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손아섭-최준석-루이스 히메네스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구상했다. 세 선수의 이름을 따 '손석히 트리오'로 불렸다. 그런데 김시진 롯데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는 한 선수를 두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종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대호(소프트뱅크)가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한 후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 1루 자리에 터줏대감이 됐다. 그러나 올 시즌 상황이 바뀌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최준석이 두산 베어스에서 친정팀인 롯데로 복귀했고, 외국인선수 엔트리 확대로 히메네스가 합류했다.
세 선수 모두 1루수라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한 명이 지명타자로 가더라도 자리가 모자랐다. 셋 중에 한 선수는 백업 역할을 맡아야 했다. 박종윤이 그 자리로 갈 가능성이 높았다. 김 감독과 박 코치는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박종윤이 좋은 타격감을 보였기에 더 안타까웠다.
박종윤의 활용방법을 놓고 고민하던 김 감독은 그에게 외야수 연습도 겸할 것을 지시했다. 이런 이유로 박종윤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날에는 경기 전 1루수와 외야 수비 훈련도 함께 했다.
그런데 최준석의 컨디션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박종윤이 1루수로 나서고 히메네스가 지명타자를 맡는 경우가 많아졌다. '손석히' 대신 '손히박' 트리오가 구성됐다. 현재까지 효과는 만점이다. 박종윤이 연일 매서운 방망이 솜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준석과 견줘 파워는 떨어지지만 박종윤은 중장거리포를 앞세워 롯데 중심 타선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박종윤은 7일 현재 규정타석(85타석)에 조금 모자라지만 타율 3할6푼7리 3홈런 17타점으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그가 규정타석을 채운다면 히메네스(3할9푼5리) 손아섭(3할8푼)에 이어 팀 내 타율 3위가 된다. 잠시 멈칫한 적도 있었지만 7일 두산전까지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올 시즌 지금까지 출전한 27경기 중에서 10차례나 멀티히트를 쳤다. 한 경기 3안타를 친 경우도 벌써 3번째다.
박종윤은 "마무리캠프 때부터 스윙폼을 바꾼 부분이 현재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박흥식 코치의 지도로 타격자세를 수정했다. 박종윤은 "박 코치님 덕분에 레벨 스윙이 이제 몸에 익숙해졌다. 편하다"고 덧붙였다.
박 코치도 "(박)종윤이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며 "발전 가능성이 충분히 있던 선수였다. 지금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게 과제"라고 했다. 박종윤은 규정타석에 4개 부족하다. 현재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이번 주내로 타격 부문 상위 랭커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숫자에는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박종윤은 "타율에 대해 의식하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2002년 롯데에서 프로선수로 데뷔한 그는 2011년 111경기에 출전, 타율 2할8푼2리를 기록한 게 개인 통산 최고 타율이다. 3할을 충분히 칠 수 있는 타자로 늘 꼽혔지만 2%가 부족했다.
슬럼프에 빠질 경우 길어지는 일이 많았다. 박종윤도 최근 몇 시즌 동안 시즌 초반 잘 나가다가 중반 이후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는 걸 잘 알고 있다. 3할 타율 달성에 대한 목표의식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급해진 탓도 있다.
최준석이 타격감을 찾고 컨디션을 끌어 올린다면 박종윤과 포지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둘은 프로입단 동기에 친구 사이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박종윤은 "1루수 경쟁에선 (최)준석이를 의식하진 않는다"며 "누가 먼저 나가든 팀 승리가 우선이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나갈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타선에 힘을 실어주는 게 내가 맡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준석의 부진에도 김 감독과 박 코치의 마음이 가벼운 이유다. 박종윤이 매서운 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는 롯데는 팀 타율 2할9푼5리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무게감이 떨어졌던 지난해 타선과 180도 달라졌다. 또한 롯데는 득점(189득점) 부문 1위. 안타수(308안타) 2위에 올라 있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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