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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알려고 하지 않는 어른들, 외면당한 아이들의 '어른들은 몰라요'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영화 '박화영'으로 불편한 진실을 알린 이환 감독의 두 번째 문제작 '어른들은 몰라요'가 관객을 만난다. 이전보단 보편적인 이야기를 이환 감독 특유의 화법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진다. 어른들은 진짜 몰라서 모르는 걸까,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일까.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메인 예고편. [사진='어른들은 몰라요'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의 세진(이유미 분)을 보호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학교에선 친구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하고 집엔 나이 어린 동생 뿐이다. 학교 선생님과 교제를 하던 중 돼 버린 임신에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세진도 원치 않는 임신이기에 아무렇지 않게 "애 뗄 거예요"라고 해맑게 말한다.

보호자도 없이 18살 소녀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도 없다. 병원을 찾아가지도, 부모님에게 도와달라고도 말하지 못하는 세진은 어느 패스트 푸드점에서 동갑내기 주영(안희연 분)을 만난다. 가정에서 벗어나 길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또 다른 가출 청소년 재필(이환 분) 등을 만나 가출팸을 꾸린다.

친분을 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지만 친구들 모두 세진의 임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을 올린다. 신약 실험에 참가해 약을 훔치고, 유흥업소에서 일해 돈을 모으려고 하는 등 한마음 한뜻으로 발 벗고 나선다. 그러나 유산은 뜻대로 되지 않고 이들의 갈등도 깊어진다.

영화 '박화영'으로 사회에 경종을 울렸던 이환 감독은 '박화영' 속 세진의 이야기를 확장해 '어른들은 몰라요'를 연출했다. 두 작품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나, 같은 성격을 지닌 세진이 등장함으로써 '박화영'의 외전에 해당하는 '어른들은 몰라요'가 탄생하게 됐다.

가정폭력과 방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친구에게 받으려 노력하다 어긋나 다시 또 상처와 피해를 입고, 이는 계속된다는 것을 담은 '박화영'과 '어른들은 몰라요'는 다소 다른 노선을 그린다. 전작에선 친구들 사이에서 겪는 갈등과 감정 문제를 중점으로 다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인물들 간의 심리보다는 상황을 해결하려는 주인공의 고군분투에 집중했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사진=리틀빅픽처스]

처음 만나 "나 18 주영. 가출한 지 4년 차. 너는?"이라는 짧은 대화만으로 깊은 관계를 맺게 되는 이들의 단순한 만남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다가도, 이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집중하다 보면 가만히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아무도 해결해주려 하지 않는 문제에 손을 뻗어 주는 어른이 없었고, 다가오는 어른들은 모두 성욕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함이었기에 도움을 구할 수도 없었다. 이에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제목이 더 크게 와닿는다. 어른들은 이들의 상황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박화영'에 이어 두 번째 세진으로 분한 이유미는 그야말로 제 옷을 입은 듯하다. 때 묻지 않은, 세상의 근심 걱정은 하나도 모른다는 듯한 맑고 아이 같은 목소리는 길거리에 내몰린 세진의 상황과도 퍽 어울린다. 친구를 눈앞에서 잃었을 때, 약을 먹고 괴로워하는 순간, 재필과의 겪는 갈등 등 표현에 어려움이 있었을 여러 장면에서도 뛰어난 연기력으로 영화의 몰입감을 높인다.

그룹 EXID 활동 종료 후 배우 활동에 나선 안희연(하니)은 첫 작품부터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버렸다. 거친 욕설부터 흡연, 폭력, 음주 등 거친 장면들을 소화해내며 이유미와 완벽한 호흡을 보인다. 그의 차기작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분명 '어른들은 몰라요'는 기분 좋게 볼 내용도, 마음이 아파 속이 쓰린 영화도 아니다. 누구나 불편한 진실은 외면하고 싶지만, 다만 거리로 내몰린 세진, 주영과 같은 아이들이 지금도 있을 것이며 이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어른들은 몰라요'와 같은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만 남지 않을까. 오는 15일 개봉. 러닝타임 127분.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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