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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한번볼래?]'쓰리 빌보드'★★★★★


예측 불가 전개 속 빈틈없는 배우들의 연기

[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7개월 전 강간·살해 당한 딸을 잃은 엄마는 진척 없는 경찰 수사 과정을 참을 수 없다. 그는 무능력한 경찰을 고발하기 위해 1896년 이후 사용된 적 없는 2차선 도로 위 광고판에 도발적인 문구를 내건다. '죽어가는 동안 강간당했다' '그런데 아직도 범인을 체포하지 못했다' '뭐하고 있는 거야, 윌러비 경찰소장' 영화는 이 3개의 광고판 위에 새겨진 문구로 시작된다.

영화 '쓰리 빌보드'(감독 마틴 맥도나, 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원제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는 모두가 잊어버린 딸의 살인사건 범인을 찾기 위해 대형 광고판에 도발적인 메시지로 경찰을 환기시키고, 세상과 뜨겁게 사투를 벌이는 한 엄마의 이야기다. 영화 '킬러들의 도시'(2008) '세븐 사이코패스'(2012) 등으로 각본과 연출 실력을 인정 받은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이다.

3개의 광고판 문구는 맥거핀에 가깝다. '쓰리 빌보드'는 범죄 사건으로 시작되지만 기존 범죄 수사극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먼드 분) 딸의 사건은 영화 속에 재현되지 않을 뿐더러 사건 범죄자의 실체도 모호하고 흐릿하다. 범인을 체포하지 못한 경찰의 무능력함을 고발하거나 눈물 어린 피해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리지도 않는다. 영화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 대결 구도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매순간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를 보여준다.

예측불가 전개 속에서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힘은 주요 인물들의 성격과 이들 간의 관계다. 딸을 잃은 밀드레드는 슬픔에만 잠겨 있지 않고 분노하며,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 자신을 손가락질 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과격하게 대응하고 어쩌면 동정이 필요한 경찰서장 윌러비(우디 해럴슨 분)를 냉정하고 야멸차게 대한다. 이렇게 새로운 주요 캐릭터의 성격과 밀드레드와 윌러비의 복잡 미묘한 관계, 밀드레드와 또 다른 경찰 딕슨(샘 록웰 분)의 갈등 등 세 인물들 간에 그려지는 이야기만으로 극의 긴장감은 흘러넘친다.

'쓰리 빌보드'는 곳곳에서 현실 속 차별과 폭력을 고발한다.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 밀드레드 모습뿐 아니라 유색인종·장애인에게 가해지는 무시와 무자비한 폭력은 짧지만, 쉼없이 그려진다. 분노가 분노를 낳는, '분노의 악순환' 또한 불에 휩싸이는 3개의 광고판·미국의 성조기·경찰서 등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특히 영화는 폭력을 가하는 '백인 남성' 딕슨을 통해, 실제 '트럼프 시대' 이후 차별이 더 만연해지고 노골적으로 변한 미국 사회를 묘사한다.

'쓰리 빌보드'는 깊고 신랄하게 현실을 꼬집지만 그럼에도 휴머니즘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 속 팽팽하게 당겨진 분노의 고리들은 조금씩 느슨해져간다. '우리는 적이 아니다'라는 흑인 서장의 말, '형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사랑이다'라는 윌러비의 글로 딕슨은 차츰 변모해 간다. 단지 어두운 현실을 묘사하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는 것. 이는 차별과 분노가 만연한 사회, 그리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건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훌륭하고 빈틈없는 서사를 더욱 빛나게 하는 건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딸을 무자비하게 잃은 엄마 밀드레드는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연기한다. 딸을 향한 미안함·괴로움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향한 시니컬함·분노, 윌라비를 외면하는 냉정함, 비난과 폭력 속의 두려움, 하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는 강인함 등을 온몸으로 모두 표현한다. 올해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유를, 충분히 입증하고도 남는 연기력이다.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을 수상한 샘 록웰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무능력하고 마마보이지만 자신의 편견과 싸워가며 점차 변화하는 인물, 딕슨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낸다. 우디 해럴슨은 아내와 딸들을 위한 자상함, 분노를 불식시키는 조용한 카리스마 등을 그린다. 우디 해럴슨이 연기한 윌러비는 '쓰리 빌보드'의 중심 메시지, 그 자체를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쓰리 빌보드'는 지난 15일 개봉,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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