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그냥 정석대로 하는 거지, 뭐가 있나요."
4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말쑥하게 검은색 정장을 입은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훈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의 관심에 다소 놀란 듯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이날이 인천에는 운명의 날이었다. 정규리그 최종전 성남FC와의 경기에서 최소 무승부 이상을 거둬야 6위를 지켜 상위 스플릿 막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 유나이티드에 승점 2점 앞서 있어 약간의 여유는 있었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상위 스플릿 진입은 시민구단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했다. 일단 올라가야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 싸움을 할 수 있다. 선수들 임금체납을 밥먹듯이 하고 있는 인천의 어려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시의 관심을 이끌려면 좋은 성적이 중요했다.
김도훈 감독은 "성남 수비진이 경고누적으로 나오지 못해도 절대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없다. 공격진은 그대로 나오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아무리 성남 전력에 변화가 생겨도 조직력이 강한 팀이라 인천 입장에서 유리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인천이 해야 할 일은 골을 넣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도 좋고 잘하겠다는 마음밖에 없다. (장신 공격수) 케빈의 몸싸움이 장점인데 이를 통해 공간을 만들겠다"라고 확실하게 전략을 세웠음을 전했다. 올해 인천이 해왔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인천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점점 팀이 좋아지고 있다. 누가 먼저 골을 넣느냐의 싸움이 아니겠느냐"라며 제자 김도훈 감독과 상대하지만 인정은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물론 성남도 다급한 편이다. 상위 스플릿 진출을 확정한 상황이지만 승점을 더 쌓아야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3위를 노려볼 수 있다.
김 감독은 "구단주가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더 잘해야 한다. 클럽하우스도 곧 생긴다. 가변좌석까지 만들었는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한 치도 물러서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양 팀의 희비는 공격수의 정확도에 의해 갈렸다. 치열한 공방을 벌이다 후반 37분 A대표팀에 승선한 성남 황의조의 한 방이 결승골이 돼 성남이 1-0으로 이겼다. 그 사이 제주가 전북을 꺾으면서 인천과 제주의 운명은 극적으로 갈렸다. 제주가 승점 3점을 보태 6위로 올라섰고, 인천은 7위로 밀려나며 상위스플릿 진입에 실패한 것이다.
케빈의 머리가 아쉬웠던 인천과 김도훈 감독이다. 같은 시간 제주의 로페즈가 결승골을 넣으며 전북에 3-2 승리를 이끌고 상위 스플릿으로 향해 인천의 속쓰림은 두 배가 됐다.
조이뉴스24 성남=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