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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조급증 버리고 전문 유스 지도자 육성해야


여론에 떠밀려 내치는 등 노련한 유스 지도자 육성 환경 만들지 못해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성적은 16강이었다. 8강 이상을 노렸지만,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8강 실패의 가장 큰 이유로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꼽힌다. 대부분이 대학생이거나 프로팀에서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2군인 한국과 달리 잉글랜드,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은 자국 리그 프로팀의 유스팀에서 성장한 자원들이 그대로 성인팀의 B팀(2군)까지 올라와 리그를 치렀다.

선수들의 질적인 수준은 제도만 조금 더 손질하고 개선한다면 얼마든지 향상 가능성이 있다. 또, 능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일찌감치 해외 명문팀의 유스 시스템에서 유학을 통해 기량을 쌓는 경우도 있다. 이승우(FC바르셀로나 후베닐A), 백승호(FC바르셀로나 B)가 좋은 예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전문 지도자 욕성도 중요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은 2015년 U-20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안익수 감독을 내치고 정정용 전임지도자(현 U-18팀 감독) 임시 체제를 거친 뒤 신태용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홈에서 치른다는 특수성으로 인해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대한축구협회의 고민이 담긴 선임이었다. 그러나 너무 기다리지 못하고 A대표팀처럼 연령별 지도자를 쉽게 갈아치우는 정책은 다시 한번 숙고를 할 필요가 있다.

안 감독은 성남 일화 시절 이른바 ''질식 축구''로 대표되는 수비 축구의 대명사였다. 월드컵처럼 큰 대회에서는 수비부터 우선해야 토너먼트까지 통과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조이뉴스24와 만난 자리에서 "올해 말까지는 수비를 다듬고 대회가 시작되는 3개월 전 공격 완성도에 집중하겠다"며 나름대로 계획을 설명했다.

그런데 10월 아시아 축구연맹 19세 이하(U-19) 챔피언십에서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성적을 낸 뒤 비판 여론이 폭발했고 그대로 경질됐다. 어차피 한국은 U-20 월드컵 개최국이라 자동출전권이 있어 U-19 챔피언십 동기 부여가 떨어졌다. 물론 보수적인 안 감독의 전략이 탈락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만약 개최국이 아니었다면 조별리그 탈락은 치명타였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결정은 지도자들의 혼란만 불렀다. 신태용 감독은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처음 선수들과 마주한 뒤 얼굴 익히기 바빴다. 오래 호흡을 맞춰오지 못했기 때문에 알아가며 자신이 추구하는 전술 익히기에 정신이 없었다. A대표팀 코치에서 사임한 직후에 선수들이 아닌 지도자가 더 큰 관심을 받는 등 연령별 대표팀 성격에도 맞지 않았다.

앞선 안 감독이나 신 감독 모두 성인팀을 전문으로 지도했던 인물들이다. 일부 지도 방식은 성인팀 색채가 있었다. 안 감독은 부산 아이파크, 성남 일화, 신 감독도 성남 일화를 거쳐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리우 올림픽에 나섰다. U-23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일시적인 대회 출전을 위해 급조하는 팀이라 전문 지도자가 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신 감독도 지난 2월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조이뉴스24에 "단기간에 팀을 다시 만든다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연령대 선수들은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더라. 내가 다시 배우고 있는 느낌이다"고 전했다. 포르투갈전이 끝난 뒤 "성적이 하루아침에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말에 충분히 수긍이 갔던 이유다.

물론 축구협회도 연령별 대표팀을 구성하고 전임 지도자를 서서히 육성하고 있다. 권역별 지도자 등 다양하게 구성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상위 수준으로 올라가면 사정이 다르다. 현역 은퇴 후 어린 선수들만 바라봤던 지도자와 프로나 대학 등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연령별 대표팀을 맡는 지도자는 지도력이나 선수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름에도 우를 반복해 범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도자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다. 우치야마 아츠시 U-20 감독의 경우 2014년 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 8강에서 한국에 0-2로 패하며 자국의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당시 5명의 수비진이 중앙선에서부터 돌파해 골문까지 들어가는 이승우 한 명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치야마 감독은 계속 팀을 맡았고 U-20 팀으로 육성해 16강에 올랐다.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경기력에서는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은 이번 대표팀을 도쿄 올림픽 세대로 규정하고 바로 육성 계획에 들어갔다. 지도자도 큰 문제가 없다면 같이 가거나 다른 감독을 선임해도 우치야마 감독이 코치로 중용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이번 세대들 일부가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나 2020 도쿄 올림픽을 위해 뛰어야 한다. 성과를 중시하고 병역 혜택 등 한국적인 특수성이 섞여 모두 중요한 대회로 꼽힌다. 성장을 우선해야 하는 팀이지만 성적에 가려 버리는 요인들이다.

일선 유소년 지도자들은 기회의 평등을 강조한다. 전임지도자를 경험했던 A씨는 "축구협회는 국제대회 성적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종 목적은 A대표팀의 전력 강화 아닌가. 그렇다면 선수 육성을 위해 지도자도 공부를 시키게 만들어야지 지금처럼 임시 처방으로는 아무것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들도 지도자가 갑자기 바뀌면 혼란을 느낄 것이다. 유소년 환경에 경륜이 있는 지도자들이 우선해야 한다. 고(故) 이광종 감독처럼 역량 있는 지도자 육성에 시간과 믿음을 갖고 투자를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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