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야구는 인치의 게임이고, 공 하나에 승부가 갈린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야구인들이 줄기차게 강조해온 격언이다.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맞붙은 26일 잠실구장에서도 위의 말은 재차 증명됐다. 모두 316개의 투구가 기록된 이날 승부의 분수령을 가른 건 실투 2개였다. 전통적인 격언과 달랐던 부분은 2개의 실투가 투수 쪽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두산이 3-1로 앞선 6회초. 롯데가 쫓아가기 시작했다. 선두 최준석의 타구가 2루수 최주환을 맞고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자 정훈 또한 우전안타로 화답했다. 오승택의 2루땅볼은 병살타성이었지만 타자가 1루에서 1루에서 살면서 1사 1,3루.
이미 투구수 100개를 넘긴 마운드의 스와잭은 땀을 비오듯 흘렸다. 근소한 스코어의 경기 탓에 일구일구 혼신을 실어야 했던 그는 스태미어가 급속히 고갈되고 있었다. 오현근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2구째는 헛스윙. 볼카운트 0-2의 유리한 상황에서 포수 양의지는 공 한 개를 빼자고 주문했다. 포수 미트를 높이 들며 한 타임 쉬어가려 했다. 그러나 스와잭이 던진 공은 그만 한 가운데 복판으로 향했다. 빠른 직구였지만 큰 것을 허용할 수도 있는 실투였다.
그런데 타석의 오현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선구안이 좋은 그는 당연히 공 하나를 뺄줄 알고 기다릴 생각이었다. 설마 공 3개로 승부를 걸줄은 몰랐던 듯했다. 그러나 스와잭의 공은 의도와 달리 한 가운데 복판으로 향했고, 결과는 삼구삼진이었다. 의도하지 않은 실투가 오히려 최고의 결과로 나타난 셈.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후속 문규현이 유격수 키를 넘는 행운의 안타로 1타점을 낸 뒤 맞이한 손아섭. 3-2로 리드폭이 좁아진 상태에서 상대의 가장 정교한 좌타자를 맞아 두산 덕아웃은 자연스럽게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이미 투구수 119개로 역투한 스와잭을 내리고 좌완 강속구 투수 진야곱을 투입했다. 진야곱 또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다. 초구 파울 뒤 2구 스트라이크를 잡아 심리싸움에서 우위에 섰다.
이어 3구째 선택한 공은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에서 약간 위로 들어가는 직구. 설마 자신을 상대로 공 3개만에 승부를 걸줄 몰랐던 듯 손아섭은 잠시 움찔하더니 방망이를 휘두르지도 못한채 삼진으로 물러났다. 2사 1,3루 동점찬스가 물건너가는 순간이었다. 진야곱의 승부구는 의도했다기에는 코스가 너무 위험했다. 제대로 방망이에 맞았다면 외야를 가르는 장타로 연결될 로케이션이었다. 그러나 두산 배터리의 의도치 않은 승부수가 또 한 번 운좋게 먹혀들면서 두산은 최대 위기에서 벗어났다.
결국 6회초 고비를 잘 넘긴 두산은 곧바로 이어진 6회말 홍성흔의 적시타와 대타 오재일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추가한 뒤 롯데의 막판 추격을 효과적으로 막고 귀중한 2연승을 거뒀다. 의도치 않은 2개의 승부수가 제대로 적중한 결과였다. 야구공은 둥글고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야구의 또 다른 격언이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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