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축구를 그만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전북 현대 중앙 수비수 조성환(34)은 K리그를 대표하는 '투사형' 수비수다. 몸을 던져 수비하고 상대 공격수와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때로는 심판에게 다가가 판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워낙 행동이 크다 보니 지켜보는 사람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저러다 퇴장당하는 것 아니야?"라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한다.
2001년 수원 삼성에서 데뷔해 포항 스틸러스를 거쳐 2010년 전북에 온 조성환은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광주FC와의 K리그 클래식 2016 23라운드까지 총 246경기를 뛰면서 무려 71개의 경고를 받았다. 현역 시절 '반칙왕'으로 불렸던 김상식 전북 코치가 1999~2013년까지 458경기를 뛰며 받은 79개 경고에 벌써 근접했다.
전북이 두 번째 우승하던 2011년에는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2개의 경고를 받았다. 27경기를 뛰어 얻은 경고라 두 경기당 경고 1장은 기본으로 받은 셈이다. 김 코치의 경우 2010년 11개가 한 시즌 가장 많은 경고였다. 당연히 조성환은 심판진 사이에서도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전북의 수비에 대한 걱정이 큰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성환은 전북이 K리그 통산 최다인 23경기 무패(14승 9무) 기록을 세우는 데 조용한 엔진 역할을 해내고 있다. 뛰고 있는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며 숨겨 놓았던 자신의 야성을 마음껏 폭발시키고 있다.
올해 조성환은 임종은, 최규백, 김영찬 등 젊은 수비진에 밀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최강희 감독이 자주 표현하는 '뒷 선수(비주전을 의미)' 중 한 명이었다. 발바닥 부상까지 겹치면서 자신감마저 상실했다.
전북의 3-0 승리로 끝난 광주전 직후 만난 조성환은 "요즘에서야 경기를 뛰고 있어서 그런지 힘이 남는다"라고 웃었다. 조성환의 말대로 올 시즌 클래식 경기 첫 출전은 5월 21일 전남 드래곤즈 원정이었다. 이후 광주전까지 6경기만 뛰었다.
뛰는 것 자체가 감사한 조성환은 "발바닥 부상이 정말 심각해서 축구를 그만해야 하나 싶더라. 가족들도 스트레스를 받아 미안하더라. 다른 팀에 갈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에이전트가 '전북에서 좀 더 버텨보자. 즐기면서 할 수 있을 때까지 하자'고 독려하더라"라며 주위에서 심리적 무장을 도와줘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23경기 무패를 이어온 원동력으로 30대 노장들의 헌신을 가장 먼저 꼽았다. 맏형 이동국(37)을 필두로 조성환, 이호(32), 김형일(32), 권순태(32) 등이 말 대신 몸으로 보여주니 후배들이 따라가고 자연스럽게 전북만의 문화에 녹아든다는 이야기다.
조성환은 팀을 위한 희생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팀 분위기가 워낙 좋다 보니 선발 11명 안에 들어가지 못해도 이해하고 기다려야 했다. 몸을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준비된 자세로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과도 특별히 미팅을 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많이 내려놓고 기다렸던 것이 효과적이었다.
재미있게도 최근 그의 수비 파트너로 나서고 있는 김형일은 평소 순둥이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조성환 못지않은 투사형 수비를 한다. 두 명 모두 흥분하면 큰일 난다. 조성환은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어서 내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 중 부당한 장면이 있으면 항의도 하고 몸으로 보여주면서 컨디션도 올렸다. 요즘에는 (김)형일이가 더 투사적이라 조금 줄인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무패 기록보다는 무실점이 수비수인 그에게는 더 큰 의미다. 그는 "무패는 언젠가 깨지겠지만, 무실점은 개인적으로 더 큰 기록이다. 실점하지 않고 수비를 하는 것은 큰 보람이다"라며 자신의 소임을 제대로 해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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