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55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던 아시안컵에 55년 만의 우승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출전한 한국 축구 대표팀이 조예선 1, 2차전을 마쳤다.
한국은 1차전에서 오만에 1-0 승리를 거뒀고, 2차전 쿠웨이트에게 1-0으로 승리해 남은 3차전 호주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8강 진출을 조기 확정지었다. 그런데 반응이 썩 좋지 않다. 아니 많이 좋지 않다. 대표팀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2연승으로 8강행을 조기 확정지었는데 왜 이런 비판적인 반응이 대세를 이루는 것일까.
한국의 경기력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약체라는 평가를 받는 두 팀을 상대로 이기긴 했지만 고전한 한국이다. 골 결정력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수비력은 자동문 수준으로 전락했다. 패스워크는 달아났고, 억지를 쓰는 개인플레이와 서로 맞지 않는 호흡은 큰 실망감을 안겼다. 약팀을 상대로 시원한 골폭죽을 터뜨려주기를 바랐던 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만큼 슈틸리케호의 경기력은 엉망이었다. 게다가 감기 환자가 3명이나 발생하고 부상자도 속출하는 등 선수 관리에도 구멍을 드러냈다. 같은 A조의 호주가 8골을 폭발시키며 2연승을 거둔 것과 비교돼 한국 축구팬들의 분노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분노와 실망감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이제 고작 2경기 치렀을 뿐이다. 골 결정력에 분노하고 있지만 매 경기 1골을 넣었다. 자동문 수비 때문에 걱정하고 있지만 두 경기에서 1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이미 8강도 확정지었다. 감기 환자도 모두 복귀했다. 비판도 받을 만큼 받았다. 이제 한국대표팀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축구는 흐름 싸움이다. 한 번 흐름이 바뀌고 분위기가 전환된다면 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 축구다. 이것이 축구의 매력이기도 하다. 한국대표팀 역시 이런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 분위기 반전이 언제 일어날 지가 관건이다.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개최국 호주와의 3차전에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또 설령 호주전에서 반전시키지 못하면 또 어떤가. 중요한 8강전이 남아 있는데.
1980년 쿠웨이트 아시안컵 때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개최국 쿠웨이트를 3-0으로 대파했다. 당시 쿠웨이트는 중동의 강호로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그리고 결승에서 한국과 쿠웨이트는 다시 만났다. 같은 멤버, 같은 상대로 같은 대회에서 다시 맞대결을 했다. 결과는 쿠웨이트의 3-0 승리였다. 쿠웨이트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축구는 이런 것이다. 한국이 조예선 3차전에서 호주에 승리하면 좋겠지만 패한다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8강행을 이미 확정지었기에 다음 기회를 노리면 된다. 큰 부담감은 가질 필요가 없다.
이제 부임 4개월 된 한국대표팀 감독에게 완벽함을 원했는가? 아니다. 꼭 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어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한국 축구의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하면 된다. 지금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과정 속에서는 수많은 난관을 만날 수 있다. 난관들을 극복해내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완벽해지는 것이다. 슈틸리케호의 결실의 무대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다. 시간이 짧았던 슈틸리케 감독에게 아시안컵에서의 고전은 예상됐던 일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임기를 4년으로 못박은 것도 조급하게 달려들 여론을 미리 예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축구대표팀에 대해 분노와 실망감을 나타낼 것이 아니라 기다림이 더 중요한 시기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줄 때다. 지난 2경기에서 부족했던 것들을 보완하면 대표팀은 분명 달라질 수 있다. 무엇이 그렇게 급한가. 반전시킬 수 있는 경기가 최소 2경기가 남았고, 더 높이 올라간다면 실망감이 환호로 바뀔 수 있다. 한국의 아시안컵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슈틸리케호는 아직은 천천히 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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