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도민구단 경남FC는 K리그 참가 첫 해인 2006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중상위권 성적을 올렸다. 2007년에는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2008, 2012년 FA컵 결승전에 진출해 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분명한 힘이 있었다.
박항서, 조광래, 최진한 등 스타일이 확실한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잘 섞어 내면서 쉽게 볼 수 없는 팀으로 성장했다. 또한, 어린 선수들을 육성해 이적 등으로 소득을 내는 등 인큐베이터 역할을 확실하게 하며 서서히 시·도민구단이 생존할 수 있는 법을 터득해갔다.
하지만, 경남은 광주FC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무1패를 기록하며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챌린지(2부리그) 강등이라는 쓴맛을 봤다. 구성원 대부분이 눈물을 쏟아내는 등 괴로워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냉엄한 현실을 마주했다.
건실하게 잘 버티며 시도민구단의 생존 법칙을 보여주기 시작하던 경남은 2013년 14개 팀 중 11위로 추락한다. 그해 1월 전형두 전 사장이 건강 문제 등이 겹치면서 사퇴하고 안종복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묘하게도 성적이 바닥으로 내려 앉은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선수단 내부에서는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최진한 감독이 힘이 없다는 이야기가 외부로 흘러나왔다. 선수 선발에 있어 안 사장이 개입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런데로 잘 하고 있던 외국인 선수를 모두 동유럽 출신으로 물갈이 하는 등 이상 징후가 이를 뒷받침했다.
>최 감독은 침묵을 지키다 사임했고 안 사장은 2011년 인천을 이끌었던 세르비아 출신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을 선임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어렵게 살아남은 뒤 경남은 놀라운 선임을 했다. 1999년을 끝으로 프로 무대를 떠난 '노병' 이차만 감독의 선임이었다. FC서울을 LG, 포항 스틸러스를 포철이라고 부를 정도로 옛 향수에 젖은 인물이었다.
이 감독은 부산 대우 로얄즈 시절 안 사장과 감독-부단장으로 함께 한 경험이 있다. 노병의 귀환에 팬들의 반발이 컸지만 전북 현대에서 최강희 감독을 보좌했던 이흥실 수석코치를 배치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코치 역시 시즌 중 힘을 쓰지 못했다. 선수 구성 권한조차 없었다.
구단은 도민구단이 추구하던 선수 육성 등의 가치에서 벗어나 보여주기식 선수 구성에 급급했고 국가대표 경력의 조원희를 영입했다. 조원희는 12경기만 뛰고 일본 J리그 오미야 아르디쟈로 이적했다. 반 시즌 밖에 뛰지 못한 선수를 왜 영입했느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어느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조원희의 공백을 무적 신세였던 베테랑 진경선으로 급히 메웠지만 무너진 팀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고군분투 밖에 없었다.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구단 운영이 이어지자 결국 구단주인 홍준표 도지사로부터 지원 축소, 해체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경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경남은 70~90억원 수준의 운영비로도 잘 버텨왔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두 시즌 동안 평균 130억을 썼다. 비용이 늘었는데 성적은 정반대이니 이상하지 않느냐. 구단의 중심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라고 귀띔했다.
챌린지가 기회가 될 지는 미지수다. 도 예산 지원에 기댄 부분이 많아 자생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줄줄이 떨어지는 스폰서를 붙잡는 등 할 일이 태산같은 상황이다. 체질 개선이냐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느냐의 기로에 놓인 경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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