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고희진은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에서 최고참이다. 최태웅, 여오현(이상 현대캐피탈)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석진욱(OK 저축은행 수석코치) 손재홍(IBK 기업은행 코치) 등은 은퇴 후 팀을 떠났다. 자연스럽게 선수단 최선임 자리를 물려받았고 주장이 됐다.
고희진은 1980년생으로 해가 바뀌면 만 서른 다섯살이 된다. 배구선수로 뛰기에 환갑이 지난 나이다. 그도 "힘든 것보다는 예전 생각을 하고 뛰면 안될 것 같다"며 "점프로 낮아졌고 무엇보다 스피드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은 휴식이 보약"이라고 했다. 고희진은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고 웃었다.
고희진은 "2012-13시즌까지는 괜찮았다"면서 "지난 시즌부터 확실히 다르더라. 한 번 리듬이 깨지니 완전히 흐트러지더라"고 나이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체력저하를 인정했다. 신 감독은 고희진을 위해 배려를 해준다. 연습 시간 조절이 하나의 좋은 예다.
신 감독이 고희진에게 요구하는 건 간단하다. 코트 안팎에서 선수단을 이끄는 일이다. 또한 경기에 투입되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블로킹이나 속공 하나를 원한다.
삼성화재가 2007-08시즌부터 지난시즌까지 챔피언결정전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데 고희진이 차지한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고희진은 2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맞대결에서 오랜만에 선발 센터로 나왔다. 올 시즌 이선규와 지태환의 휴식시간을 주로 보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나 신 감독은 고희진 선발 카드를 꺼냈다. 이유는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였다. 신 감독은 "팀의 조직력은 코트 안팎에 있는 선수들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런 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가 최고참 고희진인 것이다.
고희진도 신 감독의 속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조금만 방심해도 안된다"면서 "국내 선수들과 미팅을 할 때 '우리가 항상 모자르고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연습을 하고 경기에 나선다"고 얘기했다.
과욕은 피한다. 그는 "몸상태에 항상 맞추고 있다"고 했다. 물론 힘이 들 때도 많다. 그런 고희진에게 '비타민' 역할을 하는 선배들이 있다. 바로 프로배구 남녀 최고참인 후인정(한국전력)과 장소연(한국도로공사)이다.
둘은 1974년생 동갑내기다. 후인정은 프로원년인 2005 겨울리그부터 올 시즌까지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코트에 나서고 있다. 장소연은 두 차례 은퇴를 했지만 코트로 복귀했고 올 시즌에는 플레잉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고희진은 "(후)인정이 형, (장)소연이 누나가 뛰는 걸 보고 항상 힘을 얻는다"며 "방신봉(한국전력) 형도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신봉도 1975년생으로 불혹의 나이다. 공교롭게도 세 선수 모두 고희진과 포지션이 같은 센터다.
그는 "언제까지 선수로 뛰겠다고 정한 건 아니지만 선배들이 코트에 나와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나 또한 든든해진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조이뉴스24 수원=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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