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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인정한 박병호, 그의 홈런 레이스도 빛난다


"다음 400홈런 달성은 박병호" 이승엽 덕담에 "몸 둘 바 모르겠다"

[한상숙기자] 삼성 이승엽과 넥센 박병호는 닮은 점이 많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라는 점과, 정상에 올라서도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겸손함도 비슷하다.

이승엽이 3일 포항 롯데전에서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통산 400홈런을 때렸다. 이승엽은 경기 후 홈런 부문에서 자신의 뒤를 이을 타자를 꼽아달라는 말에 주저없이 "박병호가 해외리그에 진출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400홈런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전해 들은 박병호는 연신 손을 내저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는 "이승엽 선배와는 박흥식 코치님 덕분에 인사를 나눴다. 영광스럽다. 솔직히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2011년까지 일본에서 8년간 활약하며 159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은 국내 복귀 후 지난해 타율 3할8리 32홈런 101타점을 올리며 요미우리 시절이던 2006년(41홈런, 108타점) 이후 8년 만에 30홈런-100타점 고지를 다시 밟았다. 이승엽은 올해도 홈런 10개를 때렸다. 1995년 프로 데뷔 후 이승엽이 두자릿수 홈런을 넘기지 못한 해는 1996년뿐이었다.

박병호는 이승엽의 뒤를 밟고 있다. 2005년 LG에 입단한 박병호는 넥센으로 이적한 후 2012년 31홈런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52홈런을 기록하면서 2003년 이승엽이 세운 당시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런 박병호에게도 400홈런은 엄두가 나지 않는 대기록으로 다가왔다. 박병호는 4일까지 통산 173홈런을 기록 중이다. 이날 한화전에서 시즌 16호포를 터뜨렸다.

박병호는 "400홈런은 쉽게 깨질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고졸 선수가 매년 30홈런 이상씩 치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기록이다. 이승엽 선배는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면서 아직도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시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뿐"이라며 이승엽의 홈런 기록과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이승엽이 넥센전에서 출루하는 날이면 1루에 나란히 서 있는 둘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곤 한다. 박병호는 "가끔 1루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인터뷰도 해봤지만 여전히 팬의 심정이다. 선배와 처음으로 대화했을 때는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면서 "이승엽 선배는 여전히 나의 우상이다. 존경하는 선배가 내 이름을 거론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박)병호가 앞으로 10년 동안 30홈런씩을 치면 이승엽의 기록을 넘기는 것 아닌가. 병호가 야구를 마흔까지 한다고 가정했을 때,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에 앞서 박병호가 달성 가능한 의미있는 기록이 또 있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KBO리그 최초로 4년 연속 홈런왕을 노린다. 이승엽은 2001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박병호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는 "홈런왕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홈런왕을 목표로 뛰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도 않다. 홈런 개수보다는 팀 승리를 위해 뛰고 싶다"고 거듭 손사래를 쳤다.

4월 6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5월 이후 10홈런을 더해 홈런 1위 테임즈(NC·19홈런)에 3개 차로 따라붙었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박병호의 타격감을 고려하면 홈런왕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병호는 "작년과 올해는 느낌이 다르다. 지금은 다른 선수보다 홈런 페이스가 떨어지기 때문에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부담을 벗은 박병호의 방망이는 오히려 힘을 얻고 있다.

박병호는 "나는 팀의 4번 타자다. 한 방이 필요한 순간에 중심타자다운 역할을 못한 적이 많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염 감독은 "병호는 조금 더 자신을 믿어도 되는데, 너무 겸손하다"면서 미소 지었다. 겸손함에서 비롯된 철저한 자기 관리 역시 이승엽과 닮았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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