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해 최고의 선수로 공인받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도 스타 중 스타였다.
18일 일본 요코하마 국립경기장. 어둠이 깔린 가운데 매진이 된 레알 마드리드와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의 결승전, 관중석에서는 한 사람을 향한 카메라 플래시가 쉬지 않고 터졌다.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 호날두를 향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였다.
호날두는 지난 15일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의 준결승 종료 직전 오프사이드 함정을 뚫고 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결승전은 당연히 호날두가 얼마나 활약을 해주느냐에 달렸다.
경기 전날 일본 방송에서는 호날두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호날두와 한 번이라도 뛰어 봤거나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일본 현역 선수 또는 지도자들이 나와 증언을 쏟아냈다. 호날두의 프리킥 동작을 따라하는 일본 선수가 등장하는 등 화제가 집중됐다.
대진 상대가 개최국 자격으로 결승전에 진출한 J리그 우승팀 가시마로 정해지면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도쿄 번화가는 레알 유니폼을 중심으로 아메리카,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콜롬비아)의 유니폼을 입은 축구팬들이 점령했다.
호날두의 인기를 반영하듯 신요코하마 기차역에서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레알 유니폼을 파는 노점상이 보였다. 당연히 7번이 새겨진 호날두 유니폼이 중심이었다. 목에 두르는 머플러도 레알-가시마 결승 기념용이 제작됐지만 호날두 전용도 있었다.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이 아닌 복제품이었다.
경기 전 몸을 풀려나온 호날두에게 환호가 쏟아졌다. 호날두는 특유의 무표정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응답했다. 1년에 한 번씩은 광고모델 계약한 일본 기업을 위해 방일하는 호날두가 그리 어색하지 않았기에 환호는 자연스러웠다.
올해 호날두는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각각 레알과 포르투갈을 이끌고 우승을 맛봤다. 한 시즌 최고 선수로 평가받는 프랑스 풋볼 선정 발롱도르 수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클럽월드컵까지 챙긴다면 내년 1월 예정된 FIFA 올해의 선수도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를 밀어내고 받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경기 시작 후에도 시선은 왼쪽 측면 공격수 호날두의 움직임에 집중됐다. 호날두의 위치와 가까운 동쪽(E석) 관중석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집중적으로 터졌다. 전반 9분 만에 카림 벤제마의 골이 터지면서 호날두의 골 여부에 더 관심이 집중됐다. 호날두가 19분 현란한 드리블을 하자 함성이 터졌다. 30분 그의 전매특허인 무회전 프리킥을 볼 기회가 왔다. 모두가 숨을 죽였지만, 수비벽에 맞고 나오자 탄식이 쏟아졌다.
호날두의 실수는 가시마의 투지를 불렀다. 44분 스페인 세군다리가(2부리그) 헤타페, 엘체 이적설이 돌고 있는 일본 국가대표 시바사키 가쿠의 동점골이 터졌고 호날두의 환호를 다 가져갔다. 제아무리 레알과 호날두라도 일본 팬심을 완벽하게 잡지는 못했다.
후반에도 호날두는 가시마 수비에 꽁꽁 묶였다. 오히려 7분 시바사키가 한 골을 더 터뜨리며 기립 박수를 받았다. 자존심이 상하기에 충분한 호날두였다. 두 골을 넣은 시바사키가 레알 유니폼을 입었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자존심이 상한 호날두는 15분 루카스 바스케스가 얻은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서 골망을 흔들었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특유의 '호우' 세리머니는 없었고 볼을 들고 중앙선으로 뛰었다.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호날두는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고 움직였지만 가시마의 수비도 은근히 튼튼했다. 27분 호날두가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선언되자 적잖이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가시마는 호날두에게 공간을 주지 않았다. 호날두가 가시마 수비에 막히면 관중의 탄식은 자동적으로 나왔다. 35분 미드필드에서 기막힌 패스를 받아 시도한 슈팅도 골키퍼에 막혔다. 호날두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슴에 성호를 긋는 일이었다.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은 경기의 환호는 시바사키와 가시마가 모두 받았다. 승부를 연장전까지 몰고 갔기 때문에 많은 기회를 날린 호날두의 자존심은 제대로 구겨졌다.
그래도 호날두였다. 연장 전반 7분 벤제마의 침투 패스를 놓치지 않고 오프사이드 함정을 절묘하게 깨고 왼발로 골을 터뜨렸다. 코너 플래그로 달려가 '호우'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한 것은 덤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차원이 다른 '클래스'를 보인 호날두였고 환호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몸이 완벽하게 풀린 호날두는 14분에도 한 골을 더 터뜨리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연장 후반 6분 알바로 모라타와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나는 그에게 박수는 당연했다. 생애 세 번째(2008년, 2014년, 2016년) 우승을 어렵게 품에 안은 호날두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조이뉴스24 요코하마(일본)=이성필기자 elephant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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