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아직 휴가철인 가운데 동아시안컵 휴식기 훈련으로 담금질했던 K리그 클래식은 본격적인 순위 싸움에 들어갔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영입한 새 얼굴들의 순조로운 적응과 함께 승점 쌓기라는 절대적인 과제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주말 25라운드에서는 여름의 성과를 대략 가늠해볼 수 있는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24라운드가 시험대였다면 25라운드는 연속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다. 대진도 모두 절묘하다.
◆김승대-이재성,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15일 19시, 포항-전북, 포항 스틸야드)
동아시안컵에서 김승대(포항 스틸러스)와 이재성(전북 현대)은 유난히 친분을 과시하며 붙어 다녔다. 취재진 앞에서 말이 짧기로 유명한 김승대가 이재성에 대한 애착을 파격적으로 고백(?)했을 정도로 둘의 관계는 끈끈함 그 이상이다. 대회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귀국 심사를 받으러 이동할 때도 둘은 꼭 붙어 있었다.
기자가 둘에게 "안 피곤해요?"라고 물었지만, 그들은 정담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가까운 두 사람이 이젠 적이 돼 승점 사냥을 놓고 싸운다. 이재성은 12일 부산 아이파크전에 결장하며 체력을 충전했다. 같은 날 김승대는 인천 유나이티드전에 교체로 나서 골을 넣었다.
이들의 기싸움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말은 진부한 표현이긴 해도 이 경기에는 딱 맞을 것 같다. 김승대는 "이재성과 친한 사이지만…(중략)…재성이 뿐만 아니라 팀 간의 대결에서도 승리할 수 있도록 더욱 집중하겠다"라는 모범 답안을 내놓지 않았는가.
◆대전 최문식 감독이 바라는 '광복'은 부임 첫 승? (15일 19시, 대전-성남, 대전월드컵경기장)
16경기 연속 무승(4무 12패), 대전 시티즌의 현주소다. 연속성 없이 감독만 교체하는 구태를 답습해온 대전을 화통한 최문식 감독이 살릴 수 있을까. 똑같은 시민구단이고 역사도 짧은 성남에 오히려 구단 운영을 배워야 하는 대전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경기다.
그나마 최 감독이 12일 수원 삼성전에서 보여줬던 전술이나 선수들의 의지로만 본다면 대전은 단기간에 치고 올라갈 가능성을 엿보였다. 특히 완델손의 골 감각이 상당한 수준이다. 2선 공격진이 잘 정비되면 최 감독이 바라는 강등권 탈출 희망도 살려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숨 막히는 수비(최소실점 1위)를 자랑하는 '학범슨' 김학범 성남 감독의 전술을 극복해야 한다.
◆이종호 Vs 김인성 (15일 19시, 전남-인천, 광양축구전용경기장)
전반기 조용하던 이천수도 돌아오고 케빈도 나아지고 있던 인천에 퇴장 악재가 찾아왔다. 24라운드 포항전에서 김원식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고, 김도훈 감독도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인천의 믿을 구석은 선수들의 정신력, 조직력이다. 동아시안컵 예비명단 50명에 들었던 김인성의 폭발력에 기대야 한다.
전남은 이종호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오르샤, 안용우, 스테보 등 자원도 풍부하다. 흥이 나면 무서운 팀이 전남이다. 과거 양 팀 경기는 0-0 무승부의 대명사였지만 더는 헛심을 빼는 일은 없다. 김인성이나 이종호 둘 다 '우당탕탕'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공격수다. 어떤 내용으로든 승부가 날 전망이다.
◆중요한 경기라고요? 네 그렇네요. (16일 19시, 부산-울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부산은 13일 취재진에 보도자료를 보내면서 이번 울산전을 '중요한 경기'라고 표현했다. 어쩌다 중요한 경기가 됐을까, 부산은 승점 20점으로 챌린지(2부리그) 플레이오프 승자와 승강 PO를 치러야 하는 11위에 머물러 있다. 10위 울산(24점)과는 4점 차이다.
한국 축구를 이끄는 현대가(家)의 두 팀 신세가 처량하다. 이러다가 어느 팀인가는 시즌 말미 정말로 승강 PO를 겪을지도 모른다. 한 번 챌린지로 내려가면 제아무리 기업구단이라도 승격이 쉽지 않다. 물론 아직 기업 구단의 강등은 없었다. 두 팀 모두 그런 수모만은 피하고 싶고, 상대를 누르고 승점을 벌어들여야 한다.
◆여름 약세는 징크스가 아니다? (16일 19시, 제주-수원, 제주월드컵경기장)
제주는 여름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올해도 깨지 못하고 있다. 7월 이후 성적이 1승 2무 3패로 저조하다. 하필 상대도 까다로운 수원이다. 제주는 올 시즌 중반까지 홈 무패를 달리며 'K리그의 아자디'로 불렸지만, 16라운드에서 수원에 3-4로 지면서 홈 절대 강세 위력은 반감됐다. 수원은 경기 이틀 전인 14일 제주로 떠난다. 수원 관계자는 "이틀 먼저 제주에 가는 팀은 우리와 전북밖에 없다"라며 빠른 제주 입성으로 경기 준비를 하는 것이 승리를 부르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물론 수원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앙 미드필더로 재미를 봤던 조성진이 대전전에서 광대뼈 함몰 부상으로 이탈했다. 양상민은 눈썹 위가 찢어졌지만, 출전을 강행한다. 1위 전북과 10점이나 벌어진 승점 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몸을 사릴 수 없다. 투지와 투지가 겨루는 싸움에서 누가 웃을까.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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