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인천 유나이티드가 또 행정력 공백이라는 위기와 만났다.
인천의 정병일 대표이사가 지난 8일 자진 사퇴했다. 정 대표는 극심한 성적 부진에 따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광역시 시장에게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은 올 시즌 강등권에 머물러 있다. 25라운드까지 11위로 강등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순위다. 실상 꼴찌인 12위 광주FC와는 승점 1점 차이에 불과하다. 광주가 한 경기를 덜 치렀다는 점에서 인천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박영복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인천의 선장이 됐다. 인천시 행정 경험이 풍부해 구단 내부의 문제도 빨리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가장 논란이었던 인천의 선수단 임금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이 덕분에 올해 인천 선수단 임금이 체납됐다는 이야기는 겉으로 나오지 않았다. 행정에 밝은 정 대표가 구단 후원금 중 일부는 확실하게 선수단 임금으로 활용하도록 시와 소통을 한 결과였다.
선수단 임금 문제 해결과 동시에 정 대표는 후원사 모집에 역대 대표 중에서는 가장 열정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구단을 후원하는 한 후원사 대표는 "보통 후원사 모집에는 실무 직원들이 와서 설명하고 돌아간 뒤 대표와는 경기장에서 조인식을 하는 형식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직접 와서 고맙다고 하더라. 그리 큰 금액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선수 유출에 따른 고민거리는 정 대표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올 시즌 시작 전 권완규(포항 스틸러스), 진성욱(제주 유나이티드), 조병국(경남FC), 요니치(세레소 오사카) 등 지난해 주전 다수가 이적했다.
이들이 이적한 후 선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영양가 있는 보강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실탄 부족이 가장 컸다. 선수 영입에 문외한인 정 대표는 대부분은 선수단에 맡기면서도 상황 확인은 잊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성적 스트레스가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사퇴 과정에 있어 구단주인 유 시장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인천시 체육회 한 고위 관계자는 "인천시는 사실상 행정력이 마비 상태다. 기관장들의 추문이 끊이지 않았고 유 시장의 체면도 말이 아니다.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정 대표를 시 산하 기관장이나 내년 지방선거에 참모로 활용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떠나면서 선수단도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성적 부진'으로 대표가 사퇴했기 때문이다. '이기는 형'으로 지난해 잔류와 함께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이기형 감독이나 선수단의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강등권에서 벗어나 잔류라는 지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천은 금주 내로 긴급이사회를 열고 새 대표이사를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사진 중 한 명 또는 인천시 체육 정책을 잘 알고 있는 인사 A씨가 세평에 오르고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