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응답하라 1988' 속 남편찾기 숨바꼭질의 파동은 실로 엄청났다.
최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드라마 내내 '남편찾기'에 대한 물음표를 던졌고, 그 답이 나오던 순간 많은 이들의 표정이 엇갈렸다.
서툴지만 풋풋하고 애잔한 첫사랑 정환,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도 모르게 스며든 택. 결국 덕선의 남편은 '어남택' 택(박보검 분)이었다. '어남류' 정환(류준열 분)을 응원하던 시청자들은 허탈함과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분홍셔츠며 수학여행이며, 제작진이 뿌린 숱한 '떡밥'을 원망했고, 일부 팬들은 '개연성이 없다'며 분노했다. 아마 '어남류'가 됐더라면, '어남택' 팬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터. 그만큼 잔인한 삼각관계의 종식이었다.
'남편찾기'의 열쇠를 쥐고 있던 혜리가 인터뷰에서 풀리지 않았던 남편찾기의 궁금증과 덕선의 감정들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른바 '응팔' 남편찾기 총정리판이다.
#혜리는 '어남택' 예감했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수많은 '떡밥'을 던졌다. '어남류'들도, '어남택'들도 모두 자신들의 예감이 맞다고 확신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드라마는 19회에서 '남편찾기'를 끝냈다. 김주혁과 이미연의 대화, 그리고 박보검과 혜리의 '꿈결키스'에 대한 진실로 길고 길었던 남편찾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렇다면 혜리는 언제쯤 '어남택'을 알고 있었을까.
"저도 후반에 알았는데 시청자 분들보다 먼저 안 건 맞아요. 덕선이의 행동 하나 하나를 지켜보며 '왜 이렇게 행동을 할까' 궁금증을 갖고 있는 상황이었죠. 어느 순간 택이에게 하는 덕선의 행동을 보고 이상했죠. '왜 택이를 기다렸지' '택이가 약속을 깼는데 덕선이가 왜 잠을 못 이루고 속상해하지'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물었더니 '택이가 남편'이라고 알려주더라구요. 가장 먼저 든 생각이요? '내가 15회, 16회에서 어떻게 연기를 했지?' 퍼뜩 스쳐지나갔어요. 보는 분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내가 연기를 했을까, 덕선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죠."
#선우→정환→택, 덕선이는 '금사빠'인가
쌍문동 여고생 덕선은 여러 번 짝사랑을 한다. 그 시작은 선우(고경표 분)였고, 그 다음은 정환이, 그리고 마지막은 택이었다. '걔가 널 좋아하는 것 같아'라는 친구들의 말에 선우를 좋아했지만, 이내 선우의 짝사랑 상대가 언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다음 정환에게는 콘서트에 같이 가자며 꽤 적극적으로 대시를 했다. 선우와 달리 정환의 마음도 줄곧 덕선이었다. 풋풋한 이들의 첫사랑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입했고, '어남류'를 양산했다. 그러나 덕선의 마음은 택으로 옮겨갔고, 수많은 이들이 덕선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라고 했다. 덕선은 정말 금사빠였을까.
"덕선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덕선이는 집에서도 항상 두번째였고 항상 사랑에 목말라 있었고 결핍이 있는 친구예요. 그런 친구에게 주변에서 '쟤가 너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하면 쪼르르르 달려가서 '날 좋아해? 나도 너 좋아'라고 할 수 있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귀여운 아이죠. 사랑을 한 번도 못해본 친구이기도 해요. 나의 꿈도 모르는 아이가 사랑에 대해서 뭘 알겠어요. 혼란스러운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 나이대 사춘기 소녀에게 나올 수 있는, 그런 집안 환경에서 자란 덕선에게 충분히 나올 수 있었던 감정이었던 거죠. 개인적으로 '금사빠'라는 이야기가 연기 못한다는 말보다 속상했어요. 덕선이가 그렇게 보여졌다는 것이, 혜리로서 덕선에게 미안했어요."
#어남류? 정환은 풋풋한 첫사랑 감정이었다
드라마는 초반 자연스럽게 남편 후보 1순위로 김정환을 설정했고, 많은 시청자들은 그 흐름을 따라갔다. 서툴지만 풋풋하고 애잔한 첫사랑에 함께 몰입했다. 그러나 장난스러웠던 고백신을 끝으로 시린 첫사랑은 끝이 났다.
"정환에 대한 짝사랑은 선우보다 그 감정은 컸어요. 덕선에게 정환이도 사랑이었다고 생각해요. 친구들의 말에 쪼르르 달려갔지만 어린 날의 풋사랑, 설레는 예쁜 사랑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예뻤던 장면이 많이 나왔고 시청자들이 아쉬워하는 것 같아요.
혜리로서 정환을 아꼈던 만큼 저 역시 마음이 많이 아팠죠. 어쨌든 정환이와 덕선이는 한결 같았던 것 같아요. 고백신이 처음으로 정환이 마음을 표현을 하는 자리였는데, 고백과 동시에 이별이었다는게 슬프죠. 그런데 덕선이 입장에서 보면 5년 전의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정환의 고백을 들었을 때 '5년 전엔 그랬었지'라는 마음이 들었을 거예요. '고등학교 땐 정말 좋아했는데' '너무 풋풋하지만, 이뤄질 수 없었구나' 그런 마음으로 들었던 것 같아요. 그 고백신을 듣는데 분홍셔츠며, 버스 안이며 그런 구체적인 장면들이 맴돌아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정환이와 예쁘게 잘 끝나서 좋아요. 소중했던 첫사랑이니까요."
#덕선은 언제부터 택을 좋아했을까
'어남류'와 '어남택'. 시청자들이 팽팽히 맞섰던 만큼, 제작진에게도 덕선에게도 남편의 선택은 어려웠을 문제였을 터. 그러나 분명한 건 정환과 택을 향한 덕선의 감정은 달랐다는 것이다. 덕선의 마음은 언제부터 택을 향해 있었던 걸까.
"사실 워낙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만족할 만한 엔딩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정환, 택 두 사람과 결혼을 해도 문제잖아요(웃음).
그런데 선우와 정환의 시작점과 택이는 달랐어요. 덕선은 택이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도 몰랐고, 정환이도 자길 좋아하는지 몰랐죠. 그런데 택이한테는 계속 신경이 쓰여요. 이 친구에 대한 감정이 달랐죠. 옷을 왜 얇게 입고 다닐까, 왜 약을 먹을까. 잠은 잘 잤을까. 어렸을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쌓아왔던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눈치를 못 챘던 것처럼, 덕선이도 자신의 마음을 몰랐을 거예요.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기 때문에. 그런데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왜 없어'라는 동룡의 대사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죠. 그 말을 듣고 '덕선이가 좋아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 덕선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못 보여준 것에 대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나이대에 맞춰서 생각을 하면 이해될 감정이지요."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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