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시간이 약이었을까. 김정현은 복귀작 '사랑의 불시착'에서 구승준을 만나 안방에 무사 안착했다. 부담감이 컸지만 오롯이 작품에 집중했다는 김정현은 "구승준의 성장처럼 나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tvN '사랑의 불시착' 종영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정현의 표정이 밝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배웠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인터뷰 당일 인근 성동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뉴스에, 아침에 직접 구입했다는 마스크를 나눠줬다. 스윗했던 구승준처럼, 김정현의 표정이 밝았다.
'사랑의 불시착' 최고의 반전이었던 구승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마지막회에서 구승준은 괴한들에게 납치 당한 서단을 구하려다 총에 맞고 죽음을 맞이, 끝내 못 이룬 사랑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스위스에서 사랑을 이룬 현빈, 손예진과 달리 김정현과 서지혜의 새드엔딩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던 터.
다음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구승준의 이름이 올랐을 정도. 김정현은 "죽음으로 끝났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한 마음이 컸다"라며 "포털에 검색한다고 해서 승준이의 행방이 나오진 않는데,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하는 모습에 조금 마음이 포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현 역시 구승준의 죽음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서,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겨뒀다.
"15부 촬영을 하다가 16부 대본을 받고 (죽음을) 알았어요. 그'저 죽어요?'라고 했더니 감독님이 '죽이기야 하겠니'라고 했어요. 대본을 봤더니 죽어있더라구요. '최선을 다해서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의 불시착'에서 승준이가 죽음으로 비극적으로 끝이 나서 시청자들의 기억에 더 남지 않았나 싶어요. 작가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
"작가님이 구승준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거나 장례식 장면은 없었어요. 점쟁이 장면에서도 '지나갔다'고 했다. 은근히 살아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배우라 구승준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체육관에 숨어있든 해외에 나가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 전에 더한 상황에서도 살았는데, 총 두 발 밖에 안 맞았으니 기적적으로 살아있지 않을까 싶어요. 결말을 열어놓고, 구승준이 살아있을 거라고 기대감을 가지면 조금 더 드라마를 편안하게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드라마 마지막회 에필로그에서는 서단(서지혜 분)이 비혼을 선언,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장면이 담겼다. 김정현은 연기자로서, 또 시청자로서 서단의 삶을 응원했다.
"슬픔에 함몰되어 있지 않고 멋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걸 응원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서지혜 선배님이 '단이가 제일 불쌍하다, 다 잃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점쟁이 말대로 '열 남자 안 부러운 인생을 살게 된다'면 그것도 멋진 것 같아요. 비혼주의로 간다고 해도 훗날 단이에게 좋은 만남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시청자들이 상상해주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불시착'은 김정현에게 의미 있던 작품이었다. 전작 '시간'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았던 그는 당시 건강 상의 문제를 이유로 극에서 중도 하차하며 연기 활동을 중단했었다. 복귀작으로 '사랑의 불시착'을 택하면서 그의 연기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부담감은 너무 많았어요. 부담감을 지고 가기보다,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을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전에는 제가 작품을 다시 할 수 있을지도 몰랐고, 제 상태에 대해서도 명확함이 없었는데 감독님이 '잘할 것 같다'고 이야기 해주셔서 감동을 받았어요. 신중한 복귀작이었는데, 믿음을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지금 이 순간 주어진 것을 해나가는 것이 제 몫이고, 제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짐을 짊어지는 것보다 현장의 기운, 감독님과의 대화, 배우들끼리의 케미에 대해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들 덕분에 성공적으로 잘 마치고, 함께 동료한 배우들과도 함께 기뻐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즐거운 마음을 갖고 있어요."
구승준은 화려한 언변을 지닌 사기꾼이었고, 사랑하는 여자 단이 앞에서는 불쑥 귀여움이 묻어나왔다. 사랑하는 여자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목숨을 걸고 그녀를 지켰다. 김정현은 "구승준의 성장이 예쁘게 그려진 것 같아 즐겁게 촬영했다"고 했다.
'사랑의 불시착'과 구승준을 만나 '배우' 김정현도 성장했다.
"매 작품 배울 것이 있고 성장하는 것이 있어요. 부담감으로 나를 옥죄고 다 내팽개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마음으로 좋은 생각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김정현은 2015년 영화 '초인'으로 데뷔해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빙구', '학교 2017',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간'에 출연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김정현은 다작 욕심보다는, 자신에 주어진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사랑의 불시착'이 너무 잘 됐지만, 다음 작품을 할 때 연연해하지 않고 싶어요. 지금의 행복함을 마음의 상자에 잘 담아둬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제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좋은 마음으로 채우려고 합니다."
배우로서의 큰 꿈도 가슴에 품었다. '사랑의 불시착'에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서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내일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김정현은 "꼭 할리우드가 아니더라도 외국에서 한국 배우들에게 관심을 갖는다고 하더라. 박명훈 선배가 '준비를 잘하면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해줬다. 좋은 기운을 받아서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영어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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