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박보검은 '원더랜드'에 이어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서도 어김없이 자리한 기자들의 출석 체크를 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 놀라운 건 아니었지만, 성을 뺀 이름을 자상하게 불러주는 건 또 뭔가 한 뼘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늘 그랬듯 모든 질문에 정성껏 답을 했고, 다정한 눈 맞춤도 잊지 않는다. 워낙 맑고 밝은 에너지의 소유자라 인터뷰 내용도 '감사함'이 가득하다. 분명 긴 시간 촬영했고, 연기하면서 감정적으로든 체력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있었을 텐데도 이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오로지 좋았고 행복했고 기뻤던 감정,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배우고 힘을 받았던 점만 전달한다. '긍정의 힘'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지, 일상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박보검이다.
인터뷰를 끝내고 잠깐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 박보검은 "사망신고서를 쓸 때 글씨를 꾹꾹 눌러 쓰던 장면에서 그 달라진 글씨체 하나에도 마음이 아팠다"라는 말에 "그 부분까지 알아봐 줘서 고맙다"라고 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매 순간 사소한 말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감사하다 인사를 건네며 진심을 표현할 줄 안다. 왜 같이 작업한 스태프들이 한목소리로 '정말 착한 배우'라고 인정하는지 새삼 다시 확인하게 된 순간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연출 김원석, 극본 임상춘)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 분)과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드라마로, 최근 3막까지 공개됐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나 이제 겨울에 해당되는 4막 공개만 남겨두고 있다.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5604eaa97b36d7.jpg)
아이유는 제주에서 나고 자라 주어진 운명에 맞서는 '요망진 반항아' 애순 역을, 박보검은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단단한 무쇠 같은 관식 역을 맡았다. 세월이 흘러 어엿한 어른이 된 애순과 관식은 문소리와 박해준이 연기했다.
이들 외 김용림, 나문희, 염혜란, 오민애, 최대훈, 장혜진, 차미경, 이수미, 백지원, 정해균, 오정세, 엄지원, 서혜원, 이준영, 김선호, 강유석, 이수경 등이 출연해 안정적인 연기 앙상블을 보여줬다.
박보검은 어린 시절부터 오매불망 애순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양관식 역을 맡아 이 시대 최고의 순정남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직구를 던지는 '사랑 농사꾼'에서 아내와 자식들을 현실의 수렁에서 건져내려 고군분투하는 가장이 된 관식의 성장을 섬세하게 연기해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밥 먹던 자리에서 반 바퀴를 돌아 애순의 밥에는 콩을 놓아주고, 딸 금명에게는 좋아하는 오징어를 건져 주는 등 매 순간 자상하고 다정한 면모를 드러내 훈훈함을 안겼다. 또 셋째 아들 동명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처음으로 무너진 무쇠의 오열을 가슴 절절하게 표현해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울렸다.
박보검은 아이유와 달리 청년 관식 만을 연기했기 때문에 금명(아이유 분)의 이야기가 주로 이뤄지는 후반부엔 분량이 거의 없다. 하지만 박보검이 초반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린 관식의 묵직한 존재감은 후반까지도 지속된다. 관식을 통해 연기적으로도 성장한 박보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음은 박보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21527aa4efbd5e.jpg)
- 관식의 말투나 디테일은 어떻게 잡아갔나?
"운동했던 친구이다 보니 체중을 증량해서 듬직하고 건장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운동과 음식을 통해서 체중 증량을 했다. 햇빛에 많이 그을린 것을 표현하기 위해 평소보다 톤을 더 많이 다운시켜서 메이크업했다. 연기적인 톤은 운동선수고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친구라는 것이 대본에 나와 있었다. 그래서 말을 많이 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그렇게 높지 않을 것 같다고 혼자 생각하고 대본리딩 때 준비한 톤을 보여드렸는데 감독님, 작가님도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드라마를 봤을 때 해준 선배님 톤도 저와 부드럽게 이어지더라. 감독님, 선배님께 감사했다. 작가님께서도 애순과 관식의 출생지를 정리해서 보내주셨다. 제주도에서 오래 살았던 인물이지만 제주어를 그렇게 많이 구사하지는 않는데, 아버지가 제주도 쪽이고 어머니는 제주도 아닌 다른 지역 분이다. 그래서 두 운율을 섞어서 연기하려고 했다."
- 대사가 적다 보니 표정, 몸으로 조금 더 표현하려고 했던 부분이 있나?
"사실 표정도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았다. 말은 없지만, 행동으로 다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표현을 정말 많이 했다. 꽃핀도 몰래 두고 가고 조구도 계속 가져다준다. 그래서 저는 관식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촬영하는 동안 재미있었다."
- 영범(이준영 분) 부모님과의 상견례 장면 리액션 영상이 굉장히 화제가 됐다. 관식이 되어 "엎어, 엎어"라고 하기도 했는데, 실제 박보검 배우라면 어땠을 것 같나?
"박보검으로 바라봤을 때, 저는 다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마음도 편안하게 해드리고, 상대방의 어머니 마음도 편안하게 해드리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도 편하게 해주고 싶다. 하나 배운 것이 있는데 션 선배님께서 "결혼할 때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아내의 말을 따라야 한다"라고 하셨다. 그래야 나중에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간다고 해주셨다. 그래서 저라면 배우자가 될 사람, 아내가 하고 싶은 대로 편을 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 다 잘해주고 싶다는 건 영범과 비슷한 것 아닌가? 부모님이 반대하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다 잘해줄 수 있을 그거로 생각하나?
"영범은 뭔가 정확하지 못했던 것 같다. 대화의 타협이 필요하겠지만, 부모님 말씀이 틀린 것이 없기도 하다. 어른들 말씀 속에서, 서로가 잘 보듬어주고 살아갈 수 있는 의지가 있다면 확신을 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뭉클했던 장면이 4막에 나오는 곶감 장면인데, 금명이도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사랑을 잘 표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가정에서 자랐다. 부모님이 반대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들어본 후 부모님의 사랑을 잘 받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드리고 결혼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c64c2e897b4df3.jpg)
- 지금까지 활동해오면서 자신에게 '폭싹 속았수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나?
"사실 아직까지는 고생했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최근 촬영을 마친 '굿보이' 동주에게,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다쳤다. 처음 겪는 것이 많아서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 다리 부상 당한 건 괜찮나?
"괜찮다.(웃음)"
- 멘탈이 강한 것 같다.
"아직까지는 좀 더 많이 연기하고 싶고 더 많이 작품을 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의 저에게 '폭싹 속았수다'라고 해주고 싶다. 사실 '고생 많았다'와 '수고 많았다'의 표현은 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고생 많았다'라는 건 진짜 크나큰 시련과 굴곡을 넘어선 것 같아서 '수고 많았다'와는 제가 느끼는 것이 좀 다르다. 사실 표현은 똑같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박보검에게는 '수고했다'라고 해주고 싶고, 앞으로의 박보검에게는 '수고했다'와 더불어 '고생했다'라고 나중에 말해주고 싶다.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그때 저를 돌아볼 때 그러고 싶다."
- 바다 수영까지 해야 했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바다 수영은 재미있었다. 이렇게 길게 촬영하는 건 전역하고 처음이라 그게 쉽지 않았는데, 그래서 저는 모든 배우에게 '수고했다'라고 하고 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나오는 작품이다 보니 모든 배우 스케줄 조정하기 힘드셨을 거다. 그래서 모든 배우께 말씀드리고 싶다."
- 군대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군 생활이 박보검 배우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나 보다.
"되게 좋은 영향을 받았다. 군에서 산도 보고, 좋은 풍경도 보면서 좋은 기운을 받아서인지 마음도 예전보다 더 건강해졌다. 작품에 대한 도전 의식도 좀 더 대단해진 것 같다. 하고 싶은 일도 많아졌다. 그래서 올해 시청자, 팬분들을 만날 기회도 더 많이 만들려고 한다. 이번 작품 홍보를 많이 한다고 해주시는데, 그 기회도 저는 팬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더 많이 만나 뵐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3ffc81f4dfd344.jpg)
- 혹시 군대에 다시 가라고 한다면?(웃음)
"저는 다시 가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 생각을 다 내려놓고 가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더라. 요즘 다들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계시는데, 휴대폰 잠시 내려놓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짧은 휴가, 휴식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 '핑계고'에서 '풍향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어플 사용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떤가?
"그래도 계획은 좀 해야 하지 않을까.(웃음) 그런 여행은 한 2일~3일 정도면 좋을 것 같다."
- 계획이 필요하니 '풍향고'는 안 하겠다는 뜻인 건가?
"아니다. 불러주시면 좋다."
- 최근 '칸타빌레' MC를 맡았고 호응도 좋다. '구르미 그린 달빛' 팀도 게스트로 나와줬고, 직접 연주를 하기도 하더라. 그런 작업이 배우 생활에도 큰 영향을 줄 것 같은데 어떤가?
"'칸타빌레' MC를 맡게 된 건 지금 아니면 뮤지션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팬분들을 만날 기회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음악이 주는 힘이 크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음악이 자연스럽게 깔리면 내가 느끼는 감정이 배가 되고 더 공감된다.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뮤지션 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공부도 많이 해서 제가 나오는 드라마 아니면 누군가의 작품에 한 곡이라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음악감독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하나의 작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요즘 많은 경험을 하고, 뮤지션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있다. 대학원 때 그 학과에 진학해서 공부했고 지금도 그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제가 부르는 건 아니고 BGM을 만들어서 작품에 담고 싶다. 아직 부족해서 그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나중에 해보고 싶다."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1de753d30478b0.jpg)
- 이 작품이 사계절을 인생에 빗대고 있는데, 박보검 배우는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나?
"저는 지금의 날씨와 똑같지 않나 싶다. 초봄인 것 같다. 예쁘게 꽃피울 때다. 전역 이후 찍은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인사드린다. '원더랜드'는 군대 가기 전에 촬영했던 영화고, 뮤지컬은 저에 대해 모르시거나 혹은 뮤지컬을 안 보시는 분들은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 거다. 계절의 시작인 봄, 새로운 챕터에 꽃을 피울 수 있는 씨앗을 심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굿보이'는 여름에 인사를 드릴 테니, 지금은 조금씩 꽃을 피우면서 봄을 맞이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 항상 볼 때마다 행복 지수가 굉장히 높은 것 같다. 지금 박보검 배우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일할 수 있음에 행복하다. 감사하다고 할 수 있음에 또 행복하다고 느낀다. 최근에 느낀 큰 행복 중 하나는 '칸타빌레'에 '구르미 그린 달빛' 배우들(김유정, 진영, 곽동연)이 한걸음에 달려와 주셨다. '구르미'가 벌써 10년이 지난 작품인데,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더라. 10년이 지나도 서로 건강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그때 진짜 행복했다."
- 선한 캐릭터를 많이 맡는 것 같은데, 그런 역할에 끌리는 건가? 또 앞으로 어떤 도전을 해보고 싶은가?
"저는 작품을 읽을 때 제가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역할에 마음이 가는 편이다. 그래서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굿보이'의 새로운 인물로 인사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관식과는 완전히 상반된 매력을 가진 인물이라서 '굿보이' 보시고도 '관식과 또 다른 인물이네'라고 느끼실 것 같다. 저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저도 제 자신이 기대된다. 앞으로의 행보에 좀 더 다양한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궁금해하고 기대하시는 역할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제 도전을 응원해주시고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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