 책임감이 남다르다"며 "흥국생명 때 봤던 그 카리가 아니다"라고 껄껄 웃었다. 카리나는 지난 2008-09, 2009-10시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V리그를 뛴 경험이 있다.
이 감독은 "카리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열심히 한다"며 "알레시아는 웨이트 하기를 매우 싫어했는데 카리나는 그 뿐만 아니라 훈련을 스스로 더 하려고 해 오히려 말려야 할 정도"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이 카리나를 걱정하는 건 무릎 상태 때문이다. 이 감독은 "카리나가 현재 무릎이 조금 좋지 않다"며 "부상 부위에 무리가 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3시즌 만에 다시 V리그에 컴백한 카리나는 팀에 잘 녹아들었다. 이 감독이 남은 정규시즌 경기에서도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그는 "KGC 인삼공사전 1, 2세트처럼 선수들이 잘 뛰어줬으면 한다"며 "작전시간에도 별다른 말이 필요없었다. '서둘지 마라'는 얘기만 했다"며 다시 한 번 웃었다.
조이뉴스24 대전=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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