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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김다미, 말간 얼굴 뒤에 뭔가 있다(인터뷰)


1천500대 1 경쟁률 뚫고 원톱 주연 캐스팅된 실력파 신예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대체 어디에 그런 에너지가 숨어 있나 싶다. 맑고 선해보이기만 하는 눈망울엔 첫 주연작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둔 설렘과 떨림이 그대로 어려있다.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히 고민하며 내뱉는 중에도 웃음 많은 얼굴의 입꼬리는 자주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120여분의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멱살을 쥐었다 놓는 스크린 속 자윤의 표정을 눈앞의 김다미에게서 찾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신예 김다미의 이름은 아직 많은 관객들에게 낯설다.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 제작 ㈜영화사 금월)의 주인공 자윤 역을 그는 무려 1천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거머쥐었다. 영화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분)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마녀'의 타이틀롤 자윤은 극의 시작과 끝을 오롯이 홀로 열고 닫는 캐릭터다. 의문의 시설에서 인간 병기로 태어난 그는 평범한 민가의 노부부 손에 키워진다. 선하고 영특하게 자란 소녀 자윤은 점차 자신을 둘러싼 비밀, 가려졌던 기억과 마주하고 이는 곧 '마녀'의 중후반부 전개를 이끄는 갈등이 된다.

여성 주연의 영화, 게다가 액션 장르의 작품인 '마녀'에 원톱 주연으로 캐스팅된 김다미는 영화의 개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모든 것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연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대학의 공연예술학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 재학 중 친구들과 몇 편의 단편들을 작업했다. 독립장편 '동명이인 프로젝트', 상업장편 '나를 기억해' 등에 출연하며 연기 경험을 쌓았다.

대학 4학년 때까지도 스스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에 오디션 지원조차 망설이곤 했다는 그는 '계속 이렇게 가다간 아무 기회도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피하기보단 부딪혀 깨지는 일을 택했다. '마녀'는 용기내 기회를 찾아 나선 김다미에게 온 기적같은 작품이었다.

거친 액션부터 극적인 반전을 그리는 내면 연기까지, 첫 영화 '마녀'의 작업을 통해 김다미는 보다 탄탄하게 기본기를 다지게 됐다. 보기 드문 에너지를 지닌 신예라는 평이 벌써부터 줄을 잇고 있다. 매력과 실력을 모두 갖춘 신인의 등장을 충무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마녀'가 개봉하는 것조차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제가 제 모습을 볼 땐 잘 한 것보다 못 하는 것이 더 많이 보이고, 아쉬운 장면들이 많이 보였어요.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왜 그랬을까' '다르게 했다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아요.(웃음)"

영화를 이끄는 중심 인물은 자윤이지만, '마녀'에는 그의 비밀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초반부터 극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닥터백 역의 조민수, 미스터최 역의 박희순, 귀공자 역의 최우식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작업 전부터 김다미를 설레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는 "처음 캐스팅표를 받고 '이런 분들과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다"며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돌이켰다.

"촬영하며 나눴던 이야기들, 함께 보낸 시간들이 다 기억에 남아 있어요. 정말 처음 겪는 행운같은 경험이었죠.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는 자윤의 감정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의문이 들 때마다 감독에게 여쭤보고 해결하길 반복했어요. 현장에선 선배들과 그때 그때 방향을 찾아가기도 했죠. '더, 더 잘 하고 싶은데 아직 잘 안 되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감독님이 오케이 한 데엔 이유가 있을 거야' 생각하려 노력했어요."

'마녀'는 오프닝 타이틀과 함께 속편의 제작 가능성을 예고한다. 1편의 부제는 'Part 1. The Subversion(전복)'이다. 1편이 자윤을 둘러싼 미스터리의 시작을 여는 이야기라면, 2편은 그가 마주할 더 깊고 본질적 고민들을 중심에 둘 예정이다. 김다미는 "오디션에 합격한 뒤 감독은 '2편이 있다'는 이야기보단 '자윤에게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고 이야기해주셨다"고 돌이켰다.

"자윤이 부모님에게 '돌아오겠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2편이 만들어진다면 자윤이 뭔가를 하고 다시 돌아오는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스스로 더욱 본질적인 문제들을 파고들게 되지 않을까요? 1편에선 다른 인물들에 의해 자윤의 진실이 드러나고, 그 이후 모습은 그려지지 않으니까요."

평소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화를 즐겨왔다는 김다미는 느와르에서 강점을 보여줬던 박훈정 감독의 전작들 역시 즐겨 봤다고 말했다.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신세계'는 알 파치노의 영화들을 좋아하던 김다미에게 반가운 작품이었다.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를 꼽았다.

"샐리 호킨스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도 생각했죠. 많은 감정이 오가고,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역할들에 관심이 많죠. 자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인물을 빨리 만나고 싶어요. 일단은 많이 경험하고, 많이 배우며, 꾸준히 연기하고 싶어요."

'마녀'는 지난 27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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