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준비는 꼼꼼하게, 자신에게는 혹독하게 하자."
손현주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는 동시에 늘 주변을 유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배우다. 데뷔 29년차가 됐지만, 여전히 후배들을 먼저 도닥이고 손을 내민다. 함께 작업을 한 배우, 제작진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따뜻한 말 한 마디 먼저 건넨다. 그렇기에 그의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이 한 가득이다. 드라마 촬영, 영화 홍보 일정으로 누구보다 바쁜 상황 속에서도 기분 좋은 말과 미소를 잊지 않는 '명품 배우'의 품격이다.
손현주는 최근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과 KBS 2TV 수목드라마 '저스티스'를 통해 관객들과 시청자들을 동시에 만났다. '저스티스'에서는 절제된 연기로 숨 막히는 섬뜩함을 자아냈고, '광대들'에서는 세조 정권의 실세 한명회로 변신해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두 역할 모두 권력에 대한 끝없는 욕망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손현주는 결이 다른 악역으로 소화하며 국민 배우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올해로 데뷔 29년차가 된 손현주가 가진 소신은 '준비는 꼼꼼하게 하되 자신에게는 혹독하게 하자'다. 그는 "자기에게 혹독하다는 건 책임을 지는 것이다. 힘들다는 투정으로 인해 작품이 망가지면 안 된다. 그건 잘못된 거다. 힘들고 괴로울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선택한 부분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손현주의 마음가짐은 촬영장에서 더욱 빛이 난다. 손현주는 촬영 현장에서 후배 배우들을 잘 다독이고 이끌어주는 살갑고 다정한 선배로 유명하다. 물론 농담과 장난을 많이 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를 깊이 배려하고, 현장을 유쾌하게 만드는 능력이 큰 배우로 손꼽힌다. 이에 대해 손현주는 "현장은 재미있어야 한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병도 낫는다고 하지 않나. 뭐든 재미있게 해야 한다. 웃어도 6개월, 찡그려도 6개월을 해야 한다. 그럴 거면 되도록 현장이 재미있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오늘이 괴로우면 내일이 괴롭고 오늘이 즐거우면 내일이 기다려진다"고 자신만의 소신을 밝혔다.
"어느 날 보니 29년차가 됐더라. 하지만 내 스스로 29년이 됐다고 생각하며 살지는 않는다"고 말한 손현주는 "요즘은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1년에 한 두 작품하면 못 한다. 시간이 금방 간다. 물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작품을 꾸준히 한 건 사실이다. 1년을 쉬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떤 일이든 동참을 해왔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하다보면 40년, 50년이 올 거다. 그만두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그만두면 뭐하나. 이 즐거운 일을 좋은 동료들과 계속 함께 하고 싶다"고 앞으로도 연기자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손현주는 자신의 모교인 중학대학교 연극영화과 선배들과는 제작진과 배우로 만나 같이 작품을 해 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작품을 할 때 학연이나 지연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것. 그는 "과거 연기를 할 때 알게 된 조연출 형들과는 늘 돈을 벌면 서로 소주 사주고 얻어먹고 했다. 서너 명 정도가 전부다. 그 형들과는 아직도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그들이 지금은 방송사의 사장, 본부장이 되어 있다. 하지만 학교 선배들에게는 찾아가지도 않았고, 함께 작업을 해본 적도 없다.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찾아가는 것이 창피했다. 오히려 내가 그들을 피해 다녔던 것 같다. 만약 내가 학연이나 지연 때문에 드라마를 했다면 치열하게 살지 못했을 것 같다. 이건 지금도 똑같은 마음이다"라고 설명했다.
그간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했던 손현주에게도 아직 해보지 못한, 그래서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 바로 연상의 여인과의 황혼 로맨스다. 그는 "40~50대의 남자가 60대 중후반의 여인을 사랑하는 내용의 로맨스를 찍고 싶다. 요즘 60대라고 하면 되게 젊은 거다. 나이를 먹어도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이지 않나. 그런 여인을 사랑하고 가슴 아파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박원숙, 고두심, 김혜숙, 반효정, 정혜선, 김혜자 선배님을 사랑하는 연기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또 손현주는 "한 번도 시도를 해보지 않아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사랑은 말이 된다. 시청률도 많이 나올 것 같다"며 "호칭은 상관이 없다. 서로 '~씨'라고 부르면서 사랑이 싹틀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반효정, 고두심, 정혜선 선배님은 저에게 '야'라고 하지 않고 '현주씨'라고 하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 연하남' 타이틀을 얻는 거냐"는 말에 크게 웃으며 "괜찮은 것 같다"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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