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후배들이 꼭 LG팬들이 원하는 우승을 해줬으면 좋겠다.
KBO리그를 호령했던 또 하나의 전설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적토마' 이병규는 9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앞서 공식 은퇴식을 진행했다.
프로 20년 통산 1천741경기 타율 3할1푼1리 2천43안타 161홈런 972타점. 신인왕(1997)·타격 1위 2회(2005·2013) 최다 안타 1위 4회(1999·2000·2001·2005) 올스타 11회까지.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대타자는 은퇴식에 앞서 잠실 야구장 기자실을 찾아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은퇴 선언 후 처음으로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이병규는 "김용수 선배에 이어 구단 2번째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돼 기쁘고 영광스럽다"면서도 "우승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큰 짐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떠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현재 스카이스포츠 야구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병규는 올시즌 종료 후 해외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일본은 선수로 경험해 본 만큼 미국으로 가보고 싶다"며 좋은 지도자로 돌아와 선수들과 멋진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다음은 이병규와의 일문일답.
▲은퇴 후 유니폼을 입은 건 처음인데 느낌은.
"특별한 기분은 못 느끼겠다. 그저 선수 때 운동하다가 사인회하러 온 기분이다.(웃음)"
▲구단 두 번째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됐는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광스러움을 느낀다. KBO리그를 통틀어 13번째라고 하는데 나만 우승 경력이 없다. 다들 기사로 많이들 쓰셔서 봤다. 안 쓰셨으면 좋았을 텐데.(웃음)"
▲영구결번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었나
"솔직히 욕심을 냈었다. 구단 1호 영구결번인 (김)용수 형님과 현역 때도 함께 했었고 잠실 야구장 한편에 새겨진 '41번'(김용수의 현역 시절 등번호)를 보면서 타자 최초 영구결번을 목표로 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오늘 이렇게 이루게 돼 기쁘다."
▲아들과 함께 시구자로 나서는데.
"마운드에 서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사실 타석에 서고 싶었다. 하지만 타석에는 어림잡아도 7천 번 이상 들어가 보지 않았나. 마운드에서 시구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대신 초등학교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아들 승민(13)이가 타석에 선다."
▲다들 은퇴식 날짜로 9월9일을 생각했는데.
"나보다 주위에서 먼저 그렇게 이야기하더라. 내 등번호가 9번이고 9월9일에 하면 '999'가 된다면서.(웃음) 하지만 그때는 순위 싸움으로 치열할 시기다. 제가 부담스러워서 빨리하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은퇴 후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딱 두 경기다. 먼저 2013년 10월5일 경기. 우리(LG)가 정규시즌 2위로 11년 만의 플레이오프 무대에 오르게 된 그날. 또 작년 10월8일 내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이다. 아직도 그 두 경기의 감동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장 먼저 미안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선배가 너무 무거운 짐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떠나는 것 같다. 단단하게 뭉쳐서 LG팬들이 원하는 우승을 꼭 해줬으면 좋겠다."
▲우승하면 적토마를 타고 잠실구장을 도는 공약은 유효한가.
"우승 공약이 바뀌지 않고 유효하다면 무조건한다.(웃음)"
▲이병규 다음 영구결번의 주인공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기사로 많이 나오지 않았나.(웃음) 누가 되더라도 한 10년, 최소 5년 정도는 뒤에 나왔으면 좋겠다. 너무 빨리 나오면 의미가 없어질 것 같다.(웃음)"
▲'포스트 미스터 LG'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후배는.
"'이병규-박용택'에 이어 오지환이 자리를 이어줬으면 한다. 지환이가 좀 더 분발해서 팀의 중심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해설위원 생활은 어떤가.
"재미 있다. 새로운 관점에서 야구를 볼 수 있어 좋다. 그동안 내가 볼 수 없었던 야구를 마음껏 보고 있어 즐겁다. 아무래도 처음 해설을 하다 보니 실수를 범해서 팬들에게 비난받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은퇴 후 구체적인 계획은.
"해설을 시작한 것도 야구 공부를 위해서였다.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코치 연수를 생각 중이다.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는 미정이지만 되도록이면 메이저리그를 경험해 보고 싶다. 일본은 선수로서 경험해봤으니 미국 야구를 배워보고 싶다. 훌륭한 지도자로 돌아와 선수들과 함께 멋진 팀을 만드는 게 꿈이다."
▲팬들에게 전하는 고별사는 직접 준비했나.
"혼자 준비하다가 주위 도움을 받았다. 굉장히 어렵더라(웃음). 이런 걸 해보는 건 처음이라 서툴러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팬들의 응원이 있어서 항상 감사하고 힘이 됐다.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다"
조이뉴스24 잠실=김지수기자 gsoo@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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