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상욱 기자] 김개천 교수는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 디자인학과 교수이자 건명원(建明苑) 예술 분야 운영위원이다.
교수이자 건축가이며 디자이너이자 철학 박사인 김개천 교수는 한국 건축의 철학과 미학 그리고 우리의 정신세계와 건축의 교차점에 관한 연구를 끊임없이 펼쳐왔다.
현대 예술을 통해 우리의 전통 건축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과 지켜내야 할 기준 그리고 그 사상과 가치관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을 통해 우리 건축사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김개천 교수를 만나보았다.

건축을 향한 길, 그리고 운명
김 교수는 중학교 시절 한 소설 속 건축가 캐릭터에서 건축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또 기술 선생님의 칭찬을 계기로 자신의 소질을 깨달았고, 마지막 황태자인 이은(李垠)이 건축을 전공했다는 사실에서 큰 흥미를 느끼며, 건축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건축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건축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했을까? 그는 "아마도 영화감독을 했을 것 같습니다. 건축과 영화는 매우 유사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야 하고,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그는 또한 음악과 미술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건축이 공간을 다루는 예술이라면, 음악은 시간을 다루는 예술입니다. 결국 좋은 건축은 음악처럼 리듬과 구조를 갖추어야 하며, 그것이 사람들에게 공명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그리고 지어지지 않은 건축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역설적으로 "지어지지 않은 건축"이라고 했다. "가장 개인적인 의도가 담긴 작업이 현실적인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을 때 더 깊이 남습니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설계한 건축물도 다양하다. 국민대 캠퍼스 내 명원 박물관 그리고 한국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을 되살린 찻집, 이함캠퍼스, 담양 정토사, 팔복교회, 강하 미술관 그리고 TV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한 칸 집’ 등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는 "좋은 건축은 공간이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더 빛나게 만드는 형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 칸 집’에 대해 "단순한 구조지만 삶의 다양한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집"이라고 설명했다. "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을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연 속에 담긴 집이기에 집 밖이 아닌 집안, 그 안에서 온전히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억을 담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감히 추측해 보았다.

건축 철학: 자유로운 형식과 끊임없는 변화
젊은 시절에는 동양 철학, 특히 불교의 선(禪) 철학을 바탕으로 건축을 고민했다는 김 교수.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동서양 철학이 결합하는 형태로 관심이 확장되었다고 한다. "저는 특정한 형식으로 한정되지 않는 건축을 지향합니다. 한정된 형태가 아니라 계속 변화하고 충돌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건축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레스리스(LessLess)’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무의미의 무의미 '무'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줄어드는 방식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 개념을 건축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그는 "공간이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축은 고정되고 정적인 예술이 아니라,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성장하고 변화해야 합니다.“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김 교수는 "후학들에게 해주고 싶은 특별한 말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학생들이 스스로 깨닫고 체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생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생각과 충돌을 경험하게 해주는 역할이 특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제자를 특별히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는 오히려 제자들이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깊은 배려로 보였다. "제 삶이 학생들에게 자극이 되기를 바랍니다. 단순히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넘어서는 제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또 후배들에게 "건축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너무 이론에 매몰되지 말라"고 조언했다. "책에서 배운 지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실에서 공간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더 큰 가르침이 됩니다.“

미래의 건축, 그리고 건축가로서의 삶
그는 미래 건축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곧 미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미래는 우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갑작스러운 돌연변이가 미래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건축이 중요한 것이지, 미래를 따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건축을 더 만들어 가고 싶을까?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건축을 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멋진 형태의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정년을 앞두고 아쉬운 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아쉬움은 많습니다. 그러나 살아가는 동안 중요한 것은 미련을 남기지 않는 자유입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건축은 단순히 공정한 형태가 아니라, 변화하고, 충돌하며, 끊임없이 사고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김개천 교수가 진행하는 건축이 아닐지 생각해보았다.
정년 퇴임을 앞둔 건축가라는 단어보다 철학자이자 사고하는 예술가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그 이기에, 공간을 비워내고 채우고 그리고 온전히 덜어내에 다시 함박 가득 담아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그리고자 하는 김개천 교수이기에, 지금보다 정년 이후가 더 기대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수원=박상욱 기자(sangwook@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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