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지난 23일 남자프로배구에서는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졌다. 대한항공과 한국전력 사이에 선수 이동이 있었다.
대한한공 세터 강민웅과 센터 전진용이 한국전력으로 가는 대신 한국전력 센터 최석기가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대한항공은 한국전력의 2016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도 함께 가져왔다.
트레이드 다음날인 24일 최석기를 선수단 전용 체육관과 숙소가 있는 경기도 용인 하갈 대한항공연수원에서 만났다.
◆라커에서 흘린 뜨거운 눈물
두 팀의 트레이드는 22일 서로 합의가 됐다. 해당 선수들에게는 다음날 통보됐다. 구단 윗선의 결제가 떨어진 뒤 한국배구연맹(KOVO)에 이적 사실을 알리느라 통보 시간이 미뤄졌다.
최석기는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에 병원을 갔다. 무릎 부상 후유증이 있기 때문에 주사를 맞기 위해서다. 그는 "체육관에 도착했는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며 "신영철 감독이 '잠깐 사무실에서 보자'고 하시더라. 그 때 설마했는데 신 감독님이 '대한항공으로 가게 됐다'고 하더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충격 그 자체였다. 최석기는 "한국전력을 떠날 거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었다"고 했다. 이적 통보를 전해듣고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팀에 합류했으면 한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짐을 꾸렸다.
그동안 한국전력에서 뛰면서 흘린 땀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의왕체육관 개인 라커를 정리하면서 최석기는 울었다. 그는 "멍한 가운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동료들과 함께 사용한 라커룸에 들어가니 만감이 교차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신 감독은 최석기에게 '가서 열심히 뛰어라'며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 지 모르는 일'이라는 얘기를 건넸다. 최석기는 선수단 숙소로 와 나머지 짐을 모두 챙겼다. 이제는 다른 팀이 된 옛 동료들과 작별인사를 제대로 나눌 시간도 없이 대한항공 숙소로 바로 이동했다. 최석기는 "선수들이 코트에서 다시 보자고 했다"며 웃었다.
◆대한항공 우승 도전의 '마지막 퍼즐'
최석기에게 한국전력은 특별한 팀이다. 그는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한국전력에서의 시간들을 돌아봤다. 아마추어 초청팀 자격으로 V리그 출범과 함께했던 한국전력은 지난 2008-09시즌 프로팀으로 재창단을 선언했다.
최석기는 한국전력(당시 KEPCO45)으로부터 2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았다. 이번 이적으로 KEPCO45 시절 지명선수로는 입단 동기인 레프트 박성률만 남게 됐다.
최석기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연패도 당해보고 부상으로 개점 휴업한 시간도 길었다. 선수생명이 불투명했던 나를 끝까지 지켜준 소중한 팀"이라고 했다. '봄배구'에도 나갔다. 지난 시즌 최석기는 자신에게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그는 이번 이적으로 봄배구를 넘어 우승을 노리는 대한항공의 일원이 됐다. 최석기는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대한항공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대한항공에는 최석기와 인연이 있는 선수도 있다. 주전 세터 한선수와 동기인 센터 진상헌이다. 대학교(한양대) 시절 세 선수는 함께 뛰었다. 한선수가 1년 선배다. 최석기는 "(한)선수 형 토스를 정말 오랜만에 받는데 예전과 달리 많이 바뀌었다"며 "적응이 우선 과제"라고 했다. 그는 "(진)상헌이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고 있다"고 웃었다. 진상헌은 현재 육군 병장으로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뛰고 있다. 만기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1월 20일 대한항공으로 복귀한다.
한편 최석기는 28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원정 경기에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첫 선을 보였다. 그는 1세트 23-19로 앞선 상황에서 김철홍과 교체돼 코트에 투입됐고 2, 3세트에선 선발출전했다. 블로킹 하나를 포함해 3점을 올렸다.
대한항공은 오는 31일 수원체육관에서 한국전력을 만난다. 트레이드 이후 최석기가 처음으로 친정팀을 상대하게 된다.
조이뉴스24 /용인=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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