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보디가드'에서는 양파가 사라져야 해요. 레이첼로만 존재하길 바라요."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슈퍼스타 레이첼 마론 역으로 분한 가수 양파(이은진)가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양파는 "원치않은 공백기가 있었던 만큼 양파라는 이름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늘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가수 양파가 아닌 레이첼로 무대에 서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 공연 때 관객 반응을 이끌어내려고 호흡을 유도했는데 연출님이 '이 무대에서 양파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하셨다. 충분히 레이첼을 연기하는 데 만족해야 할것 같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보디가드'는 스토커의 위협을 받는 당대 최고의 여가수 레이첼 마론과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작품. 1990년대 히트 영화의 사운드 트랙에 뮤지컬 스타일로 재해석한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 15곡을 더했다.
공연에서 양파가 최고로 꼽은 장면은 오스카 시상식 때 부르는 'One Moment In Time'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스스로를 믿는다는 내용을 담은 이 곡은 양파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가끔은 아픈날도 마주하곤 했죠. 나를 봐요, 모든 걸 이겨낸 날… 운명같은 건 넘어서, 그 영원같은 자유가 내 안에 내 삶에 가득하길'
"레이첼의 이야기인 동시에 제 이야기 같아서 부를 때마다 울컥하고 감정이입 하게 돼요. 노래를 못부르면 안되니까 감정을 외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올해로 데뷔 20년이 된 양파는 어느새 비교불가한 한국의 여성 디바로 자리매김했다. 그 사이 수많은 뮤지컬 제안도 있었을 터, 하지만 양파는 매번 다음을 기약했다. 2003년엔 '지킬 앤 하이드' 루시 역을, 2007년엔 '드림걸즈'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간곡히 거절했다.
그는 "2003년엔 어리고 잘 몰랐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어서 크게 용기 낼 상황이 못됐다. 2007년엔 뮤지컬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며 "그런데 고사를 하다가 가장 센 놈을 만난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캐스팅 당시만 해도 춤은 별로 없고 눈빛연기와 손짓 정도가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휘트니 휴스턴이라는 이름이 저를 유혹했죠. 그녀의 모든 히트넘버를 한번에 한 무대에서 부를 수 있다는 꿈같은 이야기에 넘어갔죠. LG아트센터 무대에 선다는 기대도 컸고요."
양파는 '보디가드'를 통해 난생처음 연기에 눈을 떴고, 하루종일 춤 연습을 했다. '군대 유격훈련' 못잖은 연습 강도를 견뎌내며 '고3 때처럼' 열심히 살았다. 그는 "연습 3주차엔 춤 스트레스로 인해 하차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며 "진짜 휘트니 휴스턴이 와도 연기에 춤에 노래까지, 아마 못할것 같다"고 말하며 깔깔 웃었다.
스스로도 '발가벗겨진 느낌'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싶단다.
"성대에 무리가 없다면, 개인적으로 민폐가 안되는 선에서, 좋은 작품에 또 참여하고 싶어요. 여기서 제가 배우고 얻는 게 너무 많거든요. 그 힘으로 음반활동에도 더 깊이가 생길 것 같아요."
한편, 뮤지컬 '보디가드'는 2017년 3월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