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제가 (일본에는) 기가 좀 세요."
1990년대 일본과의 축구는 전쟁 이상이었다. 일본에는 무엇이든지 지지 말아야 한다는 의식이 여전했고 축구는 최전선에 있었다.
최영일(51)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일본의 숨통을 조이는 역할을 맡았다. 소위 1997년 '도쿄 대첩'으로 불렸던 1998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일본의 골잡이 미우라 가즈요시(50) 봉쇄라는 임무을 맡았고 경기가 진행되는 90분 내내 그를 괴롭혔다. 일본 언론은 당시 미우라와 최 부회장의 경합 사진을 크게 배치하며 답답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끈적한 수비로 미우라에 족쇄맨 역할을 했던 그는 지난달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에 선임됐다. 1990년대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홍명보(48) 전무와 행정 업무에 나섰다.
부회장 선임 전까지 최 부회장은 현장에 있었다. 모교인 동아대 감독을 맡아 선수 양성에 나섰다. 감독의 마음이 어떤지를 충분히 알고 있는 최 부회장은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나선 '신태용호'를 뒷바라지하고 있다.
신태용(47) 축구대표팀 감독을 바라보는 최 부회장의 심정은 '안타까움' 그 자체다. 그는 "단장이 되고 대표팀을 바라보니 마음이 참 떨린다"며 "감독이야 오죽하겠는가. 정말 힘들고 고독하다. 신 감독에 대해서도 팬들이 어느 정도 이해해주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일전은 오는 16일에 열린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승 1무 승점 4점으로 2위다. 일본은 2승(6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이 이긴다면 역전 우승도 가능하다.
최 부회장은 "한일전은 언제나 그렇지만 국민적인 관심이 상당하다. 내용과 결과 모두를 잡아야 하니 신 감독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지금은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을 텐데 말이다"고 얘기했다.
한일전은 체력과 정신력은 모두 앞세워도 모자란 경기다. 어떻게 하면 좋은 경기가 가능할까. 그는 "(현역 시절)한일전에 대한 부담은 정말 컸다. 경기를 앞두고 화장실을 몇 번이나 오갔는지 모른다. 원정 경기는 관중들까지 우리를 괴롭히니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회상했다.
이어 "선수들이 자신이 빛나기 위해 뛰지 말고 동료를 도와야 한다. 누군가가 희생해야 팀이 만들어진다. 볼이 동료에게 가 있으면 상대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항상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냉정하게 현장을 바라보며 팀이 만든 전술이나 전략을 그라운드에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최 부회장은 "선수들이 한일전은 이기겠다는 각오가 보이더라. 더는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나도 기가 세니 좋은 느낌이 있을 것이다"며 우승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한일전이 아니더라도 월드컵에 나서는 선수들이 태극마크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여겼으면 하는 것이 최 부회장의 마음이다. 그는 "늘 절실해달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헌신하는 마음을 보여준다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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