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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에서 '평양의 기적' 만든 윤덕여 매직


베테랑과 젊은피 조화…명확한 목표 의식, 본선행 성과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여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1월 2018 요르단 여자 아시안컵 조추첨 결과가 나온 뒤 크게 낙담했다. 만나고 싶지 않았던 '난적' 북한과 한조가 됐기 때문이다.

아시아 축구연맹(AFC)이 여자 아시안컵 예선 개최지 신청을 받았는데, 타지키스탄, 북한, 팔레스타인, 베트남이 신청했다. 베트남은 한국과 같은 톱시드 배정국이라 한 조에 속할 수 없었다.

한국은 지난해 개최국 신청 당시 오는 5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고려해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과 만나게 되면서 대한축구협회에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가는 것은 물론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있느냐는 비판이었다.

뒤늦게 북한이 신청한 것을 안 축구협회는 개최지 신청을 고려했지만 시기를 놓쳤다. 무엇보다 시드 배정에서 북한이 지난 2014 아시안컵에 나서지 않아 최하위로 밀리면서 한국과 만나게 됐다. 북한은 2011 독일 여자 월드컵 본선 당시 도핑 양성 반응으로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출전 금지 징계가 내려졌다. 자연스럽게 2014 아시안컵에 출전하지 않았고 타지키스탄, 팔레스타인을 피해 북한을 운명적으로 만나는 일이 성사됐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서 전승 우승을 하는 등 세대교체로 팀 전력을 끌어 올리는 상황이었다. 한국도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었지만, 역대전적 1승 2무 14패로 절대적인 전력 열세라 베테랑들의 호출이 불가피했다. 결국 2월 키프로스컵에 김정미(33), 김도연(29), 이은미(29) 등 선배들을 불렀다.

세대교체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동아시안컵 3전 전승으로 가능성을 봤지만 나갈 대회가 있어야 세대교체가 완벽하게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윤덕여 감독은 평양으로 향하기 전 교통정리를 했다. 키프로스컵에서 부상 당한 수비의 핵 심서연(28)을 제외하는 등 뼈를 깎는 결단을 내렸다. 대신 조소현(29), 전가을(29) 등 경험 많은 언니들을 보강해 이금민(23), 이소담(23) 등 젊은피와 잘 섞어 팀의 균형을 잡았다.

언니들은 후배들을 독려했다. 평양 원정이라 기본적인 훈련 외에도 심리 교육 등 거쳐야 할 것이 많았지만 모든 것을 감수했다. 윤 감독도 목포 훈련에서 대형 스피커를 설치해 선수들이 5만 관중의 함성에 적응하도록 치밀한 준비를 했다.

인도전 10-0 승리로 골득실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윤덕여호는 북한에 1-1로 비기며 소기의 성과를 냈다. 전반 5분 만에 위정심에게 페널티킥을 내줬지만, 김정미가 선방했다. 위정심이 김정미에게 맞고 나온 볼을 잡으려다 발로 가격하자 서로 엉겨붙어 신경전이 벌어졌다.

과거 여자 대표팀의 남북 겨루기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맏언니 김정미의 투혼은 북한이라는 이름값에 위축됐던 선수들을 깨우는 계기가 됐고 결국 장슬기의 동점골로 무승부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윤 감독은 대회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북한을 존중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에게는 홍콩과 우즈베키스탄에 다득점으로 이기자며 마음을 자극했다. 북한을 넘지 못했다면 2019 프랑스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론 2023 월드컵까지 무려 7년 가까운 시간을 암흑기로 보낼 수 있었다. 여자 축구를 살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이제 남은 것은 프랑스로 가는 길이다. 아시안컵 본선에는 8개국이 모여 5장의 출전권을 놓고 겨룬다. 일본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필리핀 요르단과 경쟁한다. 사실상 일본, 중국 호주와 순위 싸움을 하는 수준인 한국의 전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본선행이 점쳐진다. 어려운 길을 거쳐오니 편한 길이 열린 윤덕여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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