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시즌 때가 오히려 더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을 끝낸 뒤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신문, 방송 등 여러 매체들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여기에 특강에 강사로 초청되는 일도 많았다.
구단 프런트와 팀 매니저도 신 감독의 일정 등을 조정하느라 진을 뺐다. 여기저기서 신 감독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삼성화재가 챔피언결정전에서 '라이벌' 현대캐피탈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7시즌 연속 V리그 남자부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3시즌 내리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삼성화재는 국내 대표 프로스포츠인 야구, 축구, 농구까지 통틀어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그리고 그 중심엔 지난 1995년 팀 창단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신치용 감독이 있다.
한두 번도 아닌 7회 연속 우승의 비결은 뭘까. 선수단 숙소와 전용체육관이 있는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삼성 STC에서 만난 신 감독은 "집중력과 목표의식"이라고 간결하게 설명했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일단 우승의 맛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실업 시절부터 팀에 녹아든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다시 챔피언이 되기까지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 감독은 "정규시즌을 1위로 마무리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지만 어느 때보다 정말 힘들었다"고 이번 시즌을 돌아봤다. 그는 "돌이켜보면 시즌 준비 과정에서 내 실수가 있었다"고 했다. 바로 2012-13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리베로 여오현과 재계약하지 못한 사실을 얘기한 것이다.
신 감독은 "(여)오현이와의 계약이 잘 될 거라고 지레 짐작했었다"며 "다른 구단에서도 당연히 오현이 영입에 관심이 있었고 오현이도 선수로서 자기 가치를 FA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그 부분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자책했다. 여오현은 현대캐피탈과 FA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 내내 여오현의 빈자리를 느껴야 했다. 역시 FA가 된 이강주를 우리카드에서 데려오긴 했지만 '제2의 여오현'이 될 순 없었다. 신 감독은 "오현이가 10이라면 (이)강주는 5정도만 해줘도 됐다"면서 "그런데 기량 문제가 아니라 코트에서 자신감이 뚝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수비의 핵심인 리베로가 불안하면 전체적인 수비력이 흔들리게 된다. 그 부분에서 정말 애를 먹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삼성화재는 시즌 내내 수비 조직력이 흔들렸다. 신 감독이 항상 강조하는 서브 리시브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팀들은 이런 드러난 약점을 집중 공략했다. 신 감독은 "2009-10시즌 석진욱(현 러시앤캐시 수석코치)이 무릎을 다쳐 시즌 아웃됐을 때보다 올 시즌이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신 감독은 "정규 시즌 종료 후 챔피언결정전까지 훈련 일정을 잘못 잡았다"면서 "그래서 챔피언결정전에서 고전했다"고 덧붙였다.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을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1차전에서는 0-3으로 완패했다.
신 감독은 "당시에도 얘기했지만 2차전 2세트를 상대에게 내줬다면 우리가 3패로 밀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고비가 됐던 2차전을 되짚었다. 그러나 삼성화재에게 호재가 찾아왔다. 이강주가 2차전부터 조금씩 기량을 끌어 올리며 자신감을 찾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강주가 제자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칭찬했다.
신 감독은 2014-15시즌이 되면 팀 사령탑에 오른 지 20년째를 맞는다. 그는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바로 V리그 10회 우승이다. 삼성화재는 V리그 출범 원년인 2005년 겨울리그 우승을 포함해 올 시즌까지 8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기록했다. 목표까지 2회 우승이 남은 셈이다. 신 감독은 "주변에서 과욕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며 "하지만 그저 자리에 연연하면서 적당한 성적을 내고 싶진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승의 기쁨은 당일 경기가 끝난 뒤부터 축승회 자리까지 몇 시간일 뿐"이라고 했다. 하루만 지나면 곧바로 다음 시즌 구상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7시즌 연속우승은 결코 가만히 앉아서 거둔 수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이뉴스24 /용인=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