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서른 세 살 동갑내기 이대호(소프트뱅크)와 오승환(한신)이 다시 일본 정복에 나선다.
둘은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각자의 소속팀인 소프트뱅크와 한신은 나란히 일본시리즈에 올라 우승을 다퉜다. 이대호는 2년 연속 타율 3할을 기록했고, 오승환은 구원왕에 오르면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100%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다. 이대호는 2013시즌과 비교해 다소 떨어진 홈런과 타점을 끌어올려야 한다. 오승환은 블론세이브를 줄이고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게 목표이며, 지난해 일본시리즈에서 소프트뱅크에 무릎을 꿇은 한을 풀고 한신에 30년 만의 우승을 안겨야 한다.
달콤한 휴식을 끝낸 이대호와 오승환은 각자 팀의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비시즌에는 함께 토크쇼에 출연하며 우정을 다지기도 했지만, 다시 전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운명이다.
팀의 우승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이대호와 오승환. 올해에도 둘은 일본 정상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이대호, 4번타자를 지켜라
우승을 위해서는 두 선수 모두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이대호는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일본 진출 후 오릭스에서 보낸 2년 동안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대호는 2012년부터 2년 연속 24홈런에 91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2할8푼6리에서 3할3리로 상승했다. 오릭스의 4번 타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이대호는 "우승할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면서 오릭스와 계약이 끝나자 소프트뱅크로 이적했다.
이적 후에도 이대호의 자리는 바뀌지 않았다. 이대호는 지난해에도 144경기 모두 소프트뱅크 4번 타자로 출장하면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그러나 성적은 다소 떨어졌다. 타율은 3할3리에서 3할로, 타점은 91타점에서 68타점으로 하락했다. 홈런 역시 24개에서 19개로 줄었다.
3년 동안 지켜온 이대호의 4번 자리를 위협하는 팀 동료도 있다. 2008년부터 7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 중인 우치카와 세이치가 주인공이다. 이대호에 앞서 3번 타자로 나섰던 우치카와는 지난해 타율 3할7리 74타점 18홈런을 기록하면서 이대호와 경쟁을 벌였다. 이대호보다 홈런만 한 개 적을 뿐, 타율과 타점은 오히려 높았다. 득점권 타율은 이대호가 2할4푼4리, 우치카와가 3할3푼1리로 차이가 컸다.
우치카와는 이번 시즌을 맞으면서 "개막전부터 4번을 치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고, 구도 기미야스 소프트뱅크 감독도 "우치카와를 4번으로 써도 좋을 것"이라면서 이대호와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결국 이대호가 실력으로 우치카와를 누르고 확실하게 4번 자리를 지키는 수밖에 없다. 이대호는 21일 오릭스와의 연습경기에 '5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1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대호의 올 시즌 전망은 밝다. 대표적인 투수친화적 구장이었던 소프트뱅크 홈구장 야후오크돔이 올해부터 타자친화적 구장으로 탈바꿈한다. 외야 펜스 높이를 낮추고, 홈베이스에서 좌·우중간 거리도 줄일 예정이다. "야후돔만 아니었다면 홈런 20개는 넘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대호의 자신감이 올해는 어떤 결실을 거둘지 지켜봐야 한다.
오승환, 2년차 징크스는 없다
오승환은 일본 진출 첫해부터 화려하게 비상했다. 64경기에 나서 2승 4패 5홀드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하면서 센트럴리그 세이브왕을 차지하면서 각종 기록도 새로 썼다.
오승환은 지난해 8월 12일 요미우리와의 경기에서 시즌 28세이브를 거두며 1998년 벤 리베라가 기록한 27세이브를 넘어 한신의 외국인 투수 최다 세이브를 기록했다. 9월 24일 요코하마전에서는 36세이브를 올리면서 일본 프로야구 역대 외국인 첫 시즌 최다 세이브를 기록했다. 또 시즌 최종전에서 39세이브를 올려 선동열 KIA 감독이 1997년 주니치 드래건스 시절 세운 역대 한국인 최다 세이브(38세이브)까지 넘어섰다.
그러나 오승환은 타이틀이나 기록보다 블론세이브에 집중했다. 6차례나 블론세이브한 충격을 덮지는 못했다.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세이브 기회를 최대한 놓치지 않겠다. 무엇보다 블론세이브를 줄이고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개인 성적인 세이브를 많이 올리는 것보다 팀의 승리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 오승환의 변하지 않는 목표다.
유난히 고전했던 요미우리전 부진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오승환은 지난해 요미우리와 11차례 맞붙어 1패 2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 센트럴리그 5개 팀 중 유일하게 3점대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히로시마, 야쿠르트와 만나서는 자책점이 아예 없었고, 주니치전에서는 평균자책점이 1.80, 요코하마전에서도 1.88로 압도적이었다.
오승환이 강해질수록 그를 향한 견제의 시선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요미우리는 오승환의 강속구를 공략하기 위해 '오타니 머신'을 준비해 화제를 모았다. 피칭머신을 정상 위치보다 약 3m 앞에 설치해 체감 속도 160㎞로 타격 훈련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특별 주문한 스프링까지 장착해 속도를 더 높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오승환은 "다른 팀이 나에 대해 대비하는 것처럼 나도 상대 팀에 맞는 대책을 세웠다. 기계와 사람이 던지는 공은 다르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과연 오승환다운 발언이었다.
오승환에게 '2년차 징크스'는 없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던 오승환은 올해도 비슷한 패턴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서 불펜피칭 중인 오승환은 "몸 상태가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작년보다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더불어 부족했던 일본어 공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오승환은 "작년에는 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일본어 공부를 할 생각이다. 일본어 선생님을 고용해 배우겠다"고 말했다. 마운드를 벗어난 곳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에 일본 언론은 벌써 올 시즌 후에도 오승환의 한신 잔류를 기대하고 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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